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논란 삼성생명 현주소
2007-08-08 김종훈
수금비 2500억 오리무중 “어디에?”
삼성생명이 보험료에서 사업비 중 수금비 명목으로 징수한 금액 가운데 연간 수천억원이 애초 근본 취지에 부합되는 용도에 쓰이지 않은 채 자금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수금비의 행방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보험료 중 위험보장으로 쓰이는 비용 말고 얼마를 설계사수당, 수금사무비 등 기타 비용으로 썼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사업비(수금비, 신계약비, 유지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계약자 입장에서는 위험보장 이외에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안고 있다는 말이다. 계약자들은 보험료에 이런 비용이 포함돼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맹점을 이용해 수금비를 과다 책정해 그 이익금을 잡수익으로 꿀꺽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지난 2006년 회계연도(2005년 4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보험계약자로부터 거둬들인 수금비 3252억1900만원(총보험료의 2.5%) 가운데 실제 지출된 금액은 678억54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금비로 집행한 금액을 제외한 2573억여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연간 2573억5500만원의 비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자금관리에 능숙한 금융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사업비란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 할 수밖에 없는 비용인 이유는 위험보장의 비율을 깎아먹는 것이다”며 “생보사들이 금리로 인한 2차 역마진 등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비차이익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사업비로 나눈 것이다. 사업비란 보험모집인 수당, 계약 유지비, 보험료 수금비 등을 합친 것으로 회사는 보험상품을 팔 때 사업비를 미리 추정해 보험료에 반영한 뒤 남은 사업비를 잡수익(비차익)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비차익(예정사업비보다 보험사가 쓴 실제사업비가 적어 발생하는 이익) 규모가 확대될수록 회사 전체수익은 늘지만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된다.
수금비는 보험회사 편의 위해 쓰는 돈
삼성생명은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도 627억3400만원을 수금비로 지출했지만 보험계약자로부터 거둬들인 수금비 총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본지 기자가 수금비 차액의 사용처에 대해 삼성생명에 확인을 요구했으나 관계자는 “사업비 내역을 밝혀야 할 이유가 있느냐” 며 “담당자들이 휴가를 가고 해서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답변했다.
수금비는 보험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가운데 순전히 보험회사의 편의를 위해서 쓰는 돈으로 이것이 과다 책정돼 수금비 차익이 발생했다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자에게 그 몫을 돌려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 돈의 행방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금감원에 경영정보 제출 세부항목인 사업비 보고에서 신계약비, 유지비, 수금비를 세분화했던 재원식을 지난해부터 보고식으로 바꿔 지출 세부항목을 표시하지 않고 있어 그나마 큰 분류조차 파악할 수 없다.
삼성생명은 보험가입자가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의 약 2~3%를 수금비로 책정해 은행이체수수료 등으로 쓰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무배당 유니버셜종신골드보험’의 사업비 지수는 111.5%(신계약비 106.3%, 유지비 115.5%, 수금비 103.3%)를 사용, 업계 평균보다 11.5% 많이 부과돼 있다. 삼성생명 무배당 유니버셜종신골드보험에 가입한 이씨는 “보험료 대부분이 은행의 자동이체 시스템을 통해 납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체 보험료의 3%가량을 수금비로 거둬들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에 확인한 결과 리얼타임 자동이체와 일괄자동이체 등이 있는데 리얼타임의 경우 일반 건당 300원(은행별동일) 일괄자동이체의 경우 출금건당 100원에 의뢰건당 40원이 공식적인 가격이며 의뢰건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내려 갈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입자가 부담한 사업비로 먹고산다
삼성생명 보험사의 FY 2005년 사업성과에 따르면 삼성생명 가입자는 1년 동안 15조5471억원의 보험료를 냈다. 삼성생명은 현재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가입자 개인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업성과 내역을 분석해 보면 1년 동안 낸 보험료에서 삼성생명의 운영에 필요한 예정사업비로 4조2198억원(수입보험료 기준 27.1%)을 계약자가 부담한 셈이다. 예정 사업비는 예정 신계약비 2조7257억원(17.5%), 예정 유지비 1조1689억원(7.5%), 예정 수금비 3252억원(2.1%)로 나뉘어 있다. 삼성생명은 이렇게 받은 예정 사업비 중에서 실제로 지출한 사업비는 2조9504억원(수입보험료 기준 19.0%)에 불과한 것으로 신계약비 1조9390억원(12.5%), 유지비 9435억원(6.1%), 수금비 679억원(0.4%)이 전부다.
가입자에게 예정사업비를 받고 보험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사업비로 지출한 실제사업비를 빼고도 남은 ‘사업비차액’만도 총 1조2694억원(수입보험료 기준 5.1%)으로 신계약비 7867억원(1.4%), 유지비 2254억원(1.7%), 수금비 2573억원(8.2%)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상장 시 삼성일가 주식대박
국내 비상장기업 가운데 추정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생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를 통해 평가총액을 산출한 결과, 삼성생명의 평가총액이 5조2004억원으로 비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 상장이 현실화되면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들은 최소 60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게 되는 등 특수관계인들만 16조원대의 초대형대박이 예상된다. 삼성그룹 지배구도의 골격은 이건희 회장 일가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순환되는 출자구도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3.3%(이하 보통주 기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7.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46.9%,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25.6%를 소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보유 자회사 지분의 가치가 회사 총 자산의 50%를 초과할 경우 지주회사로 분류된다. 현재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지난해 말 장부가액 기준 총 자산(3조6082억원)의 46.64%를 삼성생명이 차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삼성생명의 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의견이 대세다. 당장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버려야 하는 등 지주회사로서의 요건을 갖추든 다른 방법을 찾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 인터뷰
문제 공개되자 이전 문제까지 덮어
소비자 권리회복 위해 금융기관 제재 필요
오랜 기간 보험가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비자보호협회 김 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기본적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정 신계약비, 예정 유지비, 예정 수금비’를 공개해야 한다.”
김 회장은 “‘위험보험료’는 ‘해당월위험보험료’와 미래에 내야 할 보험료를 미리 앞당겨 내는 선납위험보험료로 다시 나뉜다. 부가보험료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체결, 유지, 관리하기 위한 경비(예정 신계약비, 예정 유지비, 예정 수금비)에 해당되는 보험료로 예정 사업비율을 기초로 계산된다” 고 말했다.
보험회사 수금비는 전적으로 회사의 유지관리에 속하는 비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예정신계약비는 모집인 수당, 증권발행 등의 신계약 체결에 필요한 제경비로, 예정 유지비는 보험회사 임직원의 임금과 상여금, 퇴직금 등과 계약유지 및 자산운용 등에 필요한 제경비로, 예정 수금비는 보험료 수금에 필요한 제경비로 쓰일 것을 보험회사가 예정하여 책정하고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가입자가 부담한 예정사업비 중에서 실제로 보험회사가 집행하고 남은 사업비는 고스란히 보험회사의 주주 몫으로 남긴다” 는 것이 김 회장의 입장이다.
김 회장은 보험과 관련된 민원을 모아 수차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유관기관에 보험료 책정과 관련해 부당사항을 개선하라고 시민운동을 펼쳐왔다.
“그 동안 수천만 가입자가 보험회사의 운영에 필요한 부가보험료(예정사업비)를 납부한 결과라며 삼성은 지금 문제가 붉어져 나오자 아예 공개하던 부분까지 감추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런 부당한 행위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촉구해 나갈 것이다.” 김 대표는 금감원장이 퇴임식을 하는 지난 3일 항의 농성을 하기위해 금감원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