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접고 기지개 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10년만에 전경련회의 참석 디자인경영에 1천억 투자
2008-05-15 김종훈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디자인이 그룹의 핵심역량이라며 올해 디자인 경영에만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일 서울 역삼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그룹 최고위 경영층과 디자인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LG그룹의 디자인 분야 투자는 2006년 780억원, 지난해 880억원에 이어 해마다 100억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640명이었던 디자인 전문인력도 올해는 700명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총체적 디자인 융합에 총력”
구 회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개별 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객 생활공간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총체적 디자인에 힘을 쏟아 달라”고 당부했다. 가전제품과 인테리어, 생활용품 등 LG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이 한 주거 공간 내에서 어울릴 수 있도록 LG만의 일관된 디자인 콘셉트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라는 의미라고 LG그룹 측은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 계열사로 구성된 LG디자인협의회로부터 각 사와 그룹 전체의 디자인 전략을 점검했다.
이번 전격선언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LG의 10년 반목에 봄이 올 조짐이다. 지난해 말 전경련 회장단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상견례에 모습을 드러냈고 청와대 만찬에도 참석했다.
전경련과 LG의 소원한 관계는 지난 1998년 DJ정부 초기 이른바 빅딜이란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덩치가 컸던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로 넘어간 이후 구 회장은 중재자 역할을 했던 전경련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식 같은 기업을 반강제적으로 빼앗겼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고 스스로 ‘(전경련과) 인연을 끊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전경련과 반목 해소되나?
이런 서운함과 원망은 전경련 주최 행사나 모임에 일체 나가지 않는 것으로 표출됐다. 그 뒤 LG반도체를 인수했던 현대전자는 부실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 기업이 된 후 수년째 뚜렷한 인수 후보 한 곳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마저 하락세를 거듭해 회사 매각 작업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