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타운 연면적 63빌딩 3배 교통대란 불보듯
2007-07-23 백은영
회사원 이원석씨는 아침 출근길이 언제나 힘겹다. 회사로 올라가는 지하철 계단에서 10분 째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여개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여분으로 계단 1개마다 1분씩 걸린다. 그러나 지하철은 양호한 편이다. 버스는 더하다. 버스전용차로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교대에서 강남역까지 한 정거장 가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귀성행렬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행렬이 이미 도로를 점령해 주차장이 돼 버렸다. 이것은 2008년 삼성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완전 입주가 됐을 때 예상되는 교통마비현상이다. 현재 강남역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미 두려움에 떨고 있다. 2008년에는 삼성직원과 관련 업체까지 모두 2만여명의 인구가 모두 강남역으로 일제히 쏟아지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주민들은 삼성타운증후군이라 불리는 스트레스로 인해 벌써 보따리를 싸려고 하고 있다. 부동산업자마저 고개를 내젓는 강남역의 끔찍한 교통마비현상. 강남인근 주민들은 교통난으로 이미 부글부글 포화상태에서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1990년 토지를 매입해 서초 진출을 선언한 삼성.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삼성 서초 진출기. 그 우려의 목소리를 따라가 본다.
삼성타운이 화려한 서초시대를 연다. 삼성은 부지 2만 4750㎡(7500평)에 연건평 39만㎡(11만8000평) 규모로 삼성타운을 짓고 있다. 완공은 2008년으로 삼성의 핵심부서가 모두 이곳으로 이전한다. 제일 먼저 2003년에 착공한 서울 강남역 옆 ‘삼성 서초타운’ 3개 동 중 35층 짜리 A동인 삼성생명 건물이 완공됐다. 이 건물에 삼성중공업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이사했다. B동 삼성물산 건물은 올 12월, C동 삼성전자 건물은 내년 5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우선 이달 초 입주를 시작한 삼성생명 A동은 서울 역삼동에 있던 삼성중공업 서울 사무소가 32∼35층에 제일 먼저 이사했고, 28~31층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용산 국제빌딩에서 이사 왔다. 한편 오는 12월 B동에 경기도 분당에 있는 삼성물산이, 12월에는 C동에 서울 태평로에 있는 삼성전자가 입주한다.
삼성타운은 규모나 내부시설도 일류를 지향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네트워크와 오피스 관리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IT 기술의 집합건물이다. 1분에 300m를 올라간다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실내온도와 일조량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는 사무실 커튼. 사람의 밀집도에 따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환기 시스템. 또한 사무실 내 프린터와 PC 역시 중앙 통제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사무실 내 인터넷 속도는 1Gbps에 달해 체감으로 감지되는 인터넷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졌다. 건물 내부는 적절한 미술 전시품과 함께 대리석과 스테인레스 코팅으로 마감돼 고풍스럽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성타운 최첨단 기술 집합체 2만여 직원 교통대란 예상
삼성은 이 같은 첨단 시설 구축에만 약 6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삼성 최고의 기술력이 만들어진 멋진 신세계다.
그러나 삼성타운은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교통문제다. 삼성도 이 문제로 골똘히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서지 않는 상태다. 이미 직원들의 지각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도 굳이 교통이 복잡한 강남으로 이사가야 하는 명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교통문제가 가장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강남역에서 교대역 구간이다. 강남역과 역삼역은 8차선이지만 강남역에서 교대역 구간은 5차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흥아파트와 롯데칠성 사이의 5차선 도로를 확장해야 하지만 롯데타운 개발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진흥아파트 주민들은 도로확장의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바꿔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요즘도 출근시간이면 강남역 부근의 교통 혼잡으로 1km 구간 정도를 지나는데 1시간이 걸리는 등의 최악의 교통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신호체계도 문제다.
삼성사옥 주변 병목현상을 가중시킨다. 좌회전이나 유턴 신호가 없어 강남대로와 테헤란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P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교통 혼잡에 대해 삼성은 세워놓은 상태다.
