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편애가 이복형제 갈등 불렀다

2007-07-23     장익창 
동아제약 강정석·문석 ‘형제의 난’ 막전막후 -2탄

이달 들어 다시 불거지는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인들의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역임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집안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은 그 발단을 오너 일가의 집안내력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호 회장의 두 명의 부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형제들에 대한 편애와 후계구도로 인한 갈등이 종합돼 불거졌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3월 동아제약 정기주주총회 직전 가까스로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 간 극적인 화해로 봉합된 듯한 ‘부자의 난’ 일단락도 잠시였을까.

당시 동아제약 이사로 동아제약 경영전선에 복귀한 강문석 이사가 이달 들어 한배를 탄 유충식 이사(전 대표이사 부회장), 수석무역, 한국알콜산업과 함께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이사회 결의’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동아제약 일가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제 2막에 들어갔다.강 이사 측이 법원에 자사주 매각에 대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를 신청한 것은 매각된 자사주가 반대 측으로 들어가 지분 싸움에서 자신이 불리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은 이사 복귀, 동생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동아제약의 집안 내분은 단순한 부자간의 불협화음이 아닌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의 난’과 한 가장 두 가족 간 ‘가족의 난’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동아제약 정기주총에서 강 회장의 첫 번째 부인 박정재 여사 사이의 2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강 이사로서는 지난 2004년 말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난 지 2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동아제약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는 강 회장의 후계구도에 대한 심중을 읽어볼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이사회에서는 강신호 회장의 두번째 부인인 최영숙 씨 사이의 4남 강정석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이다. 이날 이사회 결과는 강정석 부사장에게 지난해 11월 동아제약과 함께 동아쏘시오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오란씨’, ‘포카리스웨트’ 등으로 유명한 동아오츠카의 대표이사 사장 임명에 이은 것으로 사실상 그룹의 후계구도가 ‘강정석 체제’로 굳히는 것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강 이사와 유충식 이사는 “제약과 식품의 서로 다른 업종을 겸직하는 것은 일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 이사는 아버지의 결정과는 달리 다시 한번 동아쏘시오 그룹의 후계에 대한 염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 이사의 어머니인 의학박사 출신 박정재씨와 아버지인 강 회장 사이에는 불화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이사는 어려서부터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와 1980년 이후로 전해지는 부모의 완전별거 및 지난해 7월 팔순 부모들의 황혼이혼을 목격해야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 이사의 형인 장남 의석씨는 질환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강 이사는 학업에 정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산업공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 이사가 그토록 학업에 정진한 것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열망에서였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강 이사는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2004년 12월까지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는 과정에서 그가 후계자가 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이후 강 이사를 내쳤다. 그는 2004년 12월 말 부회장으로 밀려나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2005년 3월에는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그가 이후 옮긴 곳은 동아쏘시오그룹의 계열사로 병유리를 생산하는 수석무역 대표자리, 한직으로 내몰린 셈이었다.

당시 강 이사의 인사와 관련, 회사의 효자 상품인 박카스가 치고 올라오는 광동제약의 비타500으로 위기감에 빠져 있었고 강 회장은 당시 공공연히 강 이사에 대한 경영 능력 불신에 대한 심기를 드러낸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비타 500이 전국의 소매상까지 들어가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사이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취급이 가능한 제품 특성 때문에 강 이사의 귀책이 아니었으며 특히 그가 주도한 위염 치료제 스틸렌,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등이 신약으로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강 이사에 대한 인사의 명분은 약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가장 두 가족, 아버지 편애 엇갈린 형제애

한편, 강문석 부사장의 경우는 자상한 아버지인 강 회장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1960년 이후부터 주로 강 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강 부사장의 어머니인 최영숙씨의 집에서 기거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이복형과는 달리 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강 부사장은 중앙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미 매사추세츠대에서 금융학사를 취득한 후 이복형인 강 이사와 같은 해인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동아제약 경영관리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특히 그가 영업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관련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내력을 가진 이복형제는 현재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 사옥에 강 이사가 5층에, 강 부사장이 4층에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 이사가 복귀한 이후에도 두 형제는 이사회가 아니면 마주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