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의 손? 먹튀? 헷갈리네…

2007-05-03     박혁진 
SK 최태원 사촌동생 최철원씨 우회상장 내막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가 코스닥 시장에 진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구본호 테마주’라 불리며 코스닥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LG가 3세 구본호씨처럼 대기업의 후광 효과를 등에 업은 또 하나의 ‘마이다스의 손’이 등장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회상장을 통한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빠지는 바람에 애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먹튀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작 본인은 “단타성 투자가 아닌 전략적 관점에서의 장기적인 투자”라고 말하고 있어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기업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웃고 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4월 16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38)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인수가 결정된 ‘디질런트 FEF’는 이날 “윤기태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경영권을 최철원씨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같은날 ‘마이트앤메인’도 “100% 현물출자 방식으로 디질런트 FEF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다”고 밝혔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미 이달 초부터 최씨가 디질런트 FEF 인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발 빠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있어왔다.

디질런트FEF 주가는 최 대표의 인수 소문이 퍼지면서 4월 24일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해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됐다. 최 대표는 이로 인해 투자 1주일 만에 46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특히 이 소식이 눈길을 모은 것은 최철원 대표의 코스닥 시장 진출이 재벌가 2·3세들의 잇따른 코스닥 시장 진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후광효과

재벌가 2·3세들의 코스닥 시장 진출은 최근 들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LG가 3세인 구본호씨는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한 회사마다 주가가 치솟아 구본호 ‘테마주’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

전략적 투자가 한몫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기업 후광효과를 누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GS나 두산 출신 재벌들도 잇따라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철원 대표의 경우도 구씨와 비슷한 케이스다. 그가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투자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친 것도 대기업 후광효과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것.

최대표는 SK그룹 창업주 최종건씨의 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장남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SK글로벌 상무이사를 거친 SK가(家) 3세다. 최씨가 대표로 있는 마이트앤메인은 지난 2002년 창립해, SK그룹의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번에도 치고 빠지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최대표의 디질런트 FEF인수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빠지는 먹튀의 행태를 보이느냐는 것이다.

최씨는 이러한 시선을 우려해 기전환한 주식 전량을 6개월간 자진 보호예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확보할 물량에 대해서도 2년간 보호예수가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마이트앤메인 행보에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단기차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자진보호예수를 신청한 것”이라며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업확장을 위한 우회상장인 만큼 책임경영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디질런트 FEF인수가 비상장 우량 기업이 상장 부실기업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는 우회상장의 전형적인 수법이어서 의심의 눈초리가 걷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마이트앤메인이 우회상장 신종수법인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우회상장했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디질런트FEF는 마이트앤메인 주주들로부터 마이트앤메인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신주 2,037만360주를 배정한다.

결국 최대표는 현금거래가 아닌 일종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대주주가 되고 이로 인해 취득한 주식은 대기업 후광효과를 등에 업고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회상장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회상장은 기본적으로 상장을 비상장 우량기업과 부실상장기업이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시장의 논리에 의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이러한 필요를 보다 투명하게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트앤메인,디질런트 FEF는 어떤 회사?
마이트앤메인은 지난 2002년 설립 이후 SK그룹 기반 물류사업을 영위해 왔으며 지난해 통신관련 제조업체인 M&M Lynx(링스)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육송운송사업 위주였던 운송사업을 올초부터 해상운송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M&M 링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기 위해 관련업체들을 인수 합병할 예정이다.
디질런트 FEF는 지난 95년 창립한 회사로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 19억원에 43억원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으로 우회상장의 좋은 먹잇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