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불똥’ 튈라 “전전긍긍”

2006-12-06     홍준철 
기획특집1
JU 리스트 관련 정치인 40명 연루설 내막


피해자 34만명, 사기금액 4조 5천억원, 압수 자료 70톤, 수사기간 270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다단계 회사인 제이유 그룹 수사 내용이다. 엄청난 조사기간과 사기 금액에도 불구하고 정작 검찰에 구속된 인사는 주수도 회장을 비롯한 측근들 외에 눈에 띄는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검찰, 경찰 고위직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 칼날을 정치권 역시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여야 전현직 의원 40명이 관련돼 있다는 초기 루머가 사실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12, 13, 14, 15, 41면>


정치권 인사들이 거명되는 배경에는 지난 4월 유출된 국정원 문건이 한몫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주수도 회장이 검·경·정치권 등 사회지도층 로비자금으로 100억원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과 정·관·언론계, 각계 각층 인사들의 가족 회원 가입 실태를 지적하며 JU 사태의 심각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문건이 지적한 것처럼 현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제이유 사건에 연루된 인사로 박영진 경찰청 치안감(경찰청 정보국장), 청와대 경호실 부이사관,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 등이다. 모두 국정원 문건에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인사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정원 문건에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거론되는 정치인사, ‘전전긍긍’
여기에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동부지검 이춘성 차장검사는 “관심을 둘 만한 복수의 정치인이 있다”고 밝혀 기름을 부었다. 이후 검찰내에서는 전현직 국회의원 4~5명에 대해 정황을 잡고 내사를 벌이고 있고 이중 2명은 검찰 소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이에 국정원 문건에 실명으로 적시된 열린우리당 L 의원의 경우에 측근들의 ‘입단속’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L 의원은 검찰에서 2004년 5월 JU 관련 기업인수 및 매입자금 출처 조사 당시 중간에서 압력을 행사해 검찰의 내사를 차단시켰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그는 제이유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의상씨의 선물 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라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한씨는 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여당 고위 당직자를 대상으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살포한 인사로 국정원 문건에 적혀 있다.
이밖에 여야 정치인으로 전 농림부 장관 출신에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K 전의원, 현 비례대표 의원인 P의원, 전 행정부 장관을 지낸 K 전의원이 정치권에서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아가 P 의원의 경우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J씨와 일을 함께 해 불똥이 J씨로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JU, 정치권 로비 백태
실명으로 거론되는 정치권 인사들은 현재 4~5명 수준이다. 하지만 국정원 원 문건에는 40여명의 여야 정치인 리스트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국정원 문건에 드러난 제이유 정치인 리스트들에 대해 계좌추적 및 후원금 부분까지 내사를 마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측에서는 주 회장의 로비 방식이 워낙 교묘해 정치인관련 로비 혐의를 포착하는 데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와 제이유 피해자에 따르면 주 회장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로비하는 방식으로 크게 네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가 제이유 마케팅 회원으로 가입시켜 수당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처럼 가족들이 회원으로 참가해 13억 8천만원어치 물품 대금에 투자하게 하고 11억 8천만원의 수당을 돌려받는 식이다.
주 회장은 이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서도 청와대 비서관 가족들이 실제적으로 14억원을 JU에 투자한 것인지 아니면 JU측에서 전산 조작하는 방식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만든 것인지가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소액을 투자했음에도 JU측에서 과다 수당을 지급했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주 회장 최측근이자 전산실 조작 의혹의 키를 잡고 있는 정셍균 사장, 홍경식 전산 부장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검찰 수사는 더 미궁에 빠질 공산도 높다.
두 번째로 정치권 마당발 인사를 포섭해 국회의원들의 공식적 행사나 이벤트에 찬조금을 전달함으로써 로비를 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설수에 오른 의원이 L 전의원이다. L 전의원이 몸담고 있는 기념 사업회와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및 이벤트에 제이유 네트워크가 3~5억원 가량 협찬한 경우다.
세 번째는 JU 네트워크에 물품을 제공하는 중소협력업체를 통해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이유 네트워크는 2003~5년 연간 매출이 최고 7조 8천억원에 이를 당시 회원은 160만명에 242개 협력업체를 전국적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주 회장, 납품업체 ‘로비스트’ 활용
제이유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그중 몇 몇 협력 업체는 1일 매출로 200 ~300억원의 영업실적을 올리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납품 업체가 위치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먼저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주 회장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면 JU 회장은 즉시 몇 백억원어치의 물품을 업체에 주문하고 업체 관계자는 감사의 뜻(?)으로 의원에게 후원하는 방식의 로비도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즉, 주 회장은 제3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로비를 벌이도록 만드는 고난도의 로비 방식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제이유 피해자들은 한씨의 ‘선물리스트’에서 나타나듯이 선물공세와 공식적인 정치 후원금은 기본적으로 행해졌다고 믿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현금 거래인 경우 본사가 있는 강남구 신사동 창석빌딩(소위, JU 안가) 사무실에서 전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전방위 로비 때문에 대규모의 여야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주에 검찰은 ‘리스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제이유 본사를 쳐들어가 추가로 대규모 압수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영양가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상대방이 모를 때 압수수색을 해야 효과적이지만 이미 제이유도 다 알고 있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주수도·한의상, 큰소리 ‘뻥뻥’
앞서 경우처럼 검찰은 국정원 문건내 JU 리스트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던 게 사실이다.
검찰로서는 증거나 제보, 결정적인 증언이 있어야 기소를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로비가 현금으로 전달된 것이 태반이고 ‘서로 안받고 안줬다’고 주장해 검찰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처럼 간혹 계좌추적을 통해 발각되더라도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가족들은 합법적인 수당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한다면 법적인 죄를 본인에게 묻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문건에서 지목한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사인 한의상씨는 오히려 검찰에 큰소리를 친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씨는 소환 불응은 커녕 언제든지 부르면 출두한다며 나와서는 “내가 무슨 죄냐”, “증거를 대라”며 오히려 검찰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주 회장 역시 마찬가지. 검찰내에서는 막강한 변호인단의 자문도 그렇지만 주 회장이나 한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에 대해 훤히 꿰뚫을 정도로 ‘프로가 다 됐다’는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동부지검 수사 관계자는 “국정원 문건에 나온 리스트에 대해 100% 신뢰할 수 없지만 뭔가 있긴 있다”며 향후 검찰 수사 발표에 기대를 걸어달라고 주문했다.