삼성은 120여대에 달하는 출퇴근용 버스 운행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또한 임직원들 외에는 승용차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어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7.4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008년 끔찍한 강남역 주민들 교통지옥 호소
서초구청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초구는 삼성의 서초구 진출에 대해 희색이 만연한 반면 민원들로 고심하고 있다. 우선 구는 강남역 4거리에서 서초로를 따라 교대역쪽으로 향하는 차량이 진흥아파트 앞에서 유(U)턴해 삼성타운 쪽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경찰과 협의 중이다. 또 서초4동 수정길과 서초2동 사랑1길을 연결하는 횡단보도를 신설해 서초로 때문에 분리된 남북 이동통로를 확보해 유동인구의 이동을 도울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초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신분당선의 개통으로 교통난은 일부해결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며 “그러나 이미 강남의 교통은 포화상태로 버스와 지하철의 증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삼성건물이 들어서 있는 태평로보다 강남역 부근도로가 더 넓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며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받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교통마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주민 집값상승 콧방귀 주거환경악화 인내 한계
그러나 강남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상당한 상태다. 집값상승이라는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생활환경의 저해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라고 예상해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속출한다는 것이다. 우선 강남대로에서 골목길로 들어오는 진입로의 경우 삼성타운과 맞닿은 우성5차 아파트를 지나게 되는데 3개동 모두 입주하고 하루 유동인구 수만 명이 드나들게 되면 골목길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인근 주민들은 삼성타운 건립 시 소음과 진동 등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소송을 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은 “삼성그룹이 주민 고통을 외면한다”며 현수막을 걸어놓고 항의 중이다.
삼성역 부근에 사는 김모씨도 “사람들은 삼성 때문에 집값이 올랐으니 좋겠다는 속 모르는 소리를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건물 시공 시 발생한 소음과 먼지 때문에 고통을 겪었으며 앞으로 2만 여명 되는 삼성직원과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좁은 도로에 쏟아질 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온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 10여년 간 부동산 일을 해왔다는 오모씨도 “부동산업을 하기 때문에 삼성의 진출로 반사이익을 얻어 좋지만 크게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미 강남은 교통, 주거, 상권 등이 포화상태인데 굳이 이곳으로 터를 잡으려고 하는 삼성의 발상이 시대착오적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일류기업 삼성은 최고 땅값을 자랑하는 강남에 기어코 자리를 비집고 진출했다.
지리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삼성은 강남이라는 대표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서울의 밀집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강남에 밀집되어 있는 기업을 다른 구로 이전해야 한다는 균형발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감행된 용기백배한 삼성의 강남 진출기. 삼성타운의 모든 입주가 완료되는 2008년은 어떤 모습일까. 최첨단 삼성타운의 위용 속에 지하와 지상의 교통편은 아비규환의 모습이 아니길 기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펴지고 있다.
#삼성타운 vs 윤빌딩 17년 자존심 대결
삼성은 1990년 삼성타운 부지를 매입하면서 111평의 6층짜리 건물을 매입하는 데 실패했다. 이 작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8년이나 공을 들였다. 강남역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삼성이 이 작은 건물하나 때문에 건축을 2~3년 늦췄다고 귀띔했다. 이유는 80대 고령인 건물주인 윤씨의 강한 뚝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삼성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모든 것을 뜻대로 했어도 당시 윤씨만큼은 이길 수 없다며 백기투항하고 건물 매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공식적으로 삼성측에서 윤씨에게 제안한 금액은 시가 10배 이상이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인 수백억원대라는 것.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삼성과 윤씨가 끝내 협상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직 법무사 출신인 윤씨는 처음부터 건물을 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주변업자들의 전언이다. 98년 삼성이 건물을 신축할 때부터 지금까지 인근 부동산 상승을 비교해도 윤씨는 단단히 손해를 보았다. 부동산 관계자 이 모씨는 “당시 윤씨가 삼성이 제시한 금액으로 인근의 건물을 사들였다면 지금보다 수십배의 부자가 돼 있을 것이다”며 “윤씨는 강남의 토박이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땅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윤씨는 삼성뿐만 아니라 법적인 문제로 구청과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윤씨가 지난 2월 빌딩을 기존 6층인 건물에 8층을 얹어 14층으로 신축하겠다는 건축심의를 구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증축을 재심의 결정을 내렸지만 윤씨측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난해 9월, 지하1층과 2층을 남겨놓고 새로 15층을 짓겠다고 빌딩 증축신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지난해 12월 구조안전문제와 도시미관 저해를 이유로 반려처분을 내렸다. 이에 윤씨는 서초구청을 상대로 증축을 허가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윤씨의 건물이 높게 들어설 경우 삼성 건물의 일부를 가리게 돼 전망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박성중 서초구청장이 삼성타운 입주를 앞두고 직접 전선지중화사업과 도로신호 등을 비롯해 삼성모시기가 지극한 가운데 가능한 소송이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84세 고령의 윤씨는 아직도 삼성타운 밑 꼬마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윤씨, 삼성타운과 윤빌딩 17년 비화. 꼬마빌딩은 현재 지하 1층을 비롯 1, 3층까지 식당가를 위해 당당히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