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하나로텔레콤 인수전’

“SK는 공공의 적 ”

2008-01-14     김종훈 기자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LG그룹 통신 3사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결사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KTF 등도 입장을 유보하다 조건부 허가안을 제출해 정통부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LG데이콤, LG파워콤, LG텔레콤 등 LG그룹 계열3사는 지난 2일 SK의 하나로 인수와 관련‘인가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 12월 초 KTF와 함께 “경쟁제한성 심화가 우려된다”는 공동입장을 표명한 후 KTF와 KT와의 합병 등을 염두에 두고 한발 물러난 후 ‘조건부 동의안’이 제출되자 적극적인 반대 노선을 펼친 것이다. SK의 하나로 인수는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으나 인수위의 정통부 폐지가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복병을 만난 셈이다. 하나로 인수를 둘러싼 양사의 대립 파열음을 취재했다.

SK텔레콤과 LG계열 3사의 첨예한 대립은 그 의미가 깊다.

SK에게는 이번 하나로 인수가 무선시장에 이어 유선시장까지 ‘SK제국’ 완성을 위한 ‘마지막 통신전쟁’이다.


21세기 마지막 통신전쟁 점화

특히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는 남다르다. 그에게 유선통신 서비스시장으로의 영토 확장은 한국 재계 3위로서 SK그룹의 앞날을 결정짓고, 선친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LG 진영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수합병이 SK에게 머지않아 통신서비스시장을 독식할 기회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자칫 SK의 뜻대로 이뤄지면 결국은 시장에서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기에 신경전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LG그룹 통신3사는 건의문에서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통신시장의 복점구조가 고착화돼 경쟁제한성이 심화되고 소비자의 이익이 저해되며, 후발 사업자의 공멸 등 건전한 통신시장 발전에 저해된다” 며 반대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들은 또 “통신시장 환경은 정부의 경쟁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무선 지배적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통신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많이 만들어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그나마 있는 사업자 숫자마저 줄어든다면 경쟁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신시장이 KT와 SK라는 거대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선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마저 SK가 인수하면 시장
독점 현상이 심화돼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초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LG데이콤 관계자는 “그동안 유선시장에 기여한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유선시장에서 기여한 바도 없는 SK가 하나로를 인수하다는 것은 시장의 80% 차지하는 복점사업자의 구도를 확고히 해 시장경쟁을 저해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KT와 KTF도 향후 합병 가능성에 따라 시각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LG그룹 통신3사와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LG그룹 통신3사의 주장은 시장진출을 우려한 딴지걸기식 비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통부는 SK 장학생”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가 최종 승인되면 유선통신시장의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경쟁제한성 심화 등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방송통신융합 등 변화하는 환경에 LG그룹이나 KT그룹은 유무선전화·초고속인터넷·TV 등의 결합상품을 통한 컨버전스 경쟁에서 이미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소비자를 위한 통합 상품을 개발해 시장경쟁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 인수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 현행 비싼 통신요금이 큰 폭으로 내리고 결국에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나아가 퉁신산업이 국가 경제의 견인차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YMCA 등 시민단체는 SK는 국가 주파수 자원을 쓰면서도 그동안 통신요금인하를 늦춰왔고 가계부담만을 지워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SK는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정부의 비호 아래 현행 비싼 통신요금으로 한 해에도 수 조원의 순이익을 챙겨왔지만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는 미뤄왔다. 이런 이유에서 통신서비스시장 공정경쟁은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현실에서는 유무선 결합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로 통신서비스요금이 대폭 내려갈 것이란 SK의 주장도 수용하기 힘들다는 애기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통신시장의 양강체제를 구축해 카르텔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통신시장 문제의 근원은 정통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정통부의 ‘정책 바꾸기’를 보여주는 일례다.

그는 지난해 소비자 단체와 정치권의 열화와 같은 이동통신요금 인하 압력에도 ‘OECD 국가 간 이동전화요금비교’자료를 내세우며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오히려 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YMCA는 이 보고서가 OECD가입국과 비교됐던 국내 대표 요금이 SK의 청소년요금제로 인용돼 사실상 왜곡 날조된 통계자료라고 주장해 국감을 요청했고, 국감에서 유 장관은 OECD 보고서 인용 시 비교방법 및 절차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고,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
이 잘못 비교된 것을 인정했다.

주요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정부가 통신서비스요금 조정권을 틀어쥐고, 사업자들에게 적정이윤을 요금에 반영해주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결국 통신사업자 모두 적자를 보는 일이 없고, SK는 한 해에도 수 조원의 천문학적 순이익을 챙기고 있다. 결국 그 동안 정통부가 국민들의 가계 통신비 비중을 높이고 사기업 SK의 ‘황금알’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통신업계에서는 ‘정통부는 SK의 장학생’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 산업의 과거와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결코 뜬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SK그룹 전현직 경영진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소문의 진위는 금방 드러난다. 정통부와 산하 연구기관에 SK출신 경영진에 대거 포진해 있다.

공기업 출신 임원들이 관련기업으로 이직해 특혜를 주고 있다는 시민단체 주장과 동일선상에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는 역대 정권을 넘나들며 정통부로부터 특혜를 누려온 ‘공공의 적’이며 정통부 고위층들은 지금의 SK 고공행진을 이끈 일등공신이자 ‘SK장학생’”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