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지존 가리기 전쟁 시작되나
2006-12-28 박혁진
명동 주변에 위치한 두 대형 백화점 간의 자존심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이를 촉발시킨 것은 지난 주 언론을 통해 소개된 롯데백화점 소공동 지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남대문 위치)간의 매출액 보도.
이 보도에 대해 두 백화점은 서로의 매출액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두 백화점의 위치상 본사에서는 매출경쟁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용진씨가 올해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신동빈 롯데 부회장과의 재벌2~3세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번질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매출액 비교말아달라
지난 18일 월요일 일부 언론에서는 “신세계의 상징격인 백화점 본점이 실적부진 및 점장교체 등으로 인해 그룹 내에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 8월 신세계 본관 옆에 신관을 오픈할 당시 롯데 본점을 넘어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매출은 롯데 본점에 턱없이 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 보도에 대한 근거로 2006년 한해 신세계의 매출이 4,000억원 수준인 반면 롯데 백화점 소공동 지점의 매출은 1조 3,000억원으로 신세계 백화점의 매출이 롯데 백화점의 3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자 이 관계자는 “롯데 백화점의 매출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롯데백화점의)매출액 규모는 부풀려진 것이어서 본관 이외에도 영프라자와 에비뉴엘관을 합친 매출액”이라며 “따라서 신세계 본점의 매출액이 30% 수준이라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마트의 중국 진출과 함께, 내년 신세계 본관 리모델링이 끝나고 죽전점이 문을 열면 신세계는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본점의 매출규모만으로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신세계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서 롯데백화점 측도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프라자와 애비뉴엘관을 뺀 매출액도 1조 1,000억원”이라며 “신세계 매출액이 정확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지만 굳이 두 곳의 매출을 더하지 않아도 매출액 차이기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지난 99년부터 7년 연속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며 “신세계가 신관이 세워지기 이전에는 더욱 더 많은 매출액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신세계 측과의 매출 경쟁에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명동 절대지존은 누구(?)
두 백화점의 관계자들 모두가 상대 백화점의 매출액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겠다는 눈치다. 다만 신세계 측은 백화점 매출액의 규모만을 가지고 비교하기 보다는 이마트 등을 포함한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만큼은 ‘절대지존’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자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체 백화점 시장은 롯데백화점이 7조원을 넘어서는 매출액을 올리며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뒤를 이어 현대백화점이 4조원, 신세계가 2조원을 넘어 그 뒤를 쫓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액만을 따진다면 롯데와 신세계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있는 셈이다. 그러나 ‘패션 1번지’인 명동 부근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롯데백화점 소공동 지점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유통업계 최전선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측은 내년 본관 리모델링이 끝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밝혔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부회장간의 자존심 대결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승진을 하면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신동빈 부회장 역시 현재는 롯데쇼핑 대표이사이지만 최근 들어 경영권 승계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그룹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의 매출에 신경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두 백화점 명동점의 매출경쟁은 두 재벌 2~3세간의 자존심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에 벌어질 두 백화점간의 매출경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유통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신세계 백화점 의정부점으로 발령난
조석찬 본점장 ‘팽’(?)
신세계 백화점 조석찬 본점장이자 부사장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 의정부점으로 발령난 것에 대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이번 인사의 이유가 의정부점이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알려진 바로는 의정부점은 5년 뒤에나 문을 열기로 돼 있다. 따라서 실제 이유는 매출부진에 따른 좌천성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작년 한 해는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8월 신관을 오픈하면서 롯데백화점을 넘어설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매출액은 롯데백화점의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게다가 리모델링에 들어간 구관이 공사 지연으로 오픈이 4개월이나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세계가 이마트의 영업이익으로 사상최대의 승진잔치를 벌였으나 유독 신세계 본점장인 조 부사장만 ‘한직(?)’인 의정부점으로 발령이 난 것.
이 때문인지 이번 인사가 정용진 부회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씨는 그동안 그룹 내에서 이마트 사업과 백화점 본점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오너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이마트 지점에 출근해서 매장관리를 했으며 본점 신관 오픈 때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마트가 올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 반면 본점은 매출부진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 오너의 2~3세들이라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야만 무리없이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본점의 매출부진이 자칫하면 정용진 부회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조 부사장을 의정부점으로 발령낸 것이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을 조 부사장에게 떠넘기기 위한 인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은 대표이사로 승진해서 발령이 난 것”이라며 “세상에 어느 기업이 좌천성 인사를 승진시켜 하느냐”며 반박했다. 그는 “의정부점은 원래 이마트가 입점하려다 매장 크기 등을 감안해 백화점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광주 신세계 설립을 책임졌던 조 부사장의 노하우가 필요해서 발령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