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국 국경 없어진 유럽

불법이민 극성 사회문제

2008-01-02     정우택 편집위원
셍겐조약 후 ‘유럽 2등 국민’ 여행 자유화 영향

유럽연합(EU) 24개국의 경계가 없어졌다. 같은 EU 회원국이면서도 서유럽 사람들끼리만 국경에서 여권 검사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해왔으나 12월 21일을 기해 동유럽 사람들도 같은 대우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서유럽 15개국 사람들은 1985년에 체결된 ‘셍겐 (Schengen)'조약에 따라 여권검사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여행했는데 이번에는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몰타에게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 9개국 사람들은 지금까지 ‘유럽의 2등 국민’ 대우를 받았지만 셍겐 조약으로 서유럽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얻자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미렉 토폴라넥 체코 총리는 1989년의 베르린 장벽의 붕괴에 이어 2번째 장벽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EU의 안보대표인 프랑코 프라티니 씨는 이번 조치는 중유럽, 동유럽 사람들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등속의 불평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이제 쓸모가 없어진 여권 인지를 싸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동유럽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에 있는 것과 달리 서유럽 국가들은 불법 이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헝가리의 한 마을에서는 아프카니스탄 사람 몇 명이 집의 뜰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

폴란드나 헝가리 등의 국경도시에서는 옛 소련 국가들은 물론 중국이나 몽골, 이라크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온 불법이민자가 자주 눈에 띈다. 어떻게든 동유럽 국가에 일단 들어가면 서유럽 국가는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서유럽 국가에 들어가려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쪽 국경을 넘어야 했고 그럴 때는 밀입국 브로커에게 수천에서 수만 달러를 주어야 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은 이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국경을 넘을 필요가 없게 됐다.

보안이 취약한 중ㆍ동유럽을 통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유럽은 중앙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입국하고 싶은 곳이다. 틈만 나면 입국을 노리고 있다. 마치 멕시코 등 남미 사람들이 어떻게든 미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과 같다.

셍겐조약이 동·서유럽을 조화롭게 하나로 엮을지, 아니면 불법이민을 부추길지 는 두고 봐야 한다.

서유럽 사람들은 불법이민을 걱정하고, 동유럽 사람은 서유럽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는 사이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셍겐조약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든 서유럽으로 몰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