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상업성 광고 피해 눈덩이
2007-11-12 백은영
최근 tvN이 방송위원회로부터 건전한 생활기풍 조항을 위반해 지난해 11월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중지에 이어 1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징계대상이 됐던 프로는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리얼스토리 묘’ ‘위험한 동영상 sign’ 등으로 시청자가 재연상황을 실제상황처럼 오인하도록 하는 제작이 문제가 됐다. 이처럼 케이블 TV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저급한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여론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소기업이나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업적 방송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텔레마케터를 이용, 전화로 접근해 방송에 출연시켜준다는 명목으로 5분짜리 방송분에 편집료 명목으로 198만원을 받아간다는 것이다. 이미 방송위원회나 각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도 문제의 방송사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 TV 탤런트 K씨가 진행하는 ‘○○○ 현장속으로’ 입니다. 사장님 업체가 인지도도 있고 좋은 평판을 받아 전화 드린 겁니다. 사장님 업체를 취재하고 싶은데요.”
L모씨는 지난 봄 ○○ TV에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경비가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해당업체 관계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이미 그의 업체는 KBS 무한지대 큐, SBS 생방송 투데이, SBS 뉴스와 생활경제, ITV 오감만족 웰빙세상, 아리랑 tv 등 다양한 공중파에 방송이 된 바 있었다. 그러나 한번도 출연과 관련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공중파는 얼마인데, 케이블은 200만원?
그러나 착실히 촬영준비에 들어갔던 그는 촬영 전날 제작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198만원의 돈이 외주 편집비 명목으로 들어가니 촬영 여부를 알려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어 “프로그램 제작비 750여만원은 산자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제작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한 것을 디지털로 편집하는 일을 외주에 맡기 때문에 그 경비만 지출하면 되며 IR 동영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프랜차이즈박람회 참가 건이 있어 미심쩍었지만 그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방송 예정일 날 그는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 그의 업체는 방송되지도 않았으며 1,2부 나누어 무려 10여개의 회사가 방송됐지만 내용은 거의 완전 광고방송 수준이었다.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하자 ‘방송날짜가 바뀌었는데 몰랐느냐’는 말만 들었다.
더군다나 그 사이에 ○○ TV의 영업팀이라며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전화를 다시 받은 것이다.
L씨는 “ 아마도 거대한 텔레마케터들이 단체로 움직이지만 체계적으로 활동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방송 후 한번도 관련 문의는 들어오지 않고 섭외 받은 사장님들의 연락만 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된 ○○ TV의 모 프로그램은 지난 6월 SBS를 사칭해 방송출연을 미끼로 업체들에게 돈을 요구해 비난이 거세져 프로그램을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 TV측은 탤런트 K씨를 MC로 기용하고 ‘○○○ 현장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영업방식을 택해 기업체에게 텔레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방송방법에 대해 기업이나 업체에서 불만사항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달 1일 방송위원회 게시판에 신모씨는 “○○TV에서 탤런트 K씨가 진행하는 ‘○○○ 현장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의 조연출이라며 전화를 해서 출연요청을 했다”며 “그러나 잠시 후 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취재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모두 무상인데 편집료만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혹시 무상으로 출연하는 기업은 없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 TV는 편집료만 198만원인데 공중파의 모 프로그램에 한번 출연하려면 2000만원이 드는데 뭘 좀 알고 이야기하라”고 면박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이와 같은 ○○ TV의 상업성 홍보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의 리플들이 속속 달리고 있다.
대화명 ‘김용군’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전화를 받아 촬영했으나 홍보효과도 없으며 방송시간도 자기들 마음대로 잡아놓고 전화조차하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끌림’라는 누리꾼도 “최근에는 탤런트를 앞세워 업체들을 꼬시고 있다”며 밝혔다.
‘쿡프로’라는 누리꾼은 “4번째 통화 후 편집비 이야기 듣고 상식적이지 않아 거절했다”며 “거짓정보로 다른 이의 손실을 이익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제작자 아닌 텔레마케터였다”
또한 한 케이블 업체에 취업했던 K모씨는 “케이블 방송국 제작업무라고 해서 취업을 했지만 케이블 방송사도 아니고 외주 제작 업체였다”며 “하루에 DB 100개 이상씩 찾아 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방송 촬영하라고 하면서 편집비로 200만원 가까이 달라고 하는 업무였고 여기저기 업체들의 원성과 고소까지 가관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 TV 관계자는 “해당 프로는 자사의 기획 연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으로 단순히 방송만 내보내고 있다”며 “모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이곳 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방송을 하는 업체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탤런트 K씨 측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추후 사실을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피해를 당한 L씨는 “인터넷에 불만 사항의 글을 올렸지만 삭제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며 “추후 이들이 사죄의 메일과 함께 글의 삭제를 주문했지만 삭제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