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역할 대행’ 서비스 기승

2007-11-20     김종훈 
대기업 뺨치는 매출 우후죽순 창업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집창촌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감시가 소홀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남녀 회원 간 성매매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역할대행 사이트의 ‘사이버 포주’들이 성행하고 있다. 애인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잘나가는 업체들은 수백억대를 벌어들이고 있고 전통적 형태의 사창가 보다 관리비도 적게 들어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대부분 겉으로는 역할대행 사이트라는 합법을 내세우고 있고 현장을 검거해도 애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 망을 따돌리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역할대행’ ‘애인대행’ 등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백 개에 이르는 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역할대행 사이트는 여성들에게는 고수익을, 남성들에게는 단속 위험이 없는 안전한 성매매를 내세워 전국적으로 회원을 끌어 모은 뒤 자체적으로 고용한 윤락녀를 일반등록회원으로 가장 쪽지 등을 통해 남성회원을 유혹한 뒤 성행위를 조장, 거액의 화대를 챙기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인터넷을 통해 만나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30대 후반 회사원 김모씨 등 남녀 50여명을 적발, 5명을 구속 기소하고 4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 김씨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편안한 만남을 원하는 여성을 찾는다. 하루 만남에 100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올린 후 이를 보고 연락해온 여성들과 모텔 등지를 돌며 마약과 함께 변태적 성행위에 탐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김씨의 유혹에 넘어가 일탈행위를 저지른 여성들은 모두 37명에 이른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대학생, 전문직 회사원 등 외견상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피의자 김씨가 여성들을 꾀기 위해 이용한 인터넷 매개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여성들은 이른바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교환한 뒤 실제 만남을 가졌다.


인터넷은 지금 역할대행자 모집 중

최근 역할대행 사이트를 매개로 한 성매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역할대행 사이트는 결혼식 하객이나 부모, 애인 등 특정 역할을 해줄 사람을 수요자들에게 대행인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체를 말한다. 3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는 수십 개 업체가 난립할 만큼 하나의 성매매 산업으로 확대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역할대행 서비스는 대개 10~15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애인대행’은 수요와 공급 모두 러시를 이루며 가장 잘 나가는 분야다.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의 성화를 무마하려 하거나 혹은 애인 동반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경우에서부터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잠시 데이트 상대가 필요한 경우까지 의뢰인의 수요는 수백만을 돌파한지 오래다.

더욱이 수요에 비해 공급은 차고 넘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직 취업하지 않은 20대 젊은 남녀들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이다. 애인대행 이용요금도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1만원부터 하루 50만원까지 여성들의 소위 레벨에 따라 요구하는 금액도 다른 것이다.

애인대행 서비스는 순기능만 생각하면 좋은 서비스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소개해줄 목적으로 애인대행을 동반한 적이 있다는 직장인 조모(33)씨는 “애인대행을 구해서 함께 갔는데 부모님이 깜빡 속을 정도로 살갑게 연기를 해줘 만족했다”며 “부모님의 성화를 잠재우는 데는 효과만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애인대행 서비스가 ‘성매매 시장’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회원들끼리 어떤 대행계약을 맺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은밀한 성매매’가 이뤄지기 쉽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비교적 회원수가 많은 메이저급 업체 A사 대표는 “정상적인 만남을 조성하는 사이트도 많지만 일부 사이버 포주들이 윤락녀를 고용해 성매매를 목적으로 활동하지만 이를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직거래의 형태가 대부분인데 딱히 성매매를 막을 장치가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 애인대행을 원하는 남성들 가운데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C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남성회원들에게 쪽지를 보내면 십중팔구 얼마면 되냐고 답장이 온다며 역할대행만을 원하고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성 의뢰인들의 심리를 파악한 때문인지 애초부터 성매매를 목적으로 애인대행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부분 역할대행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화끈하게 대행” 등 성적인 문구들로 자극하는 내용이 상당수다.

문제는 역할대행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지더라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오가는 수많은 거래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도 불가능하고 설사 의뢰인과 대행인이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주고받은 돈을 애인대행 요금이라고 주장하면 성매매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사이 사이버포주들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시 못할 대규모 매출규모

기자가 실제로 한 대행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해 접근해 봤다. 특별한 자기소개도 없이 닉네임과 나이만 회원정보로 올려놓았는데 여성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회원으로 등록하자마자 쪽지가 7개나 오더니 둘째 날에는 10개로 늘었다. 쪽지는 대체로 자신의 소개와 어떤 범위까지 가능하고 비용은 얼마라는 식의 제안이었다.

쪽지를 보내온 여성 중에는 기자와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조건 만남’도 가능하다는 경우도 있었다. 돈만 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한 여성과 연락을 시도해 만나서 사실을 밝히고 취재를 부탁하자 흔쾌히 응한 B씨는 “내가 상대한 의뢰인 중에는 거액을 주고 변태성행위를 요구한 교수와 의사,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