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이후 꿈(제2롯데월드) 이룬다”
2007-10-04 정하성
신격호 롯데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신 회장은 지난 9월초 입국한 후 본격적인 경영현안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무산될 위기에 처한 ‘제2롯데월드 건립사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정권이 교체되면, 차기정부에서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다시 제2롯데월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연말에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말 정부는 롯데가 추진중인 제2롯데월드 신축(112층 555m)과 관련, “건축물 높이는 비행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203m 이내로 고도제한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부의 결정으로 당분간 제2롯데월드건립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가장 실망한 사람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다.
평생 숙원사업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건립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평생 숙원사업”이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호텔-백화점-놀이시설-카지노-골프장-면세점’ 등을 연계시키는 ‘관광종합위락시설’건립이라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건립이나 최근 ‘롯데JBT’라는 여행사를 설립한 것도 이런 구상의 일환인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자금을 들여와 국내 관광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생각”이라며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를 이용하면 일본 등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 손실을 감내하면서 롯데가 제2롯데월드사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신 회장의 고집에 기인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신 회장이 정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제2롯데월드건립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9월초 신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러시아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인 ‘롯데플라자’ 오픈 행사를 앞두고 언론과의 접촉에서 “최근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불허했지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며 제2롯데월드는 계속추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차기정권에서 다시 제2롯데월드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가 관건?
이와 관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우 서울시장시절부터 제2롯데월드건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향후 정권교체 등을 기다려 다시 제2롯데월드건립을 추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최근 신 회장이 연말 대선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진 및 고문단 등과 수시로 접촉하며 연말 대선전망을 관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등에 연루돼 고초를 겪은 바 있는 신 회장과 롯데는 그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건립사업이 얽혀 있는 만큼, 신 회장이 연말 대선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동빈 부회장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개인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알고는 있으나 최근 만난 것은 몇년전 뉴욕출장길 비행기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도”라며 “롯데가 이명박 후보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도 “제2롯데월드사업 등으로 인해 그룹 수뇌부가 연말 대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하지만 롯데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