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권력자 로비스트의 세계

2007-11-06     백은영 
로비스트 없이 사업다각화 없었다

온 나라가 온갖 로비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의약품 공급 대가로 뒷돈을 준 10개 제약사들에 이어 기업들의 로비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약업계 로비스트들이 골프 접대, 여행 지원 등 각종 명목으로 뿌린 리베이트는 매출액의 20%인 5228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은 자그마치 2조 18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로비수첩에는 의사와 약사들의 가족관계는 물론 회사 내 갈등관계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세미나에 참가하는 의사는 물론 가족들의 골프비용까지 꼼꼼하게 계산해 로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큰 계약을 좌지우지하는 로비스트들의 전방위 로비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비스트에 대한 입법이 양성화되지 않아 체계적인 교육도 없이 필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5의 권력자라는 로비스트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브로커로 인식된다. 굵직한 사건마다 잡음을 일으키며 금융, 법조, 제약, 무기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실체와 의혹을 추적했다.


‘부적절한 관계’를 시대의 유행어로 만든 최고 로비사건인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 린다 김 사건. 우리나라 로비의 한계와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희대의 코미디였다.

국방장관은 로비라는 개념을 잘 몰랐고 또 로비스트라는 중년 여성의 접근에 무방비로 빠져들어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사랑하는 린에게’ ‘산타바바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 한 그 추억을 음미하며’ 러브레터를 보낼 만큼 연정에 빠져들었다.


론스타 사건 로비스트 주역은 제프리 존스

그러나 로비는 국방분야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2003년 자산규모 70조의 외환은행을 1조 3858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한 자격미달인 사모펀드인 론스타. 금융범죄로 회자되는 론스타의 외한은행 인수에도 로비스트가 얽혀 있다. 물론 국내 최대 로펌도 개입돼 있다.

이미 전 외한은행장은 물론 금감원, 재경부 고위관료들이 로비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아 연루의혹이 일고 있다. 로비의 핵으로 거론되는 건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장과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다.

지난달 1일과 8일에 진행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재경부 등 한국정부 로비가 필요하니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350만 달러를 달라’며 보낸 이메일을 재판에 제출했다.

또 제프리 존스는 이 과정에서 중재역할을 하며 수임료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6월 15일 제프리 존스가 골프장에서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론스타 사태해결을 청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종선 현대해상대표도 론스타로부터 105만 달러를 받고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두우법무법인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하 대표가 재판에서 변 국장에게 뇌물을 건넨 이유는 외한은행 인수과정의 편의를 봐준 대가라고 밝혔다. 론스타 게이트로 불리는 외환은행 불법인수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로비스트가 주연을 맡고 정관계 인사라는 조연이 움직인 한편의 금융 범죄드라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거둬갈 5조원이 넘는 불법이익과 3000여명의 외환은행직원들의 무더기 실직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총경급 경찰간부 공정위 과장, 지방자치단체장, 판·검사 언론계 인사 62명이 금품을 받고 모 그룹의 뒤를 봐줬다는 것이다. 회원 34만여명, 피해액수 4조 5724억원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라는 평가를 받는 제이유 사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천문학적인 사기극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로비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전 제이유네트워크 고문 한의상(46)씨와 강모(46)씨다.

한씨는 정승호 총경에게 청탁 명목으로 5천만원을 건네고 박모 치안감과 서울 모 지검 차장 검사의 누나와 금전 거래한 의혹을 받았다.

또 강씨는 검찰출신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 가족과 친분을 쌓고 이 비서관 부인의 오피스텔을 1억 7000만원에 샀으며, 서해유전 사업에 개입한 서울 모 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주수도 회장에게 소개한 의혹을 받고 있다.


