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보험방송으로 전락하나?
2007-11-08 송효찬
TV 홈쇼핑을 통해 소개되는 보험상품의 절반 이상이 실제 보장내역보다 부풀려 과장되게 방송돼 소비자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밀어내기 판매전략이 안방에서 버젓이 횡행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본지는 TV 홈쇼핑 속에 가려진 과장광고의 화려한 문구 뒤에 숨겨진 검은 실체와 오류를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파헤쳐 봤다.
금융감독원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생보·손보협회의 보험 판매방송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홈쇼핑 보험 판매방송 중 51.5%가 과장광고로 조사됐다. 생명보험 판매방송의 58.8%, 손해보험의 44.3%가 과장광고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실버보험의 경우 과장광고가 심하다”며 “상품명과 매월 지불하는 보험료 외에 보장내역과 보장이 되지 않는 사례 등을 자세히 설명해야 함에도 보험에 가입했을 때 장점만 잔뜩 광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보험 과장광고 가장 심해
이어 금감원 관계자는 “나이가 든 가입자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사기’에 가까운 방송들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TV 홈쇼핑이 보험방송으로 도배돼 판매수익을 늘리기 위한 잡탕방송으로 전락해 소비자의 진정한 권리가 묵살되는 현실이다.
한편 과장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주요 홈쇼핑의 실적 역시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GS홈쇼핑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131억원, 순익 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5%, 10.7%줄었다. CJ홈쇼핑 역시 지난해 대비 매출액 1202억원으로 3%, 영업이익 128억원으로 34% 감소했다.
또 현대홈쇼핑도 3·4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TV부문 매출은 약 8% 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분쟁 건수는 8219이지만 과장·오인 광고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어 분쟁 건수는 매년 20~30%가량 늘고 있다고 밝혔다.
홈쇼핑 1시간 분량의 보험광고를 분석한 결과 특약이나 보장내역 등 가입 시 유의사항을 내보낸 시간은 불과 1분밖에 되지 않았다. 마구잡이 보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국장은 “홈쇼핑 광고는 보험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기거나 알리지 않고 유리한 내용만 알린다. 방송에서 이야기 하는 장점이 모두 보장되는 것이 아닌 만큼 가입 시 필히 약관의 보장내용을 확인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소비자연맹의 보고에 따르면 보험가입 시 다음과 같이 보장내용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야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선 특약과 관련한 사항을 확인해 봐야 한다. 특약이란 기본 보장 외에 다른 부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실버보험의 경우 치매 시 20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히지만 옆에 작은 글씨로 ‘특약 선택 시’란 글자를 볼 수 있다. 즉 보험가입 시 자동으로 치매도 보장되는 것처럼 교묘히 만든 것이다.
일부보험회사와 TV홈쇼핑이 보험상품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판매율만을 높이기 위해 정확한 상품안내 없이 쇼핑 호스트와 연예인 등을 내세워 보장내용을 오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험소비자연맹은 “과장광고 등으로 현혹 가입시킨 뒤 실제로 보험금청구를 하면 지급을 거절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가 빈번하고 보험회사와 홈쇼핑TV는 보험상품의 충분한 설명이 결여된 판매방식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감독 기관은 소비자의 혼란과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상해보험 약관상의 보상기준을 동일하게 통일시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손해보험 의료비실비보험 상품 가입 시 확인할 사항
보상 못 받는 낭패 미리 예방해야
▲ 20년만 납입하면 80세까지 보장
알고 보면 1년 또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상품인데, 갱신 때마다 보험료가 추가로 인상 될 수 있고, 갱신을 거절당할 수 있다.
▲ 입원비, 통원비 본인부담금 3000만원을 보장
손해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실손보상을 하기 때문에 의료비실비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에서처럼 한꺼번에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해 주지 않는다. 특히 최근 홈쇼핑등을 통해 판매되는 의료비실비보험의 경우는 3000만원이 지급한도이지 한꺼번에 주는 상품이 아니다.
▲ 손보형 상품
손보형 상품은 실제 손해난 만큼 보상해주는 실손보상의 장점이 있지만, 의료비등은 여러 회사에 가입한 경우 중복보상이 안되고 모두 합산 한 뒤 해당회사의 가입된 비율만큼만 지급하는 반면, 생보형 상품은 정액보상으로 중복보상이 가능하다.
◆15일 내 조건 없이 계약 철회 가능
방송 당일 전화상담을 통해 다음 날 보험사 상담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홈쇼핑 보험은 전화 녹취가 자필 서명을 대신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상담원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잘 듣고 방송 내용과 실제 보장 내용이 같은지 꼭 확인해야 한다. 보험에 든 뒤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입 후 15일 이내에 조건 없이 ‘계약 철회’를 할 수 있다. 상담원이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거나 보험사로부터 약관을 받지 못했으면 가입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