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무너지나

2006-09-19     이범희 
공정위 현대차그룹 칼댄 내막

현대자동차그룹이 ‘산넘어 산”이다. 그룹 비자금 조성 사태로 구속된 정몽구 회장의 보석 석방 이후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것 같더니 공정위 조사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비자금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는데 조사 범위와 대상이 전방위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차 주변에서는 공정위 조사의 본질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공정위 조사는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 등 특정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지 않았나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안팎이 어수선하다. 얼마전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수출은 물론 경영일선에서 겪은 혼란은 컸다. 그러나 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수출이 제자리를 찾는 등 그룹 경영이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의 납품단가 부당인하 혐의 조사와는 별개로, 현대차 본사가 대리점에 불공정 행위를 통해 ‘물량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 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시장조사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목적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몰아주기 의혹’ 조사 착수
현재 공정위의 조사 대상으로는 현대차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물류를 담당하는 글로비스, 자동차용 강판 등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 현대제철 등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정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001년 초 창사 후 그룹 내 물류를 독점하면서 초고속 성장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도 그룹의 지주회사로 서비스 부품 유통을 독점한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물량을 몰아줬다는 단서에 대한 조사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비스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글로비스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조사를 시작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조사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현재 글로비스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각각 지분 31.9%, 28.1%씩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는 경영승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에 헌납키로 약속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지 않는 상태다.
그간 공정위는 “몰아주기 자체는 부당 지원이 아니지만 다른 거래보다 현저하게 유리한 가격으로 거래했다면 부당 지원”이라며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납품단가 의혹 ‘마무리 되나’
이에 앞서 공정위가 별도로 진행해 온 현대차와 기아차의 납품단가 부당 인하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이번 조사로 마무리될 방침이다. 공정위의 조사는 현대차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의 영업을 방해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심도깊게 벌여왔다. 또 2월 1조3,000억원 규모의 부품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조치 때도 현대차 계열사들은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하율을 적용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대상이 될지도 관심사다. 예전에도 현대차그룹은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환율하락 등 경영악화를 이유로 부품단가를 10%인하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대상이 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서 납품 거래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확보될 경우 향후 현대차그룹의 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 조사에도 활용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인 공정위가 현대차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재벌 규제’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27일 공정위 조사관 5명이 다른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의 조사를 벌였지만 정기적인 공정위의 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정위가 실시하는 조사는 다른 사건조사와 병행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는데 갑자기 공정위가 동시조사에 착수한 것은 의외”라며 당혹스러워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공정위 조사 착수로 정회장 공판에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미니인터뷰

“현대차 계열사 지원 조사 중”

공정위 시장조사팀이 현대자동차 부당내부거래의혹 조사에 착수해 현대차그룹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의 키워드 계열사라 할 수 있는 글로비스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를 동원,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글로비스 지원에 나섰다는 의혹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다음은 공정위 시장조사팀의 박태동 팀장과의 일문일답.
-어떤 수사가 이뤄지는가.
“우리 팀은 시장조사팀이다. 우리 팀의 성격은 독과점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현대차가 정의선 사장에게 경영을 승계하며 의혹이 불거졌던 글로비스 등 계열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글로비스의 경우 정 사장이 경영 승계 받은 시점부터 급성장했으므로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 중이다.”
-다른 부서도 조사를 병행하는 이유는?.
“기업협력반도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청업체와 관련하여 10%의 납품단가 인하 의혹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팀은 우리와 다른 팀이기에 더 자세한건 모른다. 합동 조사를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는 있는가.
“아직 조사 중이다. 밝힐 단계는 아니다.”
-조사의 방향에 대해 의문이 많다. 정확한 조사 방향을 알고싶다.’
“물량몰아주기 자체는 부당 지원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거래에 비해 현저하게 유리한 가격으로 거래했다면 부당 지원에 해당된다. 만약 조사 중 혐의가 드러나면 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과징금 및 이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게 된다.” <범>






# 악성 루머 척결. 국민기업 혈통 잇는 ‘진로’
진로가 때 아닌 ‘악성루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과 온라인상에서 ‘진로가 일본회사에 넘어갔다’, ‘진로에 일본자금이 유입됐다’는 식의 루머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 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런 사실 여부를 묻는 이메일과 전화를 심심찮게 받고 있다”며 “가뜩이나 최근 반일 감정이 좋지 않은 터라 매출에도 악영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진로는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악성루머에 대한 홍보지침을 배포하고 나섰다. 신문광고를 통해 ‘진로는 순수한 국민기업’임을 강조하고 진로의 지분까지 공개했다. 홈페이지에도 ‘진로는 순수 국민기업입니다’라는 로고를 새겨 넣었다.
진로는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타 업체들이 일본 주류회사와 컨소시엄을 맺었던 사실이 와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지법인인 진로 재팬을 일본에 매각하려는 것과 관련, 진로 전체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진로는 악성 루머의 진원지를 경쟁사 영업사원들로 추정하고 있다. 그들이 ‘참이슬’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사제품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진로를 일본기업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1924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진로는 80여년을 국민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기업이다. 그러나 1997년 부도에 이은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해 화이트맥주 컨소시엄과 손을 잡고 순수 국민기업의 혈통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