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회장 ‘땅 부자’ 비법

일본서 익힌 부동산투자 국내에 접목

2008-05-27     박지영 기자

롯데그룹이 국내 최고 땅 부자로 확인되면서 신격호 회장의 남다른 땅 투자 비결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약 11조원. 이는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일례로 롯데가 국내에 보유한 땅 값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보다 3조원 가량 높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남다른 ‘땅 투자’ 비법을 살펴봤다.

신격호 회장의 남다른 땅 투자 비결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땅 부자’ 롯데의 비결은 풍수지리에 일가견이 있는 신격호 회장의 타고난 땅에 대한 식견 덕분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은 중요한 매장이나 유통점을 열 때 직접 참석해 땅의 기운과 함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국내 부동산 부호 1위

재일동포 사업가 출신인 신격호 회장은 이미 일본에서 80년대 부동산 재벌로 이름을 날렸다.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만해도 신 회장은 일본 곳곳에 알짜배기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당시 세계 4위 거부에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의 서울 명동격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부지는 현지 최고 수준의 땅값을 자랑한다.

롯데그룹 관계자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에서 부동산 열풍이 식기 전까지 만해도 신 회장이 일본 재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동산 거부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땅을 보는 데 타고난 안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격호 회장은 한번 점찍은 땅은 몇 년이고 기다렸다가 금싸라기 부지로 만들어 개발하는 끈기도 보였다. 일단 부지를 확보하고 나중에 개발호재를 만드는 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이다.

실제 신 회장은 서울 잠실의 땅 8만7681㎡(26만여평)을 10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신 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를 짓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땅은‘제2롯데월드가 들어선다’는 소문과 함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 계양산 골프장도 신 회장에서 수억원의 이익을 안겨줬다.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골프장 건설 조건부 동의를 얻어낸 신 회장은 이로써 ‘대박’을 터트리게 됐다.

신 회장은 이미 10여년 전에 해당 부지를 매입해 놓은 상태였다.

한편 신격호 회장은 경기 오산시 부산동 2번지와 4의 1번지 일대 밭 10만2399㎡(34만여평)를 부지확보 목적으로 지난 73년 사들여 수 십 년간 개발 없이 묶어 뒀다가 최근 롯데장학재단에 무상 증여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귀신도 놀랠 땅 투기 수법

하지만 지금의 이 모든 결과가 합법적으로 일궈낸 것만은 아니다.

신 회장은 외국인이 국내 토지를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70년대 후반 외국 국적자인 두 아들(당시 20대) 등의 명의로 토지를 구입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외국 국적인 두 아들을 내세워 매입한 땅은 당시 외국인토지법에 위반된 것으로 등기부에 소유권자로 등재돼 있더라도 매매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하며 이 같은 법적 무효성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 일가가 과거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보유했거나 현재 보유 중인 땅은 문정동 280번지(차남 신동빈 부회장 소유), 390번지(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 명의), 509번지(조카 신동인씨 명의) 등 총 3만여평.

당시 신 회장은 이 땅을 평당 5만원선에 구입해 원주민(소작노)들에게 임대해 주고 소작료도 매년 꼬박꼬박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던 2004년 신 부회장 소유의 문정동 280번지 땅 7000여평이 당시 송파구가 추진 중이었던 동남권유통단지 사업지구에 포함됐다.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할지라도 정부에 내놔야만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재계 총수라는 공인의 입장도 뒤로 한 채 정부의 명령에 불복했다.

당시 토지수용권자였던 SH공사에 따르면 신 회장 일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협의매수를 거부해 사업에 차질을 빚게 했다. 결국 SH공사는 2005년 토지수용 공탁을 걸고 그해 5월 말 강제 수용했다.


부동산투기도 부전자전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신격호 회장의 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두 아들인 일본 롯데 신동주 부사장, 한국 롯데 신동빈 부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신동빈 부회장은 지난 80년대 초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의 논밭을 대거 사들이는 등 부동산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신동빈 부회장 또한 2005년 5월 일본 국적자 신분일 당시 국내 논밭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한 차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의욕이 넘치는 땅 투자가 롯데 가족 간 분쟁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96년 6월 신격호 회장은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를 둘러싸고 막내 동생인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과 법정분쟁을 벌였다.

또 이보다 앞선 1960년 초에는 둘째 남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부동산소유권을 두고 심하게 다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