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공룡 두산, 중앙대까지 노림수
“재벌 대학소유 이윤추구로 변질될라”
2008-05-20 김종훈 기자
두산그룹은 중앙대와 학교법인 매각ㆍ인수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2일 체결했다. 협약내용은 지난 14일 법인이사회에서 상정돼 가결됐다. 인수금액은 1200억원으로 재단법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출연하고 캠퍼스 건립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중앙대는 최근 중앙대병원을 지으면서 부채 규모가 330억원대에 달해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두산측은 공식적으로는 ‘사회공헌’ 차원이라지만 인수배경에는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 진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특히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하면 다양한 세금 특혜를 받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의 사학소유가 대학을 학문의 장에서 이윤추구의 장으로 변질 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중앙대 인수 배경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이라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대의 두산그룹 새 재단 영입 배경에는 재정난이 깔려 있다. 우선 재일교포 출신인 김희수 현 이사장의 자금 여력 약화다.
일본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일본 내 다수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던 김 이사장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이다. 두산의 중앙대 인수배경도 다른 대기업의 대학 인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할 경우 다양한 세금 특혜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병원 사업에 눈독 치밀한 사전조사
이와 관련해 중앙대 민주동문회 한 관계자는 “순수학문 연구의 장인 대학을 재벌그룹이 소유하게 되면 순수학문의 장에서 이윤추구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며 “일부 대기업이 문화재단, 공익재단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 등 탈세의 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대기업의 대학인수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성균관대, LG는 천안 소재의 연암대학, 진주 소재의 연암공대, 현대는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를 소유하고 있다.
중앙대 매각은 지난 14일 중앙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가결됐고, 오는 28일에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새 이사진이 6월초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얻으면 중앙대의 매각 작업은 마무리된다. 법인의 이사진은 두산그룹의 6개 계열사가 지명하는 사람들로 교체된다.
국내 재계서열 8위권인 두산이 1200억원을 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확정되면서 학교 뿐 아니라 중앙대병원의 경쟁력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 중앙대는 경기도청, 하남시와 ‘글로벌 캠퍼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제3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삼성그룹이 성균관대를 인수,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이며 연세대와 고려대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했다.
특히 성균관대의대는 삼성의 인수 후 장학금 지원과 삼성서울병원 진출 등을 내세워 서울대 수준의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의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인재들이 몰렸고 부속병원인 삼성서울병원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수한 교수진, 양질의 시설 등으로 환자유치와 더불어 인지도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처럼 중앙대병원도 두산그룹의 인수로 자금줄이 확보돼 그동안 자금 압박으로 미뤄온 병원 증축과 함께 종합전문요양기관(3차 병원) 진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번 매각 배경과 관련해 “현재 김희수 중앙대 이사장이 재일교포 출신인데다 고령(84세)의 나이 때문에 학교를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자녀들은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교육사업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게 된 것은 기업이미지 개선이 주요한 이유지만 병원사업에 대한 관심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세금특혜나 다른 목적에 관심 우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으로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 진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특히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하면 다양한 세금 특혜를 받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속병원을 둔 대학을 인수하면 부속병원 운영을 통해 인재확보와 사회공헌 그리고 병원 이윤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가 좋은 예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게 되면 삼성(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현대중공업(울산대의대 아산병원)에 이어 제3의 재벌 소유의 대학병원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중대 측도 두산그룹의 인수로 인해 흑석동 중대병원 신축에 따른 부채 330억원에 대한 재정난도 해소할 수 있어 반기는 입장이다.
두산이 매년 재정 지원을 하게 되면 다른 대기업 병원들을 따라잡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대병원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인수에 대한 직원들이 막연한 기대감이 크다”며 “병원 신축에 따른 자금 압박도 해결되고 200여억원의 부채도 탕감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대병원은 올 초 4월 증축(450여 병상)을 예고했다가 9월로 미룬 병원 증축이 이번 인수로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다.
