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코리아, 1000억 탈루 로비의혹 전모
“국세청 고위간부에 로비했다”
2008-04-29 박지영 기자
국내 최대 외국계 담배회사인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가 한국법인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최근 세계적 담배회사인 BAT가 한국법인인 BAT코리아를 통해 1000억원대 수익을 탈루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까지 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 같은 사실은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검찰은 “BAT코리아 측이 거액의 세금추징을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 고위간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내부 진술을 확보, 혐의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던힐’로 유명한 세계적 담배회사인 BAT가 또 다시 도덕성에 흠집을 입게 됐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최근 거액의 수익을 탈루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BAT코리아의 세금 탈루는 2003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BAT의 같은 계열사로 네덜란드 소재 로스만스파이스트(RFBV)란 회사로부터 담배 ‘던힐’의 완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해 왔다. RFBV는 던힐의 제조·판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가짜 세금계산서가 단서
BAT코리아의 수익 탈루는 가짜 세금계산서로 인해 꼬리를 잡혔다.
BAT코리아는 그동안 RFBV로부터 던힐을 공급받으면서 이전가격(다국적 그룹내 계열사간 거래금액)보다 비싸게 산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조작, 1082억원의 수익을 탈루했다.
이러한 혐의는 국세청 세무조사 때 여실히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BAT코리아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686억원어치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도 덜미를 잡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 2005년 12월 모두 568억원의 과세예고통지를 했다.
그러나 BAT코리아 측은 국세청의 이러한 처사에 불복, 곧바로 과세적부심을 신청했다.
BAT코리아와 국세청 간 시시비비는 세 차례나 반복됐고, 결국 실제 세금추징은 1년 뒤인 2007년 12월께 이뤄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BAT코리아가 과세금을 줄이기 위해 국세청 고위간부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16일 “서울지방국세청이 2005년 12월부터 1년간 BAT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무마하려는 압력과 로비가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있어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국세청 고위간부는 지난해 3월 세무조사반원들로부터 “BAT코리아가 RFBV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소득을 빼돌린 의혹이 있으며 700여억원의 세금을 추가 징수해야 한다”는 진정을 들었지만, 모르는 척 넘어갔다. 이에 로비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검찰은 최근 국세청 직원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내부 진정은 한 달 만에 취소됐다. 이는 BAT 측의 로비를 받은 국세청 간부들이 압력을 넣은 결과”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국세청을 상대로 한 로비를 모 회계법인에 근무 중인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가 주도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국세청이 56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로비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당시 BAT코리아 탈세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간부는 “내부 진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도 “당시 모든 과세쟁점에 대해 과세조치는 물론 관련 법률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2001년 이어 두 번째 포착
이와 관련 BAT코리아 측은 “로비는커녕 과잉조사에 죽을 맛”이란 입장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세금을 탈루하거나 이를 위해 로비를 한 적이 없다. 국세청 조사기간 중 단 한차례의 향응성 접대도 없었다” 며 “오히려 지난 1년간 과잉조사를 벌인 데 대해 거꾸로 항의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세청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특히 국세청이 2006년 6월 개정된 국제조세조정법률을 소급 적용해 이전가격을 과세했다”며 “국제심판원의 판결에 따라 행정소송을 거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BAT코리아는 필립모리스코리아·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와 함께 2001년부터 담배를 수입하면서 운임과 광고단가 등 수입단가를 고의로 낮춰 관세와 부가세를 탈루한 사실이 2003년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 3개사는 총 132억원을 추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