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금 지급거절 구설수
2007-08-22 김종훈
상품 내용을 과대 포장해 소비자를 오인케 한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계약자와 약관에 따른다는 보험사 사이의 다툼이 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발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가입을 권유할 때는 설계사가 보장한다는 내용을 부풀리고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약관을 운운하며 어떻게든 덜 주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보험금 피해가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소송비용 및 절차 등이 까다로워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 가입 당시에는 각종 질병을 보장하는 것처럼 하지만, 막상 병에 걸려 보험금을 청구하면 약관상 지급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B씨는 2006년 12월 15일부터 2007년 4월13일까지에 양측 안면마비, 고혈압으로 한방병원에서 입원치료 해 교보생명에 보험금 청구를 했으나 일반입원비
만 지급하고 고혈압 성인병에 의한 입원비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원하기 전 B씨는 교보생명 지점 지점장 및 직원들에게 문의한 결과, “진단서에 고혈압이 명시되면 성인병입원비지급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본사에서는 지급되지 않은 것.
이후 B씨는 한방병원 이비인후과 특진의 소견서를 교보생명 민원실에 제출했으나 “조사도 필요 없고 지급을 하지 않겠다” 는 통보만을 받게 됐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은 교보종신보험으로 12대 질병 고혈압이 포함된 성인병특약까지 가입해 더욱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험금 지급 거절 40% 이상
K씨는 지난 2003년 7월 후두암에 걸려 항암치료와 치료비 전반의 보험금을 교보생명으로부터 지급받았다. 방사선치료로 인해 병이 완치된 줄 알았으나 지난해 10월 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인해서 뇌의 호흡과 관련된 곳 등에 뇌압이 상승됐고, 치아도 다 썩어 들어갔다. 그렇게 병세가 깊어져 현재는 말도 못하고 손가락 하나도 꿈쩍 못하는 사지마비상태가 됐다. 이에 다시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보험사 측에서는 “지급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분명 의사 소견서와 보험사에서 요청한 양식의 문서 등에는 ‘암 치료의 후유증’이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보험금의 지급이 거절됐다.
교보생명 측은 전화상으로 “치아우식증으로 인한 부분만 인정이 돼 일반 질병보험에서 하루 입원비 1만원씩 해서 한 달에 30만원만 지급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에 너무 억울한 나머지 소송하려 해도 복잡한 절차와 병을 앓고 있는 터라 가족도 모두 병상에 매달려 있어 직접 나서기도 힘든 형편이다. 사고 인정 여부는 보험금 산정과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다툼의 단골 메뉴다.
서울 공릉동에 사는 L씨는 지난해 남동생이 축구를 하다가 사망하자 교보생명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L씨의 동생이 ‘체질적 요인에 의해 사망해 재해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L씨 동생이 축구 경기 도중, 다른 선수나 돌 따위에 부딪치지 않고 혼자 갑자기 푹 쓰러졌으므
로 급격성·우연성·외래성이라는 사고의 3원칙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L씨는 질병이나 체질 요인 같은 내부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외래 사고로 보아야 한다는, 동생과 비슷한 건을 다룬 판례를 찾아내 맞섰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L씨는 지금도 축구를 하던 날 멀쩡했던 동생이 죽은 것은 사고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접수된 질병보험 관련 피해구제 121건을 분석한 결과, ‘진단받은 질병이 약관 보장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가 49건(40.5%) 발생했다.
‘질병 보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121건을 분석한 결과, ‘진단받은 질병이 약관 보장대상에서 제외되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가 40.5%(49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수술 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 32.2%(39건),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수술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 13.2%(16건), ‘담당의사의 진단내용을 불인정한 사례’ 5.7%(7건)로 뒤를 이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 ▲보험모집안내자료에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포괄적인 병명 대신 구체적인 병명으로 기재 ▲뇌혈관질환 등 중대한 질병에 대한 보험회사의 진단요건 완화 ▲의료기술의 발달을 반영한 보험금 지급기준 개선 및 약관 개정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약관에서 보장하는 질병의 세부 범위를 확인한 후 보험 가입 ▲질병 진단을 받은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수술 보장 범위 확인 ▲보험금 청구시 의사 소견서 등을 미리 꼼꼼히 챙길 것을 당부했다.
보험금 지급 거절사례 천태만상
교보생명 관계자는 “질병보험의 특성상 보장하는 질병이 수천가지에 달해 계약자가 모든 보장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쉽지 않아 일부계약자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떤 서류상에 증거가 있으면 소비자 편에서 합의를 도출해 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설계사랑 구두 약속을 갖고 양측이 다툴 때는 난감하다”며 “실제 입증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모집 단계부터 계약 체결, 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단계 등 모든 과정에서 분쟁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사실상 질환이 맞다 아니다를 입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암 보험 같은 경우 암으로 인한 합병증은 인정하지 않고 반대로 암을 제외한 11대 질환 보험에서는 백혈병 등이 발생해서 합병증이 오면 암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해주지 않으니 소비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료를 받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