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 신시장, 재벌 2·3세무한전쟁

2007-12-04     김종훈 
‘그들만의 세계?’수입차 딜러 ‘고수입’ 적자 내막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재벌가(家) 2세들이 비교적 진출하기 쉬운 사업 수단으로 여겨 너도나도 달려들었던 수입차 딜러시장. 수년이 지나면서 이들 사업에 대한 재벌 2세들의 ‘경영성적’이 드러나는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재벌 2세들의 실적이 ‘신통찮다’는 것이다. 재벌 2∼3세들이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는 수입차 딜러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난해부터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으나, 투자자금과 기간에 비해 적자에서 탈출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쉽게 고수입을 올리면서 흑자폭은 더욱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SK네트웍스가 외국 현지 판매상으로부터 자동차를 사들여와 국내에 파는 병행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다. 브랜드별로 독점권을 쥐고 있는 기존 수입차업체들과 경쟁이 붙어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 전망이다. 독점권을 바탕으로 거저먹던 수입차 시장의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명품 좋아하는 귀족들에게 폼 나고 수익도 짭짤할 것 같았던 수입차사업은 따가운 시선만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이들에게 속이 더욱 쓰린 것은 사실상 경영능력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가 정신없이 자금력과 학연을 바탕으로 사업에 치중했던 자세를 지적했다.

재벌 2∼3세들이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는 수입차 딜러사들이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씨, 차남 조현문씨, 3남 조현상씨가 각각 5%씩, 효성이 약 85%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벤츠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은 수입차 판매사업을 본격 시작한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18억원과 5억원 가량 적자를 봤다.

하지만 지난해 더클래스효성은 매출 1038억원, 영업이익 21억5000만원, 당기순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씨는 더클래스효성 설립부터 실질 경영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경영 실적을 정상화시켜 놓고, 효성의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전무로 복귀했다.

BMW코리아의 최대 딜러사인 코오롱글로텍은 수입차 사업부문에서 2005년 영업이익 50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실 수입차 업계 선두주자는 코오롱의 이웅열 회장이다.


기업가 정신없이 진출,
대부분 적자


외제차 수입자유화 직후인 지난 87년부터 BMW 판매에 나서면서 국내 수입차 사업의 첫 장을 열었다.

BMW는 이웅렬 회장이 나서며 국내 외제차 중 정상에 등극한 바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코오롱이 최대지
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현 두산그룹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혼다 딜러사 두산모터스도 지난해 매출 443억원, 영업이익 9억4000만원, 당기순이익 약 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모터스는 사업 첫 해인 2004년 5억4000만원 가량 흑자를 냈다가 2005년 4억7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5년 박정원 대표가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두산모터스의 경영실무를 지휘하진 않지만, 대표이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IBM 직원, 국내 최초 컴퓨터 도입 등 한국이 IT 불모지였던 1960년대 국내 IT역사를 개척한 KCC정보통신 설립자인 이주용 회장의 아들인 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혼다 딜러사 KCC모터스도 2004년 4억원 적자, 2005년 5억8000만원 적자에서 지난해 264억원 매출에 2억6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초기 투자비 수백억,
특정수만 진출


허창수 GS회장(11.92%)과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녀인 허인영씨(18.67%), 삼양통상 고 허정구 회장의 손자인 허준홍씨(10.11%) 등 GS그룹 일가 친인척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센트럴모터스 역시 실적호조세를 이어갔다.

렉서스 딜러사인 센트럴모터스는 본격적인 수입차 사업을 시작한 2004년 4억7000만원의 흑자로 출발, 2005년 1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2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닛산 인피니티 딜러사 SS모터스는 새서울석유, 덕구온천, 골드비치컨트리클럽 등을 운영하는 권용복 새서울그룹 회장의 차남인 권기연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0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6억원의 흑자를 이어갔다.

반면 화장품회사 참존 김광석 회장의 장남인 김한균 사장이 대표이사로 경영을 이끄는 아우디 딜러 참존모터스는 수입차 사업을 본격화한 2005년 1억8000만원 가량 흑자에서 지난해 1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등의 초기투자비가 수백억원 들어간 그룹사 계열 딜러사들이 수입차 판매급증에 힘입어 서서히 ROI(투자대비효과)를 높여가고 있으나 시장 진출 시 신중한 사업성 평가가 선행되어야만 적자 비중을 줄일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차를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