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최대위기 봉착
2007-08-09 백은영
롯데가 큰 일 났다. 하는 일, 되는 일이 없다. 신격호 회장의 20년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좌절을 시작으로 사업전반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 유통, 여행업, 금융 등 롯데의 추진사업에서 소송, 세무조사, 고발 등으로 얽혀있다. 관련된 기관만 해도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이다. 도덕심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마트의 미국 소고기 허위표기, 인천 계양산 골프장 허가와 관련, 환경성검토서 고의누락, 황학동 주상복합건설 공사비 허위조작 등에 의혹을 받고 있다. 거짓, 허위조작, 고의누락 등으로 얼룩진 롯데. 특히 미국 수입소고기 허위표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사건이라는 것에 대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가 위기를 맞이해 도덕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2007년 상반기 롯데의, 롯데에 의한, 롯데를 위한 변명을 살펴보았다.
롯데마트가 수입육의 영어표기로 인한 허위표기로 시민단체의 맹공을 받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척아이롤(Chuck Eye Rol)이 ‘알목심과 윗등심의 혼용’이냐 ‘윗등심’이냐는 문제다. 마치 영어해석과도 관련 있을 것 같은 이 문제에 시민단체와 롯데마트가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입장은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알목심살 (척아이롤·Chuck Eye Roll)’을 ‘윗등심(척롤·Chuck Roll)’으로 표기해 롯데마트 53개 전 매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건 전모
이 같은 배경에는 알목심살이 등심가격보다 최저 30% 이상 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마트 측은 완강하다. 한우는 등심과 목심으로 구분되지만 수입육은 ‘척아이롤’ 부위가 있다는 것.
호주산도 ‘척아이롤’을 ‘윗등심’으로 표기해 판매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되냐는 입장이다.
또한 이러한 혼동을 줄이기 위해 척 아이롤이라는 영문표기 옆에 고기 부위를 그림으로 설명해놓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표기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혼용의 의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롯데마트는 전국 52개 매장에 영업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또 시민단체들이 사기 및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이기에 롯데마트 임직원의 사법처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용의 의미가 가능하다고 드러날 경우 시민들은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척아이롤이라는 부위의 고기를 살 때마다 쇠고기 부위 그림을 살펴보고 윗등심인지 알목심살인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사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광진구청은 지난달 25일 롯데마트 강변 점의 쇠고기에 대한 현장 실사를 실시해 롯데마트가 ‘알목심’을 ‘윗등심’으로 허위 진열해 판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10일까지 롯데마트 측에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준 뒤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 하나로 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의 할인 매장에서는 지난해 3월 6일 확정 고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부위별 분류체계에 따라 문제가 된 ‘척 아이롤’을 ‘알목심’으로 정확하게 표기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시민권리연대 관계자는 “롯데는 시민들을 상대로 영어표기 운운하며 미국 쇠고기부위를 호주식 표기에 따른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쇠고기 부위의 그림을 보고 알목심살과 윗등심을 알아서 사라는 것은 롯데가 전 국민들을 상대로 영어와 식품 교육을 시킬 작정을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롯데 측의 소명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광진구청의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이것은 롯데식의 위기탈출에 대한 변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성 검토서는 지문을 남긴다.”
롯데건설이 인천의 마지막 숲이라 불리는 계양산 일대 골프장 건설추진과 관련, 인천 시민위원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 골프장 건설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멸종위기 야생 동물 수치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것이다.
“환경성 검토서는 지문을 남긴다”
사건인즉, 롯데건설은 지난해 9월 A사에 GB관리계획(계약 롯데 대중골프장)수립을 위한 환경검토서를 의뢰한다.
이에 A사는 롯데건설측이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인천 계양산에 천연종과 천연기념물 조류 2종 등 4종이 서식하거나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환경 검토서를 완성했다.
그러나 A사는 한 달 뒤인 10월 이를 토대로 ‘현장조사 결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축약본을 작성한다.
