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

-억눌린 자 쳐들고, 굽은 것 펴는 ‘초심’ 잃지 않기를-

2007-12-24     현유섭 기자

지도자를 뽑는 일은 희망을 사는 일입니다. 무한경쟁 글로벌 시대를 맞아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자 축제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희망의 근거’입니다. 압도적 표차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주식회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명박님께 존경과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하신 첫 소감을 기억합니다. “말보다 일 잘하는 대통령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정치권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거대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권까지 움켜쥐었으니 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더구나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이 이명박님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니 이보다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기자는 ‘정치인’ 이명박님을 세 번에 걸쳐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출마선언 후 두 번, 2006년 대통령 출마선언 후 한 번입니다. 이 자리에서 과거 만남을 회상하는 이유는 인터뷰 당시 이명박님이 들려준 얘기를 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빛바랜 취재수첩을 뒤적이다보니 유독 이명박님의 어머니와 정주영 회장에 대한 술회에 밑줄이 쳐 저 있더군요. 존경하는 어머니로부터 사회를 위해 빛과 소금이 되라는 인생교훈을 얻었고,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기업경영과 사회봉사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는 내용이지요.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한 얘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생계를 위해 리어카를 끌며 뻥튀기장수를 했던 일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막노동, 학업을 포기할 시점에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포항 동지상고 야간에 장학생으로 들어간 사연, 고려대 경영대 입학 후 등록금이 없어 고생할 때 청계천 헌책방주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줬던 일, 6·3시위를 주도해 옥고를 치를 때 어머니가 면회와 걱정대신 격려를 해줬다는 일, 기관지확장증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던 사연, 시위전력으로 취직이 안 될 때 청와대에 편지를 써 도움을 받았던 일, 현대건설에 입사해 ‘세일즈맨의 성공신화’를 창조했던 일, 청계천복원과 버스전용차선제 청사진 등이 적힌 취재수첩을 곰곰이 뒤적였습니다. 주로 눈물과 땀에 젖은 빵을 먹은 얘기와 국가경영 비전 이었지요.

빛바랜 취재수첩을 뒤적이며 과거를 돌아본 이유는 이제 대통령으로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몸소 노점상을 경험했기에 사회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시지요. 대학입시는 어떻습니까?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이 가실 줄 모릅니다. 공교육 붕괴, 사교육 팽창은 심각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개 숙인 가장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 횡포에 숨죽이며 연명하는 중소기업들의 한숨소리가 높아 갑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목과 술수, 불신과 증오, 부정과 변덕, 편법과 한탕주의가 팽배합니다.

소위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 합니다. 국가정체성 위기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주변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로 시작된 미국 경제 침체는 좀처럼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전세계를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나 곡물가는 어떻습니까? 경제전문가들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 대한민국호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명박님! 이제 국가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대통령으로 일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목인석심(木人石心)의 자세 유지하세요.

이명박님이 졸업하신 고려대 교가에 이런 말이 있지요. “억눌린 자 쳐들기에, 굽은 것 펴기에 쓰리로다 부리로다 이 힘과 이 생명.”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과 역량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발휘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부디 5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퇴임할 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남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