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고…
2007-03-07 박혁진
아시아나 항공의 무책임한 업무처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2번째다. 아시아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순방 당시 대통령이 탔던 비행기에 태극기를 거꾸로 매달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11일에는 비상착륙한 비행기의 승객들을 버스편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처리 미숙으로 승객들의 원성을 샀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해에도 안전 불감증이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서울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경기도 일죽 근처에서 우박에 맞아 기체가 파손되는 바람에 비상착륙한 바 있다. 당시 타항공사 비행기들은 우박이 내리던 이 부근을 피해 우회항로를 이용했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언론보도 시 조종사의 실수는 덮어버리고 오히려 이 과정을 미화한 것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11일 오전 아시아나 항공의 중국 천진행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비행하던 도중 유압계통 이상으로 정비가 요망돼 북경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상당시간 기체정비가 필요함에 따라 정상운행이 불가능해지자 버스편으로 승객들 67명을 천진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진으로 가는 버스를 급히 구해 승객들을 이동시켰으나, 버스에는 항공사 측에서 인솔하는 직원이 동행하지 않은 채 중국 현지인 운전사만 탑승했던 것.
특히 북경에서 천진으로 가는 3시간 동안 이 중국인 버스 운전사는 가로등이 없는 4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수시로 침범하는 등 난폭운전을 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승객 중에는 만삭의 임산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아시아나는 탑승했던 승객
들에게 식권을 지급했다.
그러나 일련의 대응과정에 불만을 가진 승객들은 항공사 측 게시판과 이메일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일부 승객들은 항공료 환불 등을 요구했으나 아시아나 측은 기체 정비 등으로 인한 사안은 환불대상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다. 일반적으로 천재지변이나 항공기 정비 등으로 인한 결항이나 지연 등은 환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응과정에 미숙했던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 측 관계자는 “현지 지점장이 수습에 최선을 다했으나 고객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스케줄이 변경됐다면 어떠한 이유든지 그 상황에 대해서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번 같은 일은 어느 항공사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런 사안이 기사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운영 미숙으로 신뢰 떨어져
그러나 타항공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아시아나 측의 해명처럼 환불 등을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고객들을 핸들링(다루는)하는 자세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비단 이번 문제가 아니더라도 최근들어 계속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있었던 노대통령의 유럽 순방 시 대통령이 탄 비행기 앞부분에 태극기를 거꾸로 매단 해프닝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산 바 있다. 아시아나 측은 해프닝을 일으킨 부기장을 내부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사소한 실수로 문책할 수 있냐는 내부반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제주도를 출발해 서울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경기도 일죽 부근을 지나던 중 우박이 내리던 지대를 우회하지 않고 통과하는 바람에 기체 앞부분이 손상돼서 비상 착륙했던 것. 당시 아시아나는 조종사와 관제사간의 긴밀한 협조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특히 조종사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렸기 때문에 조종사와 관제사에 포상을 결정했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조사 결과 조종사의 과실로 인해 일어난 사고인 것이 밝혀져 아시아나항공은 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3개월과 1개월 반의 자격증명 효력 정지라는 행정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아시아나 항공은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오히려 포상으로 덮어버리려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아시아나 측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련의 사안으로 승객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 항공을 주로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아시아나와 관련된 보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이런 류의 보도를 계속 접하다 보니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