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두산 일가, 재기 ‘안간힘’

2007-09-27     정하성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네”

‘박용오 일가(一家)’의 재기는 가능할까. 지난 2005년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사실상 두산그룹으로부터 축출(?)당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일가가 ‘와신상담’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아들들이 두산과 결별한 뒤 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기대와 달리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7월, 두산그룹에서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오너일가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박용오·박용성·박용만 형제들은 횡령 및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특히 박용오 전 회장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박용성·박용만 형제는 두산그룹 경영에 속속 복귀한 반면, 박 전 회장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은데다 두산의 경영권에서도 배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전회장의 2세들까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박 전회장의 장남인 경원씨는 두산건설 상무를 지낸 뒤 일찌감치 지난 2002년 두산과 결별하고 ‘독립’을 선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박 전회장의 차남인 중원씨는 ‘형제의 난’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중원씨는 ‘형제의 난’이전까지만 해도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지내며, 두산 4세대 경영진으로서 그룹내 위상이 높았다. 그러나 중원씨는 ‘형제의 난’이후 두산과 결별 수순을 밟았다.

중원씨는 보유중인 두산산업개발 등 두산 관련 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며, 두산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었던 것이다.

이처럼, 두산으로부터 축출(?)당한 ‘박용오 일가’는 그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박 전회장 일가의 재기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장남인 경원씨는 두산과 결별이후 벤처투자 등 창업일선에 뛰어들었다. 2002년 전신전자의 지분 25%를 확보하며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경원씨는 전신전자를 코스닥에 등록시키는 등 회사를 키우는데 헌신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형제의 난’의 후폭풍은 경원씨와 전신전자에도 불어왔다. 지난 2005년 ‘두산 자금의 전신전자 연루설’ 등이 불거지면서 전신전자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전환하면서 경원씨는 전신전자의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지난 2006년 4월 경영에서 물러났다.

당시 경원씨의 갑작스러운 전신전자 매각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이후 경원씨가 의욕상실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박 전회장의 차남 중원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중원씨는 두산과의 결별이후, 2년여만인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당시 가드랜드)를 인수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뉴월코프는 과거 바코드관련 장비 및 라벨 인쇄사업을 주업무로 했다. 그러나 중원씨가 대표이사로 나서면서 오일슬러지(석유 찌꺼기)를 이용한 재생원유 에너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뉴월코프는 쿠웨이트 오일슬러지 처리기업인 GGOTC와 포괄적 사업제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석유정제 컨설팅 및 라이센싱 사업을 하는 가남오앤시 주식 4만주를 5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중원씨는 코스닥기업 액슬론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2대주주가 됐다. 휴대폰 주변기기 업체인 액슬론은 최근 임시주총에서 재생에너지·자원개발 등을 새로운 사업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따라서 중원씨가 뉴월코프와 액슬론간 사업제휴 및 M&A를 통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중원씨의 사업확장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플랜트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두산 일가라는 후광을 믿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중원씨와 뉴월코프에 대해 ‘주가상승을 위해 무분별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원씨는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뉴월코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11.51%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가는 1275원으로 중원씨는 총 50억원을 출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