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간장병 깨질라∼”
2006-09-28 현상필
국내 최고의 장류 기업인 샘표식품 박규회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우리투자증권이 자사의 사모투자펀드(PEF)인 ‘마르스제일호 사모투자주식회사’를 통해 샘표식품의 주식 24.1%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증권은 2대주주로 올라 사실상 경영참여의 길이 열렸다. 우리증권의 샘표식품 출자와 관련, 서울증시에서는 집안싸움이 외연으로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물론 PEF측은 샘표식품측과 상호협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지분 인수가 샘표식품 특수관계인 15인의 매도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공식적인 발표로 미뤄볼 때 지난 6년간 잠재해 있던 경영권 다툼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우리증권측은 인수배경에 대해 “투자배경으로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고, 현재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는 점, 서울과 이천, 영동 등에 산재하는 부동산의 개발가능성 등에 주목하여 투자하게 되었다”고 경영권보다는 단순투자임을 강조했다. 또 “샘표식품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대주주로서 회사 및 경영진들이 수행하는 합리적인 경영활동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할 계획”이라며 경영참여에 관심을 표명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자들의 규모나 정체가 불분명하고 자금운용에 관한 자율성이 높기 때문에 핵심의도나 투자배경에 관해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특수관계인 지분 반토막
우리증권이 이번에 인수한 샘표식품의 주식은 주당 평균 1만 6,000원으로 투자규모가 161억 원이며, 총 107만주로 전체 지분율의 24.1%를 차지한다. 이 지분은 박승혁, 승우, 승호씨 등 박승복 회장의 이복형제 일가 9명을 비롯한 15인의 보유 지분을 합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때 52.55%에 달하던 샘표식품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45%(박진선 사장 소유지분 13.97%)로 급락해 2대 주주와 불과 지분율은 4.35%의 차이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샘표식품측은 박진선 사장의 지분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이 28.45%로 경영권 유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미 경영권분쟁이 1997년 상호간의 협의 하에 마무리된 상황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분쟁 재현에 대한 이야기를 재차 거론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서울증시의 반응을 살펴보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배제하고 샘표식품 경영진에 협조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매입된 지분 중에는 과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박승재 전사장의 주식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박승복 회장의 이복동생들이 대거 주축이 된 이번 인수는 그들이 먼저 의사를 타진해 이루어진 것으로 현경영진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는다.
국내 대표적 장류 제조기업인 샘표식품은 1946년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1954년 창업주 고 박규회 회장이 ‘샘표’라는 이름을 내건 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상호개편 없이 자리를 지켜왔다. 간장, 고추장, 된장과 같은 한국 전통식품을 주요품목으로 하며, 작년 매출액이 1,098억 원에 이른다(2006년 4월 10일자 대한상공회의소 기준).
박씨 일가 이복형제간의 최초 경영권 분쟁은 199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승복 회장은 이사회를 소집하여 주택사업을 사업영역에 포함시키는 안건과 함께 이복형제인 박승재씨의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아들 박진선 전무를 대표로 선임시켰다. 반면 박 전 사장이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 정기주총에서 박승복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실패하자 장내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98년과 2000년에도 경영권 분쟁을 벌였으나 번번이 패하였다. 때문에 지분을 모두 매도한 박승혁씨 등의 이복형제 일가가 이사선임을 요구할 경우 경영권분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롯데백화점-신세계 보도자료 표절 공방
광주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대해 ‘추석선물 시대별 변천사’자료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신세계 측에 따르면, 지난 50년간의 선물 변천사 과정을 정리한 자료를 준비하고 언론 발표를 앞둔 시기에 광주 롯데백화점이 이와 비슷한 내용의 홍보자료를 먼저 발표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백화점에서 말한다. - 반세기를 누렸던 선물세트 변천사’라는 제목의 홍보자료를 언론에 발표했으며, 1950년대 이후의 연도별 선물변화에 따른 간략한 소개가 내용을 이루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76년 역사를 자랑하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다뤄왔던 내용이며, 짧은 역사를 가진 롯데백화점이 50년 역사를 정리할 수 없어 짜깁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표절 논란의 쟁점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 후, 본지 기자와의 확인 통화에서는 상당히 대조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광주 신세계측 관계자는 관련사항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추후 조치사항 등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동종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가”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달리 롯데 측 관계자는 “신세계 측이 단순히 건립 역사를 거론하며 ‘27년 대 76년’식의 단순비교로 표절을 거론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동시대의 문화와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데 있어 과연 그것이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인지가 의문이다”라며 확실한 반대의사를 전했다. 또 “추석 선물 변천사는 단기간의 자료수집으로 급조된 유인물이 아니라, 매년 명절마다 배포하는 관련정보를 축적·종합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미 상부에 보고를 마친 상태이며 지침에 따라 대응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