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대한통운 인수 추진 미스터리

정치논리 따른 마지막 배려 ‘의혹’ 솔솔

2008-01-10     장익창 기자

연초부터 대한통운의 매각일정과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10곳 중 수년간 변함없이 대한통운 인수의사와 자신감을 공공연히 밝혀온 유일한 곳이다.

법정관리기업인 대한통운의 새 주인은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다음달 최종계약이 맺어진다. 현 정권 안에서 이뤄지는 마지막 초대형 기업인수합병(M&A)인 셈이다.

일부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강력한 인수의지 표명을 정치적 논리에서 바라보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의지는 미스터리란 시각도 나온다.

과거 10년간 특혜의혹 속에 급성장해 온 금호아시아나가 노무현 정권에서 마지막으로 인수할 수 있는 것이 대한통운이란 관측에서다. 또 ‘대우건설 인수로 진을 뺀 금호아시아나가 수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끌어댈 수 있을 것이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02년 취임 뒤 그룹의 외형성장을 주도해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는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 수년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지’와 ‘자신감’을 비쳐왔다. 다른 희망 기업들이 비교적 관심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의향을 보여 온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은 항만·물류·택배분야를 거느린 종합물류 1위 기업인데다 부동산과 리비아 대수로공사 경험까지 지니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 이상이 추정된다. 자산규모도 1조5000억원으로 임자가 누구냐에 따라 재계순위도 단번에 바뀔 수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의지와 자신감 특혜서 비롯(?)

대한통운 매각과 관련, ‘정치적 논리’에서 해석하는 시각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10년간 정부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일궈 온 기업이란 점에서 찾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전 23개 계열사에서 지금은 5개 상장사와 32개 비상장사를 거느린 대형 기업군이다.

2006년 말 기준 자산총액 22조8730억원의 재계 7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일부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 성장배경엔 자체 노력도 있었지만 온갖 특혜로 몸짓불리기를 이뤄낼 수 있었다는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자신감도 그런 흐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의혹은 아시아나항공 설립 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8년 2월 13일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 그 때 재계 20위권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신인 금호그룹에 제2민항사 설립인가를 내줬다. 5공 세력들이 1980년 광주항쟁 유혈진압에 대한 특별 배려차원에서 광주를 뿌리로 커 온 금호그룹에 인가해줬다는 의혹들이 쏟아졌다.

그 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외환위기까지 덮쳐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적이 있었다.

군인공제회가 2003년 7월 금호타이어 주식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2005년 9월 잔여지분을 전량 팔면서 손을 뗐다. 담보력 없는 회사에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감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특혜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10년 넘게 아시아나항공의 숙원사업이던 파리노선 취항도 지난해 모든 걸림돌을 치웠다.

건설교통부는 프랑스정부와의 회담을 통해 노선인가를 한 뒤 국내법 저촉여부와 개정을 국회에 의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논란 끝에 지난해 11월 국회서 관련법이 통과됐다

재계순위를 몇 단계나 끌어 올린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입찰제안서와 다르게 자금을 끌어대고 도덕성 평가에서 경쟁자보다 유리한 점수를 받는 등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입찰제안서에서 ‘인수대금으로 자기자금 2조4279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건설 실제 인수가격인 6조4255억원 중 인수 금융과 재무적 투자자, 대우빌딩 매각대금을 빼면 금호 쪽의 자기자금은 1조3736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채점과정에서 두산은 횡령 등으로 10점 감점을 받았으나 금호아시아나는 0.01점만 감점 받았다며 특혜시비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정치적 논리에 대한 관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재계 일부에선 대한통운 인수전에 의향서를 낸 곳 중 새 정권의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중공업과 효성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밖에 인수희망기업들도 하나같이 쟁쟁한 기업들이란 점에서 정치적 관점에서의 의혹제기는 무리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의혹 제기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의혹 제기에 그쳤을 뿐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외환위기 후 이뤄진 기업인수합병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 정치적 논리에 따른 특혜의혹은 당치도 않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빨라진 매각 일정

관련업계는 대한통운의 매각일정이 지난해 하반기 후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정권이 어떻게든 대한통운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에서란 풀이도 나온다.

2001년 법정관리 뒤 대한통운 매각에 발목을 잡아온 것은 ‘리비아 리스크’였다.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의 빚 2억6700만달러로 인해 리비아정부로부터 대수로 공사 최종완공증명서(FAC)를 발급받아야만 팔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지난해 8월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이 그 해 7월 리비아정부로부터 대수로 공사의 FAC발급을 확약 받았다고 밝혔다. 중앙지법은 리비아도 대한통운의 M&A추진을 양해해줘 매각이 본격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리비아정부로부터 FAC를 발급받은 상태가 아니다. 새 주인이 결정된 뒤 공식적으로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합의만을 갖고 법원이 매각을 서두른 것은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매각절차는 이후 급속도로 이뤄졌다. 그 해 10월엔 대한통운 인수합병 주간사로 메릴린치증권-법무법인 태평양-삼일회계법인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매각주간사의 실사를 거쳐 12월엔 인수희망기업에 대해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금호아시아나·한진·CJ·STX·GS·현대중공업·효성 등 10여 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달 16일까지 인수제안서를 접수받은 후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다음 달 최종 계약체결로 대한통운 새 주인이 나올 전망이다.

메릴린치증권 관계자는 “평가기준 등 지금까지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다만 법원 방침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매각일정을 진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일정은 사법부인 법원이 모든 사안을 통제하고 있다. 정치, 행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수자금 마련 어떻게 고민

대한통운의 인수액은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만만찮은 액수다. 매각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입찰방식을 적용한다. 신주발행규모는 발행 주식 수(1600만주)의 150%인 2400만주에 이른다. 따라서 대한통운 인수기업은 신규발행주식을 포함한 전체 주식의 60% 지분을 얻어야 인수할 수 있다.

법원은 2조4000억원(1월 3일 종가기준 10만300원)이란 최저 매각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인수대금은 4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와 관련업계로부터는 대우건설 인수에 진을 뺀 금호아시아나가 과연 제대로 돈을 조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막대한 단기차입금을 장기로 돌리고 있다고는 하나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까지 인수한다면 유동성에 나쁜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금호산업이 주체가 돼야 하나 이번 금호컨소시엄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렌터카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를 선언한 금호산업은 이번 컨소시엄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빚을 내 대한통운 인수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했다. 그 해 9월말 기준으로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은 266.5%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투입으로 168%까지로 낮아져 지주회사 요건인 부채비율 200%를 이행한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밝힌 증자이유다.

그러나 유상증자의 진짜 목적은 대한통운 인수전 등 M&A를 위한 ‘실탄’확보용이란 분석이 대세를 이룬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내부유보금, 자산, 유가증권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의향을 밝힌 곳이 많
아 자금조달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컨소시엄구성과 관련, 금호산업이 빠졌다는 것은 시장의 관측일 뿐이다. 인수자금 조달계획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전략상 극비”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한결같이 대한통운 매각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공정한 절차에 따른 새 주인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대한통운 인수를 하겠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이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