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이모저모] 눈물 흘린 북측 보장성원, 펼침막까지 준비한 가족들

2018-08-25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 15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대연회장에 "북측 가족이 들어오십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남측 상봉단의 시선은 출입문으로 쏠렸다.

여유롭게 농담을 주고받던 가족들도 순간 말을 멈췄다. 곧이어 북측 가족이 입장하고, 테이블마다 박수와 탄식과 울음이 뒤섞였다. 

이날 남북 이산가족은 2시간 동안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하고 65년간 헤어졌던 아픔을 나눴다.

눈물 흘린 북측 보장성원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대연회장에서는 눈물을 흘린 사람이 또 있었다.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은 북측 보장성원이 그 주인공.

이날 상봉장에서는 한 북측 보장성원(행사 지원요원)이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보장성원은 남측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가까이 찍는 모습에 "가족 간에 편하게 상봉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만난 조정기(67)씨는 이날 아버지 조덕용(88)씨를 보자마자 "맏아들이에요 맏아들"이라며 오열했다. 

조씨는 아버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살아계실 줄은"이라고 말했다. 조씨와 동행한 가족들도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북측 연회장 탁자 위에 '국산 담배'

이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탁자 위에는 음료와 다과 외에 국산 담배가 1갑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번 2차 상봉을 주최하는 남측은 단체상봉장 탁자에 삼다수, 사이다, 콜라, 맛밤, 맛고구마, 김튀김, 망고 음료수, 맥스봉(소시지), 후레쉬베리, 리얼브라우니, 오뜨, 연양갱,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커피), 통째로 갈아넣은 홍삼, 옥스퍼드 메모지, 모나미 볼펜  등과 함께 KT&G에서 만든 에세 골든리프 1갑을 올렸다. 

북측은 아직 실내흡연이 가능하다. 다만 이날 실내에서 흡연하는 가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가 못 알아볼까바 '펼침막' 준비

김향미(53)씨, 숙연(49)씨, 주연(47)씨, 소연(44)씨 자매는 북측 이모 신남섭(81)씨를 위해 특별한 '펼침막'을 준비했다.

김씨 가족은 흰색 꽃무늬 바탕천에 자수가 놓인 작은 펼침막을 준비해 들어올렸다. 펼침막에는 "보고싶었던 이모님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주연씨는 "이모가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주연씨 등은 이모를 만나 "어머, 어떻게 해, 엄마랑 똑같아"라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