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도 수난사’ 종결되나?
해외투자 최대규모 제철소 건설 ‘난항’
2007-12-14 백은영 기자
“미국 재건을 위한 인디언 학살과 같다. 공장을 짓기 위한 부족민의 탄압이다”
인도의 오리사주에서 29개월째 전쟁 같은 유혈사태가 하루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납치, 폭행, 사망, 중상… 전쟁터를 방불하는 사건들이 인도 현지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주민 500여명은 PPSS라는 이름의 결사대를 만들어 허술한 대나무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다. “폭력이 아닌 살기 위한 거룩한 항전”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이들이 결사적으로 대항하고 있는 대상은 철강 세계 5위, 국내 굴지 기업인 포스코다. 반 포스코, 안티 포스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포스코가 지난 2005년 6월 22일 120억 달러(12조)를 들여 인도 오리사주에 총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및 광산개발을 하겠다는 발표가 난 이후부터다. 이것은 한국 기업의 해외 단일투자로 최대 규모이고 인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다. 그러나 공장이 들어설 지역의 땅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부족농이 왕으로부터 불하받아 농업을 해온 부족민의 땅이라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파라딥 내 딩끼아 마을 주민 60~70% 정도가 안티 포스코이며 이들의 배후엔 인도 공산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포스코의 큰 기둥”라 말한 포스코 이구택 회장과 “한국은 동방의 등불”이라 말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 하지만 경제인과 시인이라는 차이처럼 포스코와 인도는 제철소와 철광석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제철소 건설을 반대해온 인도 공산당 간부는 만모한 싱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제철소 부지 확보를 위해 억압적인 수단을 사용할 경우 대량학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주민
“포스코가 깡패동원 폭력행사”
이처럼 제철소와 광산개발을 위한 포스코의 프로젝트는 위험하고 험난한 반 포스코 파고(波高)에 시달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만 모두 2번, 납치 억류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리사주 고빈다푸르 마을에서 새로운 공장 건설 부지로 점찍어 놓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부들과 접촉하던 도중 포스코 소속 현지인 직원 4명이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납치된 직원 중 차량 운전사와 여직원인 로살린 파리다는 곧 풀려났으나 중역인 데바시쉬 스와인, 대외협력 담당 추드리 프라팝 다스 등 2명은 억류 상태에 놓였다가 10시간 만에 풀려났다.
지난 10월 13일 11시 20분경(현지시각) 인도 오리사주 포스코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명과 현지인 직원 2명이 현지 주민들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오후 4시 30분경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동부 오리사주 자가트싱푸르에서 송전 철탑 설치 경로 확인 차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현지 주민들에게 억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이보다 더욱 끔찍한 사실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내용들도 인도 현지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인도 현지 신문인 부바네스와르와 로이터에 따르면 공장건설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지금까지 5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21일 미국출신의 한 시민운동가의 이메일 제보에 따르면 포스코 측이 깡패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9일 “토지매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와중에 포스코 측 사람인 토밀리 프라드한이 깡패들과 함께 누가운 마을의 주민들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과 시민활동가 100여명은 토밀리 프라드한 집으로 찾아가 폭력에 대한 시위를 했으나 또 다시 폭력을 행사했으며 다음날 오전 8시 깡패들이 주민들을 공격해 한명의 활동가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아이와 여자들 동원 방어벽 설치
이뿐만 아니다. 또 지난 10월 15일 인도 현지 언론인 부바네시와르 로이터에 따르면 제철소가 들어올 오리사주의 딩끼아 마을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은 주정부와 경찰을 앞세운 포스코에 대항하기 위해 아이와 여자들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진입로에 대나무로 출입문을 설치했지만 추가로 아이들 70여명을 방어 장애물 근처에 배치시켜두었으며 아침부터 9개의 출입문을 경비를 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오게 되면 그 뒤에 여성과 젊은이들이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인도와 포스코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양측이 각기 다른 생존을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풍부한 철광성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 철광석은 브라질 CVRD와 호주의 리오틴토, BHPB 세 회사가 전 세계 생산량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세계 3대 철강석 회사인 포스코, 아르셀로- 미탈, 신일철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 20%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이에 독점력을 가진 철광석 회사의 뜻에 따라 값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이회장도 “인도 프로젝트는 험난하지만 먼저 덤벼든 사람에게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 현지 주민들에게는 떠날 수 없는 생존권의 땅이다. 제철소 건설로 8개 마을에서 최대 2만 명이 이주해야하며 환경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포스코가 들어설 부지는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부족농이 왕으로부터 불하받아 농업을 해온 부족민의 땅이라는 주장이다. 이 법에 따르면 부족농의 땅을 해외기업인 포스코에게 매각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구택 회장 “인도는 기회의 땅”
이에 포스코는 주민들의 설득에 눈물겨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오리사주 지역의 구순구개열(언청이)환자 4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시술 활동에 적극 나섰다.
또 지난 10월에 국제 해비타트와 함께 인도 오리사, 뭄바이 지역에서 ‘사랑의 집 짓기’사업도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인도 동부 오리사주에 건설할 예정인 제철소에 현지 인력 7000명가량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 건설을 반대하던 3개 마을 중 딩까이 마을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중 50%는 이미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은 말은 금시초문이며 설득과 봉사를 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 공장은 내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10년 말 1단계 설비 준공을 목표로 인도에 총 1200만t 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적인 건설을 위한 길을 쉽지 않아 보인다.
인도 마을을 향한 포스코의 구애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한쪽은 떠나야하고 또 차지해야하는 생존의 서바이벌을 앞에 두고 각기 다른 이들의 이해관계는 쉽게 절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