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파격인사 논란
현대제철 사장 교체한 까닭은?
2008-04-29 박지영 기자
정몽구(MK)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 회장의 인사스타일은 ‘럭비공 인사’로 유명하다. 때 아닌 ‘깜짝 인사’는 물론, 내용도 가히 파격적이다. 임명한 지 1년도 안된 사장을 단칼에 경질하는가 하면, 쫓아냈던 임원을 다시 불러 중용하기도 한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 ‘현대차 임원은 임시직’이란 말이 나도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호사가들은 MK식 인사스타일에 대해 “국내 최대 자동차그룹 인사로 보기엔 너무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 행적을 되짚어 봤다.
국내 재벌그룹 총수의 인사스타일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의 인사스타일은 흔히 ‘엘리베이터 인사’로 불린다.
한 임원이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정 회장과 마주쳤을 때 “아니, 자네 아직도 회사 다니나”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목이 잘리기 십상이다.
반대로 “그 사람, 요즘 왜 안 보이나”하면 죽었던 사람도 다시 살아난다.
현대제철 1박2일 머문 뒤 파격 인사
최고경영자(CEO)를 자동차 부품 교체하듯 바꾼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마디로 예측불허인 셈이다.
정 회장의 인사스타일과 관련 계열사 한 고위임원은 “직원들 간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MK식 수시인사가 또 다시 재계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김태영 사장이 대표이사 취임 3개월 만에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부터다.
특히 이번 인사는 지난달 28일 정 회장이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을 점검한 뒤 전격 단행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 측은 김태영 사장 개인의 일신상 이유일 뿐 확대 해석치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 관계자는 “김 사장이 격무로 건강이 나빠져 의료진과 가족의 요구 끝에 사임을 결심했다”며 “건강 외에 다른 사임 배경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다른 해석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MK식 수시인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을 방문, 1박 2일간 그곳에 머물며 공장 곳곳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러나 재계 일각은 통상 당일 코스로 현장 방문을 해온 정 회장이 꼬박 하루를 일관제철소에 머문 것부터 낌새가 이상했다고 한다.
당초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었으나, 현장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체류가 길어졌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스케줄까지 바꿔가며 하루를 더 머문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며 “현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뭔가 정 회장 마음에 안 들었고, 그게 인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MK식 인사에서 일반적인 관행은 통하지 않는다. 쫓겨났던 임원이 다시 돌아와 초고속 승진하기도 한다.
한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사표를 쓰거나 퇴진 수순을 밟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정 회장은 문책성으로 물러나거나 퇴직한 임원들까지도 다시 기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 회장 특유의 ‘컴백형’ 인사스타일인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4월 1일 김용문 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 그룹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했다. 그룹 경영전략과 인사를 책임지는 핵심 요직으로 그룹 내 2인자 자리다.
‘깜짝 인사’ 넘어 ‘파격 인사’
그러나 재계 안팎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98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끝으로 무려 10여년 간 현대·기아차그룹과 인연을 끊고 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그룹은 김무일 부회장, 윤국진 사장 등이 그룹에 다시 복귀했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박정인 수석부회장이 현대차IB증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따른 후속인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현대·기아차 그룹은 정 회장식 인사에 분주한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 현대·기아차그룹 임직원들은 김 부회장을 잘 몰라 각 팀별로 신상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사회생한 사람은 김 부회장 외에 또 있다. 지난달 기아차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익환 전 기아차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5년 말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그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 기아차 고문 등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2년 만에 기아차 부회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