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재 마사회장 ‘뺑소니 의혹’ 전말

2007-08-13     장익창 
망자는 말이 없는데 뒷말은 무성…

지난달 31일 농림부 산하기관인 KRA(한국마사회) 이우재(71) 회장이 직접 운전 중 오모(69)씨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6일이 지나서야 이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으며 이 회장이 직접 관용차를 운전하던 중 사고가 났고 과거 같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 출신인 이완구 충남도지사를 만나러 가는 도중 발생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본지 취재결과 이 회장과 유족 간에는 보상과 관련, 이 회장이 개인비용으로 보상하는 구두상의 합의가 이뤄졌으며 숨진 오모씨의 친조카가 지방 고검의 오모 부장 검사라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 사고의 전말에 대해 추적해 본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31일 마사회 이우재 회장이 교통사고를 낸 경위는 이러하다. 공주경찰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 터널 안에서 관용차인 체어맨 승용차를 직접 몰고 가다 바깥 차로로 달리던 경운기를 들이받아 운전하던 오씨가 터널 벽에 머리를 부딪친 뒤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터널 내 구조물을 친 것으로 알았고 터널 밖까지 그대로 주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회장은 사고 직후 터널을 빠져나와 차를 세우고 현장 목격자인 김모씨가 119에 신고한 지 9분 뒤 119에 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혹은 이 회장이 사망사고를 낸 후 경찰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터널을 빠져나와 차를 세워 사고현장을 벗어나려 한 게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고는 지난 5일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6일자 모 신문으로부터 시작돼 일파만파로 보도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 보도들을 토대로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이우재 회장이 뺑소니를 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정부는 산하 기관장의 도덕 불감증을 일방적으로 감싸선 안 되며 해당 기관장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사고 당일 오후 2시 충남도청에서 도내 승마장 건립 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완구 충남지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와 건전한 레포츠 문화 차원에서 승마 사업 육성에 역점을 두어 왔다. 각 지역별로 승마협회나 승마장이 있는 것에 비해 충남도 역내에는 이러한 것들이 없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이 지사와 약속을 잡았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가장 의문시 되는 부분은 그가 왜 직접 운전해 홀로 갔느냐는 점이다.

마사회는 주 5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무일이다. 사고 당일은 화요일로 마사회 휴일이었다.

마사회 비서실 김덕수 실장은 “이 회장은 휴일을 맞아 쉬고 있는 운전기사를 불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근거리인 충남도청에서 일정이 잡혀 있어 직접 운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장과 휴무가 엇갈림에도 승마장 건립이라는 중요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업무 차 이동하는 중 불의의 사고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망자 친조카는 현직 부장검사

또 하나의 의혹은 공기업의 회장이 사망사고를 냈는데도 사고 이후 6일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고 즉시 이 회장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과 그 사이 이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충남경찰청과 공주경찰서를 대상으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장과 이 지사는 평소 친분도 있다. 두 사람 모두 15, 16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으며 이후 이 회장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 17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하고 2005년 4월부터 마사회 회장을 맡았고 이 지사는 충남도 행정을 총괄하고 있다.

충남도청 비서실은 “사고 당일 공주경찰서로부터 충남경찰서에 본건에 대한 접수 및 정보보고가 완료된 상태였는데 언론들이 이를 뒤늦게 확인하고 보도하기 시작하며 의혹이 불거진 것”이라며 “은폐 청탁 등에 대한 의혹제기는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본지 취재결과 숨진 오모씨의 친조카는 지방고검의 부장검사로 재직하고 있음도 밝혀졌다. 뺑소니라면 유족들이 친척인 현직검사를 동원해 철저히 사고를 조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모씨는 유족으로 부인과 1남 4녀를 두고 있다.

마사회 홍보실은 “이 회장이 현재 유족들과 보상금 관련, 개인비용으로 구두 합의를 했고 6명의 유족을 상대로 서면 합의에 들어간 상태로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신도 탐내는 직장

한편 마사회는 높은 급여와 복지혜택이 후하고 업무강도도 수월해 공기업 중에서도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법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며 그 관여 정도를 떠나 사행성에 따른 패가망신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경마의 중심에 공기업인 마사회가 있다는 점은 일반인들이 의문시하는 부문이다.

마사회가 지난달 마감한 올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총 14명을 뽑는데 4250명이 지원해 30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 한 명을 뽑는 ‘재경직’에는 1500여 명이 지원해 역대 공기업 모집 부문 입사 경쟁률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마사회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005년 기준 6385만원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달 노사합동 연수 40명, 선진 경마연수 25명 등 모두 65명을 대상으로 7박8일간 해외여행을 실시했다. 노사합동연수 대상자는 노조활동 참여를 기준으로 노조가 결정할 만큼 노조 힘도 막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