# 검·경·청와대 국정원 문건 진실성 ‘논란’
지난 4월에 유포되기 시작한 국정원 문건에 대해 재차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국정원 문건 내용에 어느 정도 맞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정원 원본을 구하기 위한 각 언론사들의 작업도 치열하다.
현재 국정원 원본은 주수도 리스트를 최초 보도한 폴리뉴스의 오모씨와 국정원, 그리고 검찰이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오모씨에 따르면 원본에는 180~200명 가량의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중에 돌고 있는 문건은 그중에 극히 일부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국정원 원본이 갖고 있는 진실성이다. 특히 언론에 공개된 제이유 리스트 다수가 경찰인사여서 한때 ‘경찰 죽이기’라는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국정원 문건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100% 믿을 수 없고 50%정도 사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일견 국정원 문건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에 자존심이 상한 모습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진영은 역시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이미 관련 보고를 지난 4월 이전에 받았음에도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관련 인사를 감싼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문건을 유출한 국정원 인사를 ‘인책해야 된다’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런 태도에 국정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면서도 내심 격앙된 감정을 숨기질 않았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해당 인사를 문책해야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국정원 내부에서는 언론에 전달한 인사가 애국자로 영웅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제이유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를 비롯한 경찰, 국정원이 울고 웃을 전망이다.
국정원 문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어느 경우든 사정기관에 미치는 파장은 적잖을 것이기 때문이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