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여천 NCC’ 8년 분쟁 전말
2007-11-19 백은영
한 지붕 두 가족이 집안 하나의 대들보를 놓고 심한 각축전이 벌이고 있다. 처음 동거를 시작했을 때는 경제적 부흥을 위해서지만 목표를 달성하자 하나 있는 대들보, 하나 있는 안방 차지하기부터 심지어 누가 밥을 더 먹느냐, 누가 화장실을 더 들락거리나까지 시시비비가 얼룩지고 있다. 처음 의기투합했던 공생관계는 적대관계로 바뀌었다. 폭행, 모함, 시비로 뒤범벅됐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한 동거관계를 하고 있는 두 기업이 있다. 바로 대림 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합작기업인 여천 NCC다. 대림은 명예회장까지 등기이사로 등재할 정도로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기업인 이 기업 운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편하고 이상한 동지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여천NCC. 한화와 대림은 불편하고 이상한 동거관계를 계속하고 있다. 대체 여천 NCC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3일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여천 NCC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2001년에 물러난 이후 7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림그룹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최근에 있었던 대림과 한화 양측이 맞물려 있는 폭행, 고소, 이사회 개최 등 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림 측의 절치부심 카드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인적 구성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여천 NCC의 해결 카드로 이회장의 선임은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림과 한화의 적대적 감정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등기이사 선임
대림과 한화는 1999년 각각 50대 50의 비율로 출자해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기업인 여천 NCC를 설립했다. 모든 문제를 반반씩 처리하기로 하고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하면서 3년을 주기로 교체키로 합의했다.
또 주요부서의 팀장도 동수로 구성하고 3년마다 교체하기로 합의했다. 합작 당시 대림은 현물출자를 통해 공장관리자들을 전부 합작법인으로 귀속시켜 전체 인원의 75%를 차지했다.
또 한화는 현물인 공장부분과 현금출자를 겸하기로 해 회사 전체 인원은 한화가 25%, 대림이 75%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 같은 인적구성이 갈등의 시초가 됐다.
수적우위에 있는 대림과 열세의 한화가 사업의 현안마다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부딪쳤다.
수적인 열세에 있는 한화가 대림과 동수로 경영진과 주요 보직에 포진하면서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대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10일 대림 측 여수공장의 관리직 60여명이 한화 출신에 유리하게 승진인사와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서울 남대문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화 측 이신효 부사장에게 “한화 측 공동대표는 대림 출신 직원들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다 욕설과 폭언, 집기 파손 등 충돌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이신효 대표는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을 통해 “공동대표 이사로서 NCC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일부 관리자들이 집단행동과 폭력행사를 통해 회사의 경영 질서를 침해한 것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림 관리자들도 성명서를 통해 “관리자들의 제언은 충정의 표현이었는데 집단적 항명으로 매도하고 있다” 며 “이신효 부사장은 무엇보다 자신의 비정상적 경영을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한화 측 직원들은 이들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발해 검찰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사내에서는 서로 약점을 건드리는 유언비어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 문서가 나돌고 있다. 여천 NCC 기술기획팀에서 나온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서는 한화출신의 인사들에 대한 아킬레스건 파악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이 나돌았다.
양측 임원진들의 뿌리 깊은 적대감도 한 몫 하고 있다. 2005년 대림 측 대표인 당시 공장장 겸 전무인 이봉호 대표가 회식자리에서 술병을 던진 것이 화두가 돼 한화 측의 요구로 퇴진했다. 한화 측 이신효 부사장이 지난해 3월 임명되자 주주사인 대림 측에서 다시 이봉호 대표를 복직시켜 작년 11월에 대표이사로 포진 시켰다.
이를 두고 한화 측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또 일명 ‘초인종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도 있다.
지난해 대림 측 이봉호 대표가 이신효 부사장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한화그룹 회장 자택을 직접 찾아간 것이다.
상대회사 임원 60명 무더기 고소
최근에는 이신효 부사장이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대림 측의 보유지분을 넘긴다면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대림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대림 관계자는 “100% 대주주로 다른 회사를 합병하고 싶다고 해도 문제인데 공동합작 투자 회사인데 회사를 인수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말이 되냐” 며 “이신효 대표의 취임이후 이상하리만큼 양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며 “그 부분에 대해 이신효 부사장이 이봉오 대표에게 이메일로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한화와 대림 양사 간 감정의 깊은 골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천 NCC 사업은 매출 4조원의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 기업이자 국내 에틸렌 생산 1위 업체로 앞으로 석유 화학 등 유망한 사업으로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폭행, 투서, 고소 등으로 얼룩진 여천 NCC. 8년간 진흙탕 싸움은 결국 2007년 3분기 순익 97% 급감이라는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이 같이 비방전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여천 NCC. 단합과 배려라는 명약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