외견상으로는 환경영향평가가 지연의 원인이지만 실제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금줄의 확보로 숨통이 트이면 철도공사와의 부지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중대용산병원도 낙후된 이미지를 벗고 새 단장 할 전망이다. 두산의 자금지원으로 병상증축, 우수인재 확보, 시설 투자가 제대로 되면 오랜 숙원이던 종합전문요양기관(3차병원) 진입도 무난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권호석 중앙대 의과대학동문회장은 “그 동안 재단 측의 투자가 많지 않아서 우려가 많았기에 두산 측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세금특혜나 다른 목적에 관심이 있어 인수만하고 투자는 뒷전이거나 성실한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면 동문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현 두산건설회장 중대 이사장 유력
박용현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는 등 실질적인 두산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MBA코스 대신 의대를 나온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중앙대 인수 후 신임 이사장이 의사출신인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중대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의대에서 수련의와 전문의, 그리고 의학박사까지 받고 각종 요직을 두루 거쳐 병원장까지 지낸 정통파 외과의사 출신이다.
그러다 2005년 연강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일에 발을 담궜고 지난해는 두산건설의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두산건설 회장직에 오르기 직전까지 대한외과학회 회장 일을 맡았고 아직도 서울대의대 명예교수직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의사로서의 애착과 자부심이 상당하다.
#‘대학의 상업화’ 우려
두산그룹은 우리나라 재계순위 11위다. 올해 매출액이 23조원 정도로 해외에만 120여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M&A를 통해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와 중공업, 건설, 주류, 출판, 의류, 패션몰 타워 등 총 27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동대문 ‘두타’로 알려진 두산타워는 패션몰 운영과 함께 부동산 임대업, 주차장 운영까지 하고 있다. 최근 대학의 상업 시설 입점에 관한 비판이 대학 사회에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두산의 중앙대 인수 또한 학내 학생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대 동문회 한 관계자는 “두산 인수 후 계열사 상업시설들이 학내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학교가 학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쇼핑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더 크게, 더 높게
1990년대 초반, 의료계 역사에 빅뱅을 몰고 온 두 매머드 병원(삼성병원, 아산병원)의 탄생이 신호탄이었을까. 이후 국내 병원계에서 ‘대형화’는 늦추기 힘든 고삐다. 그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서울대병원뿐 아니라 빅5 병원 중 감히 어느 누구도 우열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백중지세다. 지금 병원계는 일대 격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병원의 몸집 불리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000병상, 서울아산병원은 600병상, 삼성서울병원은 700병상, 가톨릭의료원은 1200병상을 신축, ‘규모의 경제’를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는 무려 1만 병상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는 수시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대의료원이 이제 합류해 경쟁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경쟁력의 핵심 암센터 증축 붐
이제는 대형 병원의 ‘핏줄’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암센터 신·증축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형 병원의 몸집 불리기가 단순한 계산이 아닌 생존의 전제 조건이 됐다는 방증이다.
우선 2009년 완공 예정인 서울대병원 외래전문암센터는 9915㎡(옛 3000평)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다. 연세의료원도 암센터 내 800병상을, 강남성모병원 역시 600병상을 확보하면서 매머드급 암센터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신관을 세우고 전문 암센터로 특화했다.
650병상으로 3000억 원이 투입돼 암센터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특수 공법을 동원한 이 건물은 지하만 무려 8층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현재 증축 중인 신관이 완공되면 13층 규모인 서관 전체를 리모델링해 올 6월부터 600병상을 갖춘 독립된 대형 암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쯤 되면 2000병상을 훌쩍 뛰어넘은 초대형 병원들이 수년 내에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다.
작지만 특화된 기업보다 어느 정도 기업 규모가 커야 대량생산과 그에 따른 가격 주도력으로 사업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계에서도 규모의 경제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형 병원들이 암 진료 시스템을 바꾸고 확장하는 것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암 치료 의료 시장은 앞으로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