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걸겠다"부터 위조서류 들먹이는 사람들까지
명동 '재야' 금융권 뒷골목 25時 <49>
2007-12-16 박지영 기자
명동 같은 사금융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다른 업종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다보니 별의별 상황을 다 보고 듣게 된다. 특히 돈이 필요한 곳이나 돈이 움직이는 시장이다 보니 세상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있다.
기업에서 자금이 필요하다. 상황이 어떻다. 하는 것은 늘 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양을
보면 기업의 문화는 물론이고 오너들의 습성이나 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 중견 건설사의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보통으로 일어나는 소문이나 상황에도 아주 민감하다.
민감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오너의 명령이 직원들에게는 거의 법으로 느껴지는 정도다. 직원들은 상대방과 합리적으로 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회장님 지시다. 할 수 없다. 없다면 소송하겠다.’ 일상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상에 소송해서 잘되는 회사 별로 본적이 없다.
또 다른 회사는 회사의 직원들이 어렵다는 이야기에도 무덤덤하다. 한마디로 만성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패배적인 분위기와 문화로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갈지 참 답답하다. 최근 1차 부도가 난 회사는 몇 년 전에 명동시장에서 자신들의 회사 할인금리가 왜 올라가냐고 강하게 항의한 적이 있다. 그때 그 회사의 중요 임원이 직접 정보를 제공해주는 회사에 찾아와서 강하게 항의 하는 것 정도가 아니다. 대표가 전화를 해서 고소를 하느니, 소송을 하느니 하면서 전화로 항의하였다.
사실 소송이니, 고소니 이런 말은 마지막에 하는 말이다.
기업을 하면서 최고경영자는 협상의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 중간책임자들이 협상을 진행하고 최고경영자는 마지막에 결정 하는 모양이 연출되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그러니 직원들의 설자리는 없는 것이다.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들도 설자리가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일을 할 것이며 회사에 충성을 한다는 말인지 참 답답하였다.
기업에서 임직원이 제대로 의견을 내지 못하면 그 기업은 생명력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이것만이 아니다. 각종 개발사업계획이나 상거래상에서 자금이 필요로 하는 상황은 거의 다 겪거나 볼 수 있다.
기업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몇 천억원이 필요하다. 몇 백 억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 기업에서 오너가 결정하면 바로 써야 한다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이야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비자금 세탁 같은 아주 흔한 사기수법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몇 백 억원짜리 통장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고 과시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확인해보면 겨우 1원이 들어있는 통장인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위조한 사기서류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런 위조서류에 흔들린다. 아마도 불빛을 따라가는 불나방들도 불빛에 흔들려서 흔들리는 모양이다.
정보제공 : (주)중앙인터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