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의 넋나간 밀어주기 해프닝

2006-11-15     박용수 
판교 쓰레기집하장 공사 특혜 의혹


한국토지공사의 넋나간 결정이 특혜의혹을 불러왔다. 토공은 지난 2월 성남 판교 쓰레기자동집하시설공사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입찰자격도 없는 업체를 선정해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논란 속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는 삼성엔지니어링. 토공은 삼성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실적증명서를 세 차례나 보강하게 하는 등 갖은 혜택을 줬지만 경쟁사인 GS건설이 법원에 입찰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강수를 두고서야 토공은 삼성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913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공사를 토공이 일방적으로 삼성 밀어주기를 하려다 들통이 난 사건이라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 내막을 취재했다.


상식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토공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토공은 특혜의혹으로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부랴부랴 삼성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태도다. 913억원 공사를 발주한 토공의 시설관리처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토공은 “삼성측의 공사실적을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를 뿐”이라며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삼성에 특혜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GS건설이 문제삼기 전까지는 삼성이 제시한 서류만 믿고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였다.

삼성밀어주기 의혹
그러나 토공측이 삼성에 세 차례나 입찰 서류를 보완하도록 한 대목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목적 이외에 달리 설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해 토공 측은 “1위로 선정된 기업이라서 이를 소명할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였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번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이번 입찰에서 2위로 떨어져 시공권을 따내지 못한 GS건설의 소송 때문.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처음부터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토공과 GS건설에 따르면 토공은 지난 2월 입찰공고를 냈다. 다만 실적증명서를 미리 받았다. 지난 3월 삼성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참여업체들은 실적증명서를 제출했다. 실적증명서 사전 제출은 이번 공사가 기술력에 좌우되는데 따른 것이다. 쓰레기집하시설 공사는 국내업체의 경험이 없어 기술제휴사의 시공능력이 주요 평가 대상이 됐다.
입찰 서류를 모두 받은 토공은 5월말 경 삼성엔지니어링을 기본설계 평가심의에서 1위로 선정했다. 그러나 GS는 삼성의 실적증명서에 의문을 제기했다. GS는 “삼성측이 허위 시공실적을 제출했다”며 실적증명서 재검토 및 최종 시공사 선정에 중요한 가격개찰 연기요청을 했다. 토공측은 마지못해 GS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토공이 실적증명서가 부실한 삼성측을 관련법에 따라 탈락시키면 될 일인데도 세 차례에 걸쳐 실적증명서를 보완토록 한 뒤 그대로 시공사로 선정해버리고 만 것이다.
지난 6월부터 GS측이 삼성측의 실적증명서에 하자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토공측은 이를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입찰자격에 맞지도 않은 서류를 보완한 삼성에 시공권을 맡겨버렸다.
토공의 결정에 반발한 GS건설은 7월 말경 법원에 삼성측의 입찰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입찰을 정지하고, 2위로 선정된 자사가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찰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고심 끝에 GS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은 삼성이 제출한 공사실적에 하자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난 10월 토공의 쓰레기집하시설 입찰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GS가 주장하는 시공권 2위 업체 계승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토공은 시공사 선정을 다시 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때까지도 토공측은 삼성측의 실적증명서가 허위인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1위로 선정된 삼성측의 실적증명서가 하자가 있어 토공측에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는데, 토공이 이를 묵살했다”며 토공의 해명을 무색케 했다.

특혜의혹으로 비화
이 문제는 결국 국회로까지 비화돼 토공 국정감사장에서 특혜의혹으로 다뤄졌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삼성이 실적증명서를 제출함에 있어 공사실적이 국외실적인데도 실적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단지 정상가동운행증명서만을 제출했는데도 토공측이 이를 실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실적증명을 위해 3차례에 걸쳐 제출한 보완자료 자체가 허위실적임을 증명하고 있음에도 토공은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토공이 지난 2월 낸 입찰공고에 따르면, 입찰 참가자격 업체는 국내외 단지면적 113만㎡이상에서 관로를 이용한 쓰레기자동집하시설(투입구, 관로, 집하장)을 준공한 실적이 있는 업체. 단 실적이 없을 경우 국내외 업체와 기술제휴가 가능하지만 제휴업체는 1개사만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내업체 중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시공한 업체가 없어 이번에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 대부분은 외국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했다”는 것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시공 경험이 있는 일본 JFE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입찰에 참가했다. 문제는 공사실적의 허위성 논란인데, 삼성이 3차까지 보완한 실적증명서에서는 제휴사인 일본 JFE사가 일본 도시재생공사가 발주한 인자기시 쓰레기자동집하시설 단지면적 139만㎡, 집하장 1개소, 관로 10km 투입구 120개소 등의 공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실적증명서가 사실이라면 입찰자격 기준인 단지면적 113만㎡를 초과한 것으로 삼성은 입찰 참여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의원이 입수한 삼성이 토공측에 제시한 일본 JFE사 인자기시 쓰레기자동집하시설 시공실적 자료에 따르면 일본 JFE사의 인자기시 쓰레기 집하시설공사 중 실제 공사실적은 삼성측이 실적증명서에서 제시한 139만㎡에 훨씬 못미치는 58만㎡로 집하장 실적은 아예 없고, 관로 2.43km, 투입구 2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의원은 “삼성이 일본 JFE사가 인자기시 전체 공사를 도맡아 한 것처럼 표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의원이 입수한 이 자료는 삼성이 토공에 3차 보완자료로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토공이 일본어로 된 이 자료를 제대로 읽기라도 했다면 삼성측이 제시한 실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금방 알았을 텐데도 이를 묵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토공과 삼성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삼성이 이 문제의 3차 보완자료를 지난 7월 19일 제출했는데, 다음날 곧바로 삼성을 시공사로 선정한 점이다. 이에 대해 토공측은 “삼성이 제시한 자료를 의심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삼성측은 “현재까지 입증할 수 있는 일본 JFE사의 쓰레기집하시설 시공실적은 입찰 자격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인자기시 시설공사가 오래 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10년이 경과한 자료이다 보니 문서가 폐기처분돼 입증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