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미술관 폭풍전야

사모님들‘좌불안석’

2008-02-26     박지영 기자

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벌가 사모님들이 요즘 좌불안석이다. 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이 특검팀 수사대상으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부터다. 그간 공공연하게 비밀로 여겨왔던 미술관 ‘돈세탁’관행이 이제와 문제시 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사실 재벌미술관 사모님들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부인이자 성곡미술관장인 박문순씨가 ‘신정아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처럼 여겼었다. 하지만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좌장격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특검팀 수사대상에 오르자 그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예의 고상한 모습은 어디가고 자칫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미술계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소문을 뒤쫓아 가봤다.

홍라희·박문순 관장 못지않게 미술관 운영에 애정을 쏟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부인 정희자씨다. 그녀는 현재 경주 아트선재미술관과 서울 아트선재센터 관장을 겸하고 있다.


호사가들 입방아에 ‘움찔’

이러한 와중에 경주 미술관 쪽에서 귀가 솔깃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나돌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미술계를 중심으로 전해진 소문의 실체는 이렇다. 정씨가 관장으로 있는 미술관과 같은 법인인 경주 힐튼호텔에서 최근 유명 작품들이 하나 둘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호텔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미술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대우그룹이 망한 후) 김우중 전 회장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샀다가 삼성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숨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쪽은 “당치도 않은 억측일 뿐”이란 입장이다. 그곳 관계자는 “경주 힐튼호텔에 전시하는 미술작품은
변화를 주기 위해 바꿔주는 것일 뿐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뒤이어 잘 알려진 재벌가 미술관장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꼽힌다. 최근 그녀의 이름 석 자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노씨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을 모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의 뒤를 이어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미술관(현 아트센터 나비)을 관리하고 있는 노씨가 미술품 거래를 통해 개인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심지어는 거액의 구체적 액수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SK쪽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은 작품을 직접 거래하지 않을뿐더러 여러 작품을 갖고 일정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식”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재벌 회장 부인이 뭐가 아쉬워 그러겠느냐”고 일축했다.

이 밖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강자씨가 운영하는 금호미술관이 갖가지 구설에 휩싸였다. 미술품을 팔아 중간마진으로 수억을 챙긴 신정아 사건처럼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