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기업 서민들의 생존전략은?

2003-11-27     김지산 
대기업들이 비자금 수사 등으로 경제 외적인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는 날로 위축돼 내년 경기 전망마저 어두운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 불황지수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재테크투자도 한계에 도달했고, 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는 직장인들에게 실직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일반 서민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봤다. DJ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내놓은 ‘신용카드 정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신용불량자를 쏟아냈고, 곧바로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결됐다.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우리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알고 보면 침체된 내수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경기침체의 끝은 안 보인다

오문식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를 비교하며 ‘괴리현상(decoupling)’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오 소장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데 반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괴리현상을 되도록 빨리 풀어내는 게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다.예컨대 과거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기회복기에는 우리 경제도 연동돼 덩달아 비약적 성장을 해왔었다. 그러나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의 2배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심각한 침체에 놓였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와 괴리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문식 소장은 내수 부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로 치닫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와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게다가 설비투자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를 해도 중국과 같은 개발국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제조업 기반이 와해되고 세계 경제와의 괴리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략부재 혼란에 빠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기지뿐만 아니라 본사까지 외국으로 옮기는 방안이 고려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가계 부실로 내수 경기가 최악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기지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여건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다.게다가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 등 경제 외적 요소가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꽁꽁 묶어버렸다. 대부분 기업들은 내년 경영전략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증권의 내부 보고서에서 “비자금 수사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기에다 내수 부진은 국내 경제의 활로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가계부실. 신용카드 대란이 연말 금융권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계 근간마저 위협받고 있는 데다 서민들이 급전으로 이용했던 카드사들의 신용강화가 내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수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들의 생존전략은 내년에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내놓지 않는 이상 구매층의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수 침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은 분명하다. 이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덩치는 더욱 비대해지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더욱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되면서 그 피해는 실직과 실업 등으로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그 화살이 날아올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