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 친정체제 강화
2007-02-09 정하성
지난 2004년 태광그룹 회장에 오른 이호진 회장은 그룹의 주축이었던 화섬·석유화학 분야가 실적이 좋지 않자, 그룹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이 회장은 미디어산업과 금융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금융그룹, 실적저하로 흔들?
이 회장은 특히 그룹 회장이 된 이후, 흥국생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를 통해 금융산업분야의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실제 쌍용화재, 피데스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지난해 총자산 7조원 규모의 흥국금융그룹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같이 그룹차원에서 금융분야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최근 금융분야에 대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심기일전을 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우선 흥국생명 임원들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말 흥국생명은 신임 대표이사에 유석기 부회장을 선임했다. 대신 김성태 대표
이사 사장은 고문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5년 10월 LG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김성태 사장을 CEO로 영입하고, 당시 CEO였던 유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뒤 경영자문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러나 1년만에 다시 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컴백하고, 김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난 것이다.
흥국생명은 또 지난해 12월 태광시스템즈의 황영민 사장을 기획실장(상무)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월 17일에는 흥국생명 진형준 부사장을 흥국투신운용 대표이사로 배치하면서, 대신 이성동 흥국투신 대표를 흥국생명 전무로 맞트레이드까지 했다. 진형준 대표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로 그룹내에서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표이사를 지낸 사람을 그룹내 계열사의 임원으로 강등시켜가면서까지, 보직을 이동시킨 것은 상당히 이례
적인 일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그룹내 측근들을 금융분야 CEO 등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러한 임원인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호진 회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임원인사를 통해, 이 회장이 직접 금융그룹분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임원인사를 통해 전진배치된 인물들이 이 회장의 최측근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 다음 행보는
흥국생명은 이성동 전무 및 황영민 상무가, 흥국쌍용화재는 오용일 대표가, 흥국투신운용은 진형준 대표가 각각 실세역할을 맡으면서, 금융그룹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과 태광그룹이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까지 의욕적으로 금융그룹화를 추진했지만, 기대한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이에 대해 흥국생명 등 금융분야에 대한 임원인사를 과감히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는 “금융그룹 주력사인 흥국생명이 업계 4위였으나, 최근 실적저하 등으로 미래에셋생명 등에 밀리면서 업계 6위권으로 추락한 상태다. 이에 김 사장 등이 일선에서 후퇴한 것도 문책성 인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금융그룹을 그룹내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최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
지만 이번 인사가 문책성 인사라든지 하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임원인사가 이호진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그룹으로서 좀 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했고, 이에 따른 인사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호진 회장이 최측근들을 전진배치한 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 플러스상호저축은행 손배소 제기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6월 파산 선고를 받은 부산 소재 플러스상호저축은행의 주주 및 임·직원 등 13명에 대하여 약 1,847억원의 부실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회수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공사는 지난달말까지 7회의 부실금융기관 책임심의위원회를 개최, 플러스저축은행의 주주 및 임·직원 등 총 13명이 출자자 대출 부당취급 등 총 199건의 부당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내고 부실책임자별 책임금액을 확정했다.
공사측은 플러스저축은행 부실책임자들이 보유하거나 은닉한 부동산, 예금, 주식 등에 대한 재산조사를 추가로 실시하여 발견 재산에 대해서는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플러스상호저축은행에 2,550억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320여개 부실채무기업 임·직원의 불법행위(분식회계에 의한 금융사기 등)에 대해서도 부실책임조사 및 재산조사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공사는 지난해말 현재 492개 부실 금융회사의 주주 및 임·직원 5,841명에 대하여는 16조5,313억원, 150개 부실채무기업 임·직원 등 762명에 대하여는 14조2,097억원의 부실책임금액을 확정하였고 이를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