5조 피해 입힌 제이유 사건에도 로비스트 활약

이같이 제이유의 로비스트들에게 각종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 부시장, 염동연 의원, 이부영 전 의원 등 27명이 재판에 기소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로비 자금만 70억 원이다. 그러나 한씨는 항소심에서 미진한 수사로 인해 무죄가 선고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징역 2년과 추징금 3억원 선고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과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무엇보다도 음성적 인맥의 로비스트의 산실이라고 불리고 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지난 3월 5일 ‘한국사회의 성역 김앤장 법률사무소’라는 자료집을 통해 김앤장이 영입대상 인물을 전방위로 확대. 법조계의 삼성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로비스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임 의원은 김앤장에 국세청관계자 23명, 이밖에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자원부, 노동부, 정보통신부 출신들이 포진해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는 전 현직 정부관료와 고위 인사들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서영택 국세청장 ▲황재성 이주석,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구본영 OECD대사 ▲김병일 공정거래위원회부위원장 ▲박훤구 청와대 비서관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병철 부산지방국세청장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 ▲현홍주 주미대사 ▲한택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다

또한 금감원도 음성적 인맥으로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 8월까지 금감원을 퇴직한 2급 이상의 고위직 141명중 83%가 금융회사에 취직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63명은 퇴직 다음날 요직으로 옮겼다. 또 퇴직 후 2년간 유관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 윤리법을 의식해 2005년 이후 금융권에 취업한 50여명 중 36명(72%)가 퇴직직전 감독업무와 관련 없는 부서로 이동했다가 금융 감사나 대표이사로 옮겨가는 등의 경력세탁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감원 같은 금융기관과 김앤장 같은 힘 있는 법률 사무소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인맥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로비스트가로 최근 두드러졌다” 며 “인맥 로비스트는 가장 은밀하고 치밀한 최악의 로비”라고 말했다.

또 국가청렴위 제도개선팀 장신기 사무관은 “행정, 입법 등 국가 주요부처에서 활동할 수 있는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로비스트법 제정이 시급하다” 며 “결국 로비스트의 양성화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요 법안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 국민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안이다”고 말했다.


#삼성이 탐한 미모의 로비스트 L씨
로비스트 아닌 사업가라 불러라


육군의 C4I사업이란 군단급 이하 부대의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정보(Information), 컴퓨터(Computer)를 유기적으로 연결, 실시간 정보분석을 통해 전투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첨단 정보화사업이다. 그러나 2001년 이 사업에서 삼성 SDS를 누르고 H사가 2단계 3단계 사업권을 따냈다. 사람들은 H사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L부회장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L부회장은 삼성 SDS가 사업자 선정을 놓고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당당히 거절한 미모의 여성이자 국방부의 정보화 사업을 따낸 여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 3000억원이 들어가는 군 과학화훈련사업인 마일스(MILES 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사업에 다시 L씨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증폭되면서 또 다시 관심을 끌었다. 이에 린다 김을 능가하는 제2의 로비스트가 나온 것 아니냐는 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L씨는 뛰어난 미모에 사업체를 운영하며 국방부의 사업에 깊숙이 연관돼 있으며, 사별한 약혼자를 잊지 못해 미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일부에서는 그녀를 제 2의 린다 김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녀가 린다 김과 비교되는 것을 불쾌해한다고 전한다. 자신은 로비를 한 적도 없으며 페어플레이를 하는 사업가라 불리길 원한다. 그녀는 아직도 H사의 부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창녀야?” 활동 재계한 린다 김

최근 린다 김(김귀옥·47)의 말이 많아졌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로비스트 촬영현장에 찾아가 연기자들을 독려했고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신정아와 변양균의 러브 스토리를 자신과 전 국방장관의 사건과 비슷하다는 언론에 불쾌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로비스트로서 해외에서는 인정받는데 우리나라만 들어오면 섹스 스캔들의 산증인양 떠든다” 며 “몸 로비가 뭐냐며 우리가 창녀야”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SBS TV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로비스트가 된 배경은 예쁘장한 얼굴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1973년과 1974년 ‘김아라’라는 예명으로 영화 ‘교장선생 상경기’와 ‘청바지’ 등의 단역에 출연했으며 1977년에는 유명 레코드사에서 ‘그땐 몰랐네’라는 타이틀 곡으로 음반을 발표해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었다는 과거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린다 김은 김영삼 정부 시절 국방사업인 백두사업 추진과정에서 당시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 등 정 관계 인사들과 부절적한 로비의혹을 받았다. 또 1995~ 1997년 김모 공군 중령 등으로 군사기밀을 빼내고 백두사업 총괄책임자였던 권기대씨에게 1000만원, 백두사업 주미사업실장이던 이화수 전 대령에게 840만달러와 10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