이 같은 서식조류 수치는 골프장 건설허가에 가장 핵심 사안이다. 현행 법규상 골프장 건설 기준에서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골프장 사업계획 부지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손바닥 뒤집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롯데 측이 D사에 압력을 넣어 축약본에 대해 조작압력을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환경청에 제출한 1, 2차 검토에서 승인을 얻지 못한 롯데는 환경성검토서 용역사를 다른 B사로 바꿔 7월 중순 조건 동의를 얻어내고 만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A사가 만든 환경검토서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며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롯데의 이러한 눈물겨운 조작사건이 실제로 드러나는 일이 발생한다. 국회로부터 자료요청을 받은 환경청이 롯데에 자료를 요청했고 롯데 측 실무진의 실수로 원본과 축약본 모두가 환경청으로 건네진 것이다. 롯데 건설의 배짱 두둑한 거짓말 퍼레이드는 황당한 사건으로 종결 났다.
건설사의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건설이 황학동에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건설 중인 주상복합단지 공사비를 둘러싸고 재개발 조합 측과 첨예한 갈등 중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이 공사비를 과대계상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2001년 롯데건설과 황학동 재개발조합 간에 체결한 도급공사 가계약에서 착공시점까지 공사비 상승분을 공산품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맞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도급공사 가계약 문서공산품 생산자물가지수가 7.3%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이 15.01%를 적용해 공사비를 과대계상해 327억원 정도를 속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그 기간 건설자재비가 17% 이상 올라 공산품 생산자물가지수 대신 일반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5.01%를 적용하기로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올해 만해도 롯데 시네마 계열사 부당지원, 롯데 TJB 여행업, 택배업의 관련업종과의 갈등, 롯데 쇼핑 세무조사, 롯데카드 이중인출, 롯데 마트 고기부위 허위표기 시비, 제 2롯데월드추진 실패, 인천 계양산 일대 골프장 건설 난항, 황학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비 과다계상 의혹 등에 휩싸였다. 사업전반이 총체적 난관에 부닥쳤다. 그때마다 롯데는 용감무쌍한 변명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변명을 위한 변명. 최근 거인의 발자국이 유난히 작디작아 보이는 이유다.
롯데 JTB 여행업 진출 후폭풍 점입가경
“회장님 살려 주세요’ 중소 여행업체들 도산 공포
신격호 회장 여동생 남편 회사인 롯데관광과 소송
롯데가 여행업진출을 선언하면서 중소여행사들이 초긴장상태에 놓였다.
한 해 평균 1억명 이상의 관광객을 해외로 보내 연 매출액 1조 3000억엔에 달하는 100년 역사의 일본 최대 여행사인 롯데 JTB. 호텔, 백화점, 유통할인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 두 회사가 합쳐 여행사를 출범하면 영세한 여행사들은 모조리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이들은 롯데 JTB의 영업목표가 2011년까지 국내 인구 120만명의 해외여행 알선을 정한 것에 아연실색했다.
이는 국내 여행자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로 1만여 영세한 여행업체 중 40%의 도산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면담 요청서를 발송했으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1백여명이 모여 롯데 JTB의 국내 여행업 진출을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실시했다.
또한 지난달 18일 청와대에 롯데 JTB의 운영을 막아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눈물겹다. 그러나 롯데 측은 여행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롯데 측이 냉혹한 혈육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행업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여행업에 대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관광에 서비스표권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을 냈다.
롯데관광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씨의 남편(김기병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본질적으로 롯데그룹과는 무관하지만 회장 혈육의 사업이기에 롯데라는 상호를 눈감아 주었지만 롯데가 여행업에 진출하면서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롯데 측은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의 이 같은 주장에 사업계획에서 120만명은 항공 등 판매수치일 뿐이고 롯데에 파트너십 제안을 한 것은 일본 쪽이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기어코 여행업진출을 선포하고 신속한 상품계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 여행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현재 1만여명의 중소여행업체들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