웅진그룹 문어발 영토확장 “왜”
다단계이미지 탈피 안간힘
2008-07-09 김종훈 기자
최근 고유가 등 경제난 속에서도 다단계 사업은 극성을 부린다. 전국적으로 2만6000개가 넘는 방문판매업체가 있고 강남일대에는 심지어 금융다단계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다단계가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법이 허술하고 관련부처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단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대표적인 합법 다단계업체인 웅진그룹의 계열사인 웅진코웨이가 사법적 구속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해마다 문제는 불거진다. 실제로 공정위는 작년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을 다단계 영업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0월엔 웅진씽크빅에 대해 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단계에서 건설업, 에너지사업까지 최근 수년간 몸집불리기에 나선 웅진그룹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국민들은 다단계업자로부터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다단계 관련법이 허술해 사기에 휘말려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단계업체들은 이를 교묘히 이용,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합법적으로 털고 있다.
특히 다단계 사업을 규제해서 피해를 막아야 할 정부부처가 허술한 법망을 제대로 개정도 안 한 채 사법당국에 고발만하고 있다. 다단계 관련법이 조속히 개정 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다단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 날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웅진 다단계 무혐의 내막
이 같은 허술한 법망 때문일까? 국내 대표적인 다단계업체인 웅진코웨이가 사법적 법망에서 빠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지익상)는 지난달 25일 불법 다단계판매업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웅진코웨이와 나드리화장품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이후 이들 기업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이들 기업은 인력공지를 내고 판매원을 따로 구했기 때문에 물품소비자가 판매자로 나서는 다단계 판매업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3단계 이상의 판매원 조직을 구성하는 등 일정 부분이 다단계 판매 행태에 속하기는 하지만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법적 미비점을 개선할 새로운 법안의 입법마련을 위해 공정위와 관련 법 개정 논의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업체에 대해 무혐의 처분으로 끝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정위와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공격적 M&A(인수 합병)를 통해 그룹을 재계 서열 50위권에 진입 시켰다. 6600억원을 들여 2007년 6월 극동건설을, 올 초 새한을 810억원에 인수했다. 건설에 진출한 지 7개월 만에 화학에도 손을 뻗친 것이다.
웅진그룹은 2006년엔 태양광 발전 관련 회사를 세웠고 앞으로 수(水)처리 사업(폐수를 정수하거나 공업용으로 쓸 수 있도록 바꾸는 것)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끊임없이 영토 확장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천억원대의 자산가인 윤 회장은 왜 이렇게 사업 다각화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그룹을 키울 수 있는 성장 산업을 찾기 때문이라는 공식답변과 달리 재계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윤 회장이 지금까지 해온 사업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가장 큰 단점은 때마다 불거지는 불법 판매 논란이다. 법령에 따르면, 웅진 같은 방문판매업자는 다단계 판매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 방문판매나 다단계는 모두 합법이지만 경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방문판매 업자가 고용한 판매원이 또 다른 판매원을 고용해서 수당을 주고 물건을 사도록 강요하면, 방문 판매가 아니라 다단계 판매를 한 것으로 취급된다.
잇단 인수합병 속내는?
실제로 공정위 고발도 당했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이야 법대로 하면 되지만, 문제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경계가 현실에서는 아주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본지에 제보한 전 웅진 판매원들이 벌이는 안티 운동도 부담이다.
웅진의 구 사업은 결국 이런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윤 회장이 방판을 접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윤 회장이 방문판매업으로 일어섰고 위기도 방문판매업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브리태니커 판매왕 출신 방문판매 달인
웅진그룹은 방문판매업계의 ‘모범교과서’로 불린다. 국내 정수기업계의 일인자인 ‘웅진코웨이’처럼 웅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방문판매였기 때문이다.
방문판매업계에서 웅진그룹이 발군의 역량을 보이는 데는 윤석금 회장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민 윤 회장은 입사 한 달 만에 국내 판매 1위를, 1년 만에 세계 판매왕을 차지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방문판매의 달인이다.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출판을 세워 사업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윤 회장은 이 회사에 10년을 채 안 다니고 어린이용 학습 교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후 윤 회장의 웅진씽크빅(헤임인터네셔널이 모체)은 학습 교재 시장에서 탄탄한 바탕을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식품회사인 웅진식품, 정수기 회사인 웅진코웨이를 만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때도 역시 방문판매의 위력을 발휘 렌털 비즈니스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