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은 변하고 ‘틈새’는 찾을수록 넓다

2005-12-20     이경태 맛있는 창업연구소장 
상권이 방대해지고 세밀화 되면서 자연스레 거리에 포진한 업종에 따라 1급지, 2급지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 단정적이다. 특히 필자처럼 창업 전문가입네 하는 사람들은 의뢰인의 희망 입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본 후 마치 살아 본 상권의 스토리를 읊는 것처럼 규정지어 판가름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상권은 변하고 틈새는 찾을수록 넓다는 것도 바로 창업 시장의 숨겨진 정설이다. 미리 낙담하면 끝없는 나락이 기다릴 뿐이고, 희망을 가지면 생각지도 않던 호재들이 도와주는 것처럼 이번 사례 역시 기 업종의 특성으로 입지의 가치를 무시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었던 사례일 것이다.

죽은 상권이나 죽어가는 상권이 아닌 이상은 의미와 열정을 더하면 소자본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또 창업은 오픈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영업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임을 이해할 때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욕심냈으면 한다.원효로에서 올리브 치킨 생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올리비어 점주(이옥림·45)는 불가능한 결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직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라 칭하긴 무리가 있겠지만 토대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감히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앞선 경험자의 조언을 경청했다는 점과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의지에 주변이 감동한 탓일 것이다.

분식집을 선택했다면?

대형 일식집을 경영하던 이옥림 사장은 경영 미숙과 경기 영향의 공세에 말 그대로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화려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현실에 적응해 가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다시 장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놓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가진 돈을 끌어 모아 소형 분식집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던 것이 바로 지난 여름의 일이다. 액수를 공개하자면 불과 5,000만 원. 물론 동네에서 분식집을 하기에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성공을 기대하기엔 단언컨대 불가능한 자금이다.

그러던 중 친구가 홍대에서 업종을 바꾸는 것을 우연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데 독립점을 하다가 체인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 매뉴얼대로의 전면 개보수가 아닌 맞춤 개보수로 창업을 도와주는 것을 보곤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거기에 한동안의 영업을 지켜보면서 점점 자신이 소화하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이 사장의 입장을 지면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딸과 둘이서 하기에 적합할 것. 5,000만 원으로 창업이 가능할 것. 계절 요인이 없이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것. 기왕이면 누군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 등이 요구 조건이자 필수 조건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최선이라고 결정한 것이 분식집이었다. 15~20만원대 정도의 낮은 일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분식집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인건비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 뿐. 본사와의 상담은 어렵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이지도 않았다. 자신의 의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본사의 따뜻함은 인간적 관계 속에서 피어난 결과일 뿐, 실제 현실은 5,000만 원으로 생맥주 치킨 전문점을 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용납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맞춤 창업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본사를 만난 본인의 운과 꼭 하고 싶다는 열정에 감동한 본사도 가급적 만들어 보겠다는 답을 내려야 했던 모양이다.

상권 자체의 푸드 코트화

음식점도 그렇지만 주점도 과점보다는 여럿이 모여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선택해 먹는 재미와 상권 자체를 거대한 푸드 코트로 인식하는 고객의 심리에 부응한 탓이다. 그래서 창업주의 주거지를 토대로 아현동부터 쓸만한 점포를 물색했다. 조건은 오직 하나다. 보증금의 한도는 2천만 원이라는 점. 대신 음식 맛보다는 접근성이 중요시되는 주점 특성상 높은 월세는 일부 각오를 해야 했다.현재의 점포를 발굴한 것은 늦여름이 다 지난 9월의 일이다. 가게 규모는 24평이고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는 200만 원이다. 카센터를 하던 자리인 탓에 권리금은 붙어 있지 않았다. 사실 카센터 자리는 동네 상권에서도 3급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차량 도로와 뒤편의 주민 보행자 도로 안에 끼인 알짜 자리였다. 카센터였던 이유는 근거리에 자동차 영업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조사 결과 주변에 서 너 개의 소형 주점들이 존재했다. 시장은 확보되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가게 앞뒤로 파라솔을 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가게 문 역시 앞뒤로 모두 활용 가능해 접근성도 대단히 우수하다. 전면의 길이가 약 7m에 달할 정도로 가시성도 확보된 드물게 괜찮은 자리였던 것이다. 카센터라는 부정적 인식만 갖고 지나쳤다면 복주머니 같은 이런 괜찮은 자리를 확보할 수 없엇을 것이다. 단, 개보수 정도를 염두에 뒀던 이 사장은 24평에 대한 시설비 일체를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업종이 다른 탓에 발생하는 철거와 전기 승압, 그리고 가스 시설과 외장 공사를 감안하면 최소 평당 300만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류 대출 자금을 차입했지만 실제로는 5,000만원대로 일체의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주류 대출 부담금 2,000만원이 추가됐지만 어찌 됐건 본인 자금 5,000만원으로 24평 규모의 생맥주 주점을 개업하게 된 것이다.장사란 오픈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영업을 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손을 드는 창업자가 있는데 하드웨어는 누구나 돈을 들이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웰빙이란 트렌드와 각종 파동으로 불거진 건강에 대한 염려를 타개할 올리브 치킨 생맥주전문점은 그런 점에서 선택이 좋았다. 거기에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는 주류를 보완 메뉴로 선택한 것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탁월했다고 볼 수 있다. 술은 누구에게나 친숙하면서도 필요한 그리고 업소마다 맛이 다른 그런 특성이 없는 공유 음식이기 때문이다.

