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노무현 밀약설 내막 ‘盧를 밟아라’
2006-12-01 홍준철
대선 게임 법칙 하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둘. ‘적전분열을 노려라!’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지난 87년 대선에서는 DJ와 YS가 분열되면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92년 대선에서는 YS가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았고 97년에는 DJP 연대로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했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참여정부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 마디로 단결과 분열의 역사다. 뭉치는 쪽은 정권을 잡았고 흩어지는 쪽은 쪽박을 찼다. 이번 2007년 대선도 예외없이 이 법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필승론을 내세우는 쪽은 오히려 청와대다. 방식은 보수 진영의 분열이다. 그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이 있다.
최근 대선후보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는 5%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고건이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다 합쳐도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범여권진영에서는 필승론을 장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인사들이 공공연히 앞장서서 내비치고 있다. 그 배경에 고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을 적극 지지한다는 것이다. 고 전총리를 97년 대선처럼 제2의 이인제로 만들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가정이다. 보수진영을 흔들고 범여권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이끌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건 끝까지 간다’
고 전총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범여권 통합후보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마이웨이’를 할 것인지다. 그 행보에 따라 여야는 일희일비한다. 통합후보로 갈 경우 한나라당은 안심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미지에 호남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고건에게 덧씌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면 한나라당에 유리할 게 없다. 고건 자체가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해 한나라당 후보표를 잠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진영이 청와대다. 청와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고 전총리를 적극 띄워 보수 진영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범여권 후보보다는 끝까지 후보로 남아서 보수 진영의 표를 잠식하길 내심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자신을 밟아도 좋다’는 의중도 함께 밝혔다는 것이다. 바로 사자후필승론(死者後必勝論)이다. 자신은 죽어도 좋지만 한나라당에는 정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배수진이다. 그것을 비공식적으로 대통령이 고 전총리에게 용인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청와대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가 남북문제, 빈부 양극화 문제가 화두로 던져진데도 결국은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대결 구도를 전제하고 있다. 고 전총리가 범여권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나라당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는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온 고 전총리의 보수적인 성향이 한몫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고 전총리는 자신의 행보와 관련,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호충연대 띄워라
고 전총리는 23일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도ㆍ통합ㆍ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양심적 인사라면 정파와 지역을 넘어 누구와도 손잡을 것”이라면서도 “열린우리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재창당한 정당의 국민경선에는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후보는 되지 않겠다는 것으로 청와대가 바라는 바다.
청와대에서는 차기 대선이 한나라당 후보vs범여권 후보vs고건vs민주노동당 후보로 치러질 경우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권력과 정보를 갖고 있는 집권 여당으로선 패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고 전총리가 마이웨이를 선택하는 사이 청와대는 구심점을 찾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선 제2의 노무현은 없다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참신한 인물을 찾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5인의 정무특보단의 출범 배경이기도 하다. 김근태나 정동영, 천정배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는 안개속이지만 명분은 민주평화세력 대결집을 내세울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영남 포위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87년 대선 재현되나
청와대의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역대 대선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87년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 전대통령은 퇴임후 안전판 확보를 위해 노태우 후보의 당선이 절실했다. 이를 위해 전 전대통령이 노 후보에게 6·29선언을 제안했다는 박태준 전의원의 주장도 나왔다. 이는 전 전대통령이 자신을 밟고 노 후보를 띄우기 위한 기획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노태우 후보에 맞서 DJ와 YS 후보 단일화 작업이 무산된 배경에도 전 전대통령이 작업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30%대의 저조한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DJ와 YS의 분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논리는 92년 97년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3당합당을 통해 호남 포위전략으로 당선됐다. 반면 97년에는 DJP연대로 영남지역에 맞서 호남-충청연합의 결성으로 반대양상을 띠었다. DJP 연대가 김대중 후보의 승리를 견인했지만 경선 불복한 이인제 후보가 없었다면 DJ의 승리는 요원했다. 당시 39만표로 이회창 후보가 DJ에게 분패한 배경에는 500만표를 얻은 이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500만표 다수가 DJ보다는 이 전총재의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역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없었다면 노 후보의 승리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뭉치거나 흩어지거나
짝짓기와 분열이 내년 대선을 보는 키워드다. 정계개편의 동력도 마찬가지다. 고건이 마이웨이를 선언한 이상 여당은 독자적으로 후보를 옹립해야 한다.
지금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강고하고 ‘빅3’가 정권탈환을 장담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이런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한나라당내에서도 찾기 힘들다.
집권여당에서는 개헌이건 정계개편을 통해서건 판을 흔들려고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87년 이래 박빙의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2~3%의 숨막히는 대결속에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순한 게임의 법칙에 정치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고공행진 한나라당 후보교체론 나오는 내막
제2의 이회창 될라… 후보 교체론 물밑 논의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생존권을 걸고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여당 때문만은 아니다. 두 번의 대선패배 이후 제2의 이회창이나 이인제가 나오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병풍으로 거푸 두 번이나 낙마한 게 이회창 전총재다.
이미 정가에서는 여당이 내심 이명박 전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나왔다. 이 전시장으로 결정되면 여권에서는 이 전시장의 결정적인 하자를 담은 ‘X파일’을 꺼내서 제2의 이회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제2의 김대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탈당설, 손학규 여당행도 골칫거리다. 본인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주자간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나오는 말이다. 또한 박근혜, 이명박의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상호 비방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대방 캠프에서 경선에 사용할 X파일을 서로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후보교체? ‘박-이-손’ 합의 전제
당내 경선이 달아오르면서 국회의원들의 줄서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칫하면 ‘박근혜 당’, ‘이명박 당’으로 분열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그래서 나온다.
이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내 분열을 막고 정권을 되찾기위해 후보 교체론과 권력분점이 재차 논의되고 있다.
후보 교체론은 경선을 통해 후보자가 결정이 됐어도 결정적 하자가 생길 경우 2위가 승계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한마디로 97년 병풍으로 이 전총재의 지지도가 바닥을 쳤을 때 이인제가 당을 만들어 나오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내년 6월에 박근혜건 이명박이건 후보자가 결정될 경우 여당에서 가만히 있질 않을 것”이라며 “권력기관과 온갖 정보를 동원해 흠집내기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고 관측했다.
이에 그는 “근거없는 의혹에 후보자를 교체할 수 없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과감히 후보를 교체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당헌·당규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 당사자인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가 사전에 합의를 해야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권·대권 역할론 재론
지난 9월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이 주장한 경선 승자와 차점자는 각각 대통령과 차기 총리를 맡도록 하자는 권력분점론도 재차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분열이 곧 좌파정권의 연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위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내 이명박과 박근혜 어느 쪽에도 줄을 서지 않은 중도를 표방한 그룹에서 구체성을 띠며 논의가 되고 있다. 경선에서 1위를 한 사람은 대통령, 2위는 당 대표, 3위는 실세 국무총리를 맡기자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각 경선 캠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도 추가됐다.
1위가 독식하는 특성상 경선에서 패배한 캠프 조직은 와해가 불가피했다. 패배한 후보들이 지원한다고 해도 캠프내 참모들은 대선 캠프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권력분점이 될 경우 경선에서 진 캠프 조직들도 직접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사가 권력을 나누려는 의지가 있느냐다. 무엇보다 권력분점이 되려면 3자가 박빙의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1위와 2위가 10%p 차이를 유지하고 3위인 손학규 전지사가 10%대도 못미친다는 점에서 권력분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