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실적 강요’가 ‘사내폭행’으로 번졌나
2007-07-19 정하성
하나로텔레콤이 ‘사내폭력’문제가 불거지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측은 “회식자리에서 영업담당 A부사장이 B팀장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사내폭행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측이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사장의 사무 집기를 파손했다. 이에 회사측은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 11명에 대해 해고 등의 강도 높은 징계조치를 내렸다. 노사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각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하나로텔레콤은 ‘노사갈등’이란 또다른 암초를 만나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달 4일 하나로텔레콤 영업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회의 후 가진 회식자리에서 영업팀 J팀장의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 등에서는 ‘사내폭행’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호 폭행”
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회식자리에서 영업실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고, 영업담당 A부사장이 B팀장을 추궁했다는 것이다. 또 “B팀장이 이에 항변을 했고, A부사장이 B팀장을 밖으로 불러내 폭행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내부 감사결과, A부사장이 B팀장과 서로 한 대씩 때리고 끝내자고 했으며 이후 돌아서는 부사장을 팀장이 잡으려다 다리가 접질려 발목이 부러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A부사장도 회사직원들에게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이번 일로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과했지만, ‘폭행’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회사측과 A부사장의 해명에 대해 노조 등은 “직속상관과 부하직원이 어떻게 서로 때릴 수 있느냐”며 “부사장이 일방적으로 폭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노조측이 사내폭행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A부사장 집무실을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노트북 등 사무실 일부 집기가 파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간부들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렸다.
윤세홍 노조 위원장 등 노조간부 15명이 징계위에 회부됐고, 이중 윤 위원장은 해고 조치되는 등 노조간부 11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노조측은 “회사측의 징계는 노조를 말살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최근 들어 회사측이 개인별 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에게 ‘영업실적’과 관련한 강요가 늘고 있다”며 “이런 살인적인 영업실적 추궁이 이번 ‘사내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노조측은 “회사측은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조위원장 징계 해고 등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또 ‘실적부진에 대한 강한 압박’, ‘직원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 실시’ 등도 매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위원장 등 해고조치
노조 관계자는 “사내폭행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던 노조간부를 해고 등 중징계하는 것은 노조를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징계에 대해 회사측에 재심을 청구하고, 또 노동위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모든 법적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사내폭행 사건은 노조측에서 부풀린 것이다. 당사자들이 폭행문제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단협 등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노조측이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기물을 파손할 시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규에 따라 정당하게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매각’을 위해 노조탄압 차원에서 노조간부를 징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하나로텔레콤은 대주주 지분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로텔레콤은 2003년 10월부터 AIG-뉴브릿지-TVG컨소시엄이 40%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해 오고 있는 회사다. ‘AIG-뉴브릿지-TVG컨소시엄’은 현재 골드만삭스를 전략적 어드바이저로 신정하고 인수자 찾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갈등에 이어, ‘사내폭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매각절차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