소자본 창업자 역할 모델

10월에 오픈을 하면서 맥주의 성수기가 끝나 매출이 부진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일 60만 원 대의 매출을 달성했고, 겨울철인 현재도 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3대 배달 업종(치킨·피자·족발)의 하나인 치킨은 주점에서도 효자 메뉴이고, 올리브로 튀겨낸 건강 제품이라는 측면도 상권에서 단시간에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입지에 맞게 소주 등의 판매를 허가해 주는 본사의 탄력적인 방침도 도움이 됐다. 생맥주 전문점이기 때문에 소주나 병맥주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고루하다. 고객이 원하면 과감히 훌라 춤을 춰야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100m 안의 근거리에 포진한 주점의 개수는 4~5개다. 비슷한 규모지만 전체적인 투자비만 놓고 따진다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였다.

그 까닭은 임차 보증금과 권리금에서 차이가 벌어지는데 카센터 자리를 의심하고 경계했다면 이런 결과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24평이지만 차별화된 주점 시설도 매출을 거들고 있다. 지난 번 소개한 해물밥상의 예에서 보듯이 동네 상권에서는 고급화 시설이 경쟁력의 근간이다. 월세 30만 원짜리 점포에 무슨 인테리어냐 하는 사람은 큰 돈을 벌 자격이 없다. 오히려 수월하게 경쟁자를 누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길 때 성공을 예약할 수 있다. 물론 인테리어가 창업 성패라는 단순 논리는 아니다.

그 업종을 목표한 고객에게 가장 잘 표현할 때 제대로 통한다는 뜻임을 곡해하지 말기 바란다.현재 올리비어 원효점의 월 매출액은 1,400여 만 원 정도다. 여기서 주방 아주머니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700만 원 정도가 남는다. 월세 200만원과 공과금을 지불하면 이 사장과 딸의 인건비로 400만원 정도가 손에 쥐어진다. 딸의 인건비를 제한다고 해도 250만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10월 오픈 당시의 일 매출 60만 원을 유지한다면 최소 500~6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내년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어리석음을 토로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출금 포함 7,000만 원 정도의 자금으로 전업 주부가 월 2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이번 사례는 소자본 창업자에게 용기를 주는 모델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올리비어 본사 031-719-6233 / 원효점 02-718-9333)

# 가상의 점포 클리닉 체인 가맹은 본사 선택도 전략

만일 이옥림 사장이 5,000만 원으로 분식집을 차리려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단언까지는 힘들지만 그간의 경험을 비춰보면 지금쯤 업종 변경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 까닭은 분식이 갖고 있는 힘에서 찾을 수 있는데 라면, 김밥 등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저관여 제품이다. 분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나서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지나다 분식 간판이 보이면 어떤 브랜드인지, 얼마나 규모가 큰지, 가격표가 어떤지도 전혀 살펴보지 않고 내가 들어가 앉을 자리가 엿보이면 겁내지 않고 문을 여는 것이 분식점을 찾는 고객이다.

따라서 이처럼 저관여 제품을 취급할 때는 규모나 시설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점포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거기에 많은 권리금도 주어야 한다. 바로 유동량의 수가 매출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세권 혹은 아파트 진입 상가에 박힌 10평 짜리 분식점의 총 창업비용이 2억원에 달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실이다. 거기에 월세도 높다. 그 높은 월세를 감내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24시간 영업이다. 이런 업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돈에 맞춰 동네 골목에 그저 그런 식으로 준비한 분식집을 문 열었다면 월 매출 500만 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인건비도 되지 않는 매출에 다시금 업종 전환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란 예측이 필자에겐 완성된 영상으로 그려진다. 본사 선택도 전략이다.체인 가맹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편리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다. 더불어 브랜드 파워로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편하다는 장점이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자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내 몸이 편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시장 경제 논리상 당연한 일이다.필자의 제언은 이렇다. 이제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얼마나 탄력적으로 창업주를 배려하는가로 본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 시설을 해주고, 될만한 자리라고 판단이 되면 간판을 걸기에 다소 부적절한 B급지라도 창업자 입장에서 개설해 주는 용단을 가진 본사를 선택해야 한다. 오픈만 해주고 장사야 되든 말든 하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의 개설에 다소 장애가 되는 입지라도 점주의 수익성이 명확히 보이는 자리라면 우선적으로 차려줄 수 있는 그런 본사를 만나는 것도 전략이고 노력하는 본인의 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