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유동성 확보 올해는 이뤄지려나
2004-01-06 김지산
카드사들이 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신규카드 발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개인 파산자가 속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신용불량자가 대량 양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카드사들도 경영난에 봉착했다. 카드사 유동성 위기의 신호탄은 업계 1, 2위를 다투던 LG카드가 쏘아 올렸다.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LG카드는 구랍 18일 삼정회계법인의 자산실사 결과 2003년 10월말 현재 순자산은 마이너스 3조2,4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 규모가 천문학적 액수인 것으로 드러나자 당초 매입 의사를 밝혔던 하나·우리은행 등은 한발 물러난 상태다.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매각 때까지 ‘맡아둔다’는 방침을 잠정적으로 정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매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LG카드가 자본잠식의 극한 상황에 몰린 원인은 대략 두 가지로 꼽힌다.첫 번째는 연체율 증가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업계 선두주자였던만큼 비우량 고객들이 타 카드사에 비해 월등히 많아 불량채권이 경영난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두 번째는 LG카드 대주주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문제였다.
한때 58.1%에 달하던 LG카드 대주주들의 지분은 24.6%까지 떨어진 상태다. LG는 지주회사제도에서 지주회사는 물론 제조업체가 금융사에 대한 출자가 제한된다는 규정을 들어 LG카드를 방치했던 게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진작에 LG와 대주주가 LG카드를 포기할 거라는 불안감을 느껴왔다.구랍 22일 외환카드는 현금서비스를 중단해 유동성 위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제일인 25일을 앞두고 자금 압박이 심해진데다 외환은행과 합병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카드채나 기업어음 발행까지 막혀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버렸다.외환카드의 대주주이자 최대 여신공여 은행인 외환은행 쪽은 자회사 지원한도인 자기자본의 10%(3,500억원)를 모두 소진해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돕지 않은 진의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합병을 앞두고 외환은행의 대주주 론스타가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외환카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자금지원을 차단시켰다는 것이다.문제는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보다 현금서비스 중단이 이용자를 볼모로 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논란이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신인도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삼성카드 역시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LG카드와 같이 갑작스럽고 심각한 상황까지 전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삼성캐피탈과 합병 발표는 위기가 현실화되기에 앞서 조기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삼성그룹에서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을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그룹 안팎에서는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의 재편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모건스탠리증권은 삼성카드가 본질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규모면에서 2002년말에는 28조2,00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10월말 현재 16조원으로 43%가 줄었다.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과 합병을 완료한 직후 내년 3월말까지 최대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증자에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계열사 외에 삼성생명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이밖에 현대카드 국민카드 등도 추가 증자나 합병 등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카드업계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신용불량자 양산과 카드사들의 연이은 위기에 대해 금융권은 정부와 카드사, 카드이용자들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무차별적인 카드발급을 카드사들에 독려했고 정부를 등에 업은 카드사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금서비스를 실시했으며 고객들은 자금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돌려막기’라는 수법으로 신용불량자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신용불량자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하루빨리 실행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