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상경영 삼성생명에 불똥
2007-09-06 박지영
요즘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주변에는 무거운 먹구름이 깔려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에서 비롯된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다른 계열사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자 사내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불거진 ‘삼성생명 대규모 학살설’은 그럴 듯한 시나리오와 함께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명예퇴직설의 실체에 대해 알아봤다.
여름휴가가 끝난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그룹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연간 수억의 순이익을 올리는 삼성전자가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 등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다른 계열사들은 그 불똥이 자기네로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전자도 저러는데 우리야 무사하겠느냐”며 “주요 계열사들이 앞 다퉈 몸을 사리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우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몇몇 삼성 계열사들 사이에선 “‘긴장 조성용’ 명예퇴직이라도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타깃은 삼성생명?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생명도 이러한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삼성생명발(發) 대규모 감원설’이 그럴 듯한 시나리오와 함께 업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내다본 삼성생명발 조직개편 기본방향은 ‘효율화’이지만, 실제 내용은 본사인력 100여명을 영업현장에 강제 배치해 ‘군살빼기’에 돌입하겠다는 심산이다.
또한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목표인 만큼 인적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부서 인력을 대상으로 영업 인원을 선정하는 만큼 무작위 색출이 예고된다.
시장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중 전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 받을 예정이며, 명예 퇴직자에게는 월급여를 기준으로 약 20개월치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또 이러한 ‘삼성생명표 구조조정’은 올해 안에 본사인력 2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유지해 명예퇴직을 수시로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러한 ‘대학살설’이 업계를 통해 빠르게 회자되자 삼성생명측은 “전혀 사실무근”임을 강조하며 펄쩍 뛰었다.
삼성생명 홍보팀 김지훈 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한 일련의 소문과 관련, 김 과장은 “본사인력 100여명을 영업현장으로 배치하는 것은 회사차원의 순환배치로 매달 있는 인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소문이 돌게 된 것에 대해 그는 “근거 없이 소문만 가지고 확인하는 것 아니냐”며 “온갖 소문이 다 나도는 상황에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어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 비롯된 그룹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줄곧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질 때쯤 예의 입장을 180도로 바꿔 실시한 만큼 사측의 입장은 전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예전만 못한 ‘삼성맨’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SDI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감에 따라 삼성 계열사 전반의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 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SDI 등 일부 계열사에선 이미 ‘인력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생산원가 절감 차원을 넘어선 이 같은 조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거침없이 질주해 온 ‘삼성맨’들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쯤 되자 삼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미 ‘대규모 학살설’에 동요돼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다. 실제 ‘삼성맨’들은 새 둥지를 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 취업전문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이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삼성그룹 재직자는 모두 81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9% 늘었다.
특히 이곳의 헤드헌팅포털 HR파트너스 사이트에 등록된 전·현직 삼성그룹 임원들의 이력서 등록건수만도 20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9.0% 증가했다.
이와 관련, 스카우트 시장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에 따른 구조조정설이 돌면서 사전에 몸값을 미리 알아보려는 생각에 전ㆍ현직 삼성 임직원들이 이력서를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일부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헤드헌터들은 구조조정 움직임이 길게는 지난해 여름부터 인력감축 조짐이 보였다고 한다.
한 헤드헌팅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가시화한 것은 지금이지만 사실 인력시장에서 움직임이 먼저 일었다. 헤드헌팅시장이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데, 작년 하반기부터 인력시장에 인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헤드헌팅시장에서 삼성맨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헤드헌팅시장에 나오는 ‘삼성맨’은 부쩍 늘어난 반면 인기도나 비중이 많이 줄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이 적잖은 삼성맨을 수혈 받은 데다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현직 삼성 임직원을 선호하고 있다”며 “때문에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자인지 파악하고 먼저 팽 당하기 전에 회사를 갈아타는 얌체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삼성맨의 적응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삼성의 전직 직원을 영입한 기업 관계자들은 삼성맨들에 대해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전체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조직 적응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취업알선 사이트가 지난해 조사한 <삼성그룹 출신자 스카우트 관련 동향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 출신의 업무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3%나 차지했다.
보고서는 또 “삼성과 다른 기업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 출신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게 마련이고, 삼성 출신 스카우트 사례를 보고 스카우트 안 하겠다고 결심한 경우는 무려 94%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