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칼텍스 의문의 사망사고 ‘죽음의 공장’
2007-11-19 백은영
세계적인 기업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잇따른 의문사로 재계가 떠들썩하다. 이곳은 이제‘죽음의 공장’으로 불린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이미 심장질환 7명, 폐암 2명, 식도암 1명, 간세포암 1명, 뇌수막종양 1명 등 지난해 5월 이후 직원 8명이 사망했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무려 15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또 한 달 동안 같은 장소에서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죽음의 작업장’이 있다. 바로 GS 칼텍스 여수 공장이다. 14톤이나 나가는 냉각기에 맞거나 또는 철판과 함께 내동댕이쳐져 두개골 함몰 된 채 비참하게 숨진 근로자들. 이곳에서 공교롭게 숨지거나 다친 4명의 근로자들은 모두 GS 칼텍스 하청업체 근로자다. 그러나 위로금은커녕 산재처리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근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GS 칼텍스가 안전시설을 무시하고 불법 하도급 방식을 취하며 무리한 공기(工期)단축으로 인명을 앗아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GS측은 산업 재해가 아닌 단순한 조작미숙이라 주장하고 있다. GS 칼텍스 여수공장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들의 사망일지를 들춰봤다. 문제의 현장 속으로.
지난 10월 30일 오전 10시 55분 GS 칼텍스 여수공장 내 중질유 분해공정 신축현장에서 드럼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현장에는 GS 칼텍스 생산팀 직원의 지시에 따라 아민(암모니아 계통의 폐가스 불순물 제거 물질)을 드럼으로 보내기 위해 탱크의 잔류 가스제거를 위한 질소를 투입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냉각기에 맞고 철판과 내동댕이
사망 근로자 모두 하청업체 직원
그러나 아민이 담긴 저장탱크(직경 1.5m, 높이 2m)가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철판 드럼 상판 쪽 철판위에서 작업을 하던 임채용(43)씨와 박영준(33)씨가 용접이 된 수백kg의 철판과 함께 하늘로 튕겨졌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임씨는 여천 전남병원에 도착 후 사망했으며 박 씨는 바닥에 두개골이 함몰된 채 떨어져 GSC 구급차로 후송 중 사망했다.
임 씨와 박 씨는 대아공무 소속 근로자로 GS 칼텍스 생산(시운전)팀 지원(파견)근무를 간 16명의 근로자중 일부였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압력 때문에 철판과 근로자가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GS 칼텍스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 방식을 취하면서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사고 당일 공기단축은 어마 어마해 돈으로 환산할 경우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수백억을 호가했다” 며 “결국 GS 칼텍스의 무리한 공기단축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앗아 갔다”는 주장이다. 또한 “GS가 산재보험법상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산재사고가 일어나면 하도급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GS 측은 “산재처리는 하청업체에게 물어보라” 며 “산재처리는 하청업체가 진행해야하는 것으로 별도의 위로금 정도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위로금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경찰 조사가 끝나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여수경찰서 강력 5팀 김성남 팀장은 “현장에 있었던 GS 칼텍스 관계자 5~6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며 “이 사건의 핵심은 밸브의 개폐여부로 밸브를 잠겼을 경우 엄청난 압력이 발생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GS 칼텍스 관계자 5~6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해 밸브를 중간에 개방했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결과가 나오는 즉시 혐의가 드러나는 관련자들을 처벌 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6시 30분 GS 칼텍스 여수공장 내 석유화학 1팀(N01. Aromatic현장)에서도 인명사고가 났다.
지상 12M 높이의 작업현장에서 팬쿨러(냉각기 14T)를 크레인(180T)으로 교체작업을 하던 도중 크레인의 쇠줄이 끊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을 하던 김현준(38)씨와 김행근(32)에게 14톤 냉각기가 덮쳐 김 씨가 냉각기에 맞아 숨지고 다른 김 씨의 얼굴과 가슴을 쳐 부상을 입었다.
“조작미숙” vs “무리한 공기단축”
경찰 조사 중 일부 혐의 드러나
두 김 씨는 모두 GS 칼텍스 하청업체인 인방산업에서 나온 근로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야간작업으로 인한 시야확보의 어려움과 공정지역의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한 안전작업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사고를 야기 시켰다는 근로자들의 주장과 작업자의 조작미숙으로 인한 사고였다는 GS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GS 칼텍스는 “근로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어이없는 주장이다”며 “조작미숙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상식이하로 회사 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별도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 되는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김행권 노동안전국장은 “크레인 같은 공사는 시야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야간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GS 측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시켰다”며 “공사의 진행 여부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허가서를 발행해 원청업체의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GS측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 관계자는 “GS 칼텍스가 건설노동자를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여수는 GS 칼텍스 발 재난으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16일 현재 올림픽 보다 3배 효과가 있다는 여수세계박람회를 1주일여를 앞둔 지난 17일 근로자 1만 여명이 모여 GS 칼텍스 규탄 시위가 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지금 정부와 여수시는 초긴장상태다.
GS 칼텍스발 대재난은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에 오점을 남길 것인가.
여수의 1만여명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머리띠를 동여 메고 GS 칼텍스 여수공장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1000일 동안의 노래’
GS 칼텍스 해고자 복직 투쟁
2004년 GS칼텍스(당시 LG) 근로자들이 해직된 뒤 복직문제가 1000여일 넘게 표류하고 있다. 당시 근로자들은 주5일제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업의 지역사회 발전기금 출연 등 3대 요구조건을 걸어 투쟁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LG측이 선 복귀 후 대화를 요구하며 노동조합 대의원 해고를 협박하면서 노동자들을 무력화했고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만들었다.
이후 결과는 근로자 650명의 전원징계, 권고사직 30여명, 법정 구속 8명이었다. 16명의 해고자들이 권고사직 투쟁을 벌여 3년 후인 현재 김성복 의장, 장철 사무국장, 박성준, 이병만씨 단 4명만이 남은 상태다.
이중 이 씨는 KBS ‘시사투나잇’에 인터뷰를 했다가 음성 변조와 얼굴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에도 사측이 방송에 나온 그의 손등에 있는 작은 상처 장면을 확대해 색출, 해고당한 케이스다. 이에 김 의장은 복직투쟁을 하며 16일 현재 10일째 단식중이며, 박 씨와 이 씨는 34만 5천볼트가 흐르는 40M 상공 고전압철탑에서 4일째 시위중이다. 이에 본지는 이 씨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날씨는 춥지 않나
그다지 춥지 않다. 전남본부에서 재정사업 할 때 팔았던 점퍼를 입고 있으며 침낭을 가져왔다.
-40M 아찔한 높이로 매우 위험하다.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도르래를 설치해 합판을 묶어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견딜만하다.
-GS측에 요구조건은 무엇인가
해고 근로자들의 전원복직이다.
-해직이후 생활은 어떠했나?
그동안 다른 동지 집에서 얹혀살다가 현재는 빚을 얻어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건강은 어떠한가
도르래로 밥이 올라온다. 건강하다. 다만 밑에서 10일째 농성중인 김 의장의 건강이 더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