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노회찬 투신 현장 앞에 놓인 국화꽃 한 다발…한 주민 “아무래도 미심쩍다”

2018-07-24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8분경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3일 내내 현장에는 경찰‧소방 인력과 취재진이 몰렸다. 기자는 사고 발생 당일, 이튿날 모두 현장을 찾았다.

 
    신고자인 경비원 A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날이라 일하다가 ‘퍽’ 소리가 나서 뒤쪽을 보니 와이셔츠에 바지 차람의 남자가 엎드려 있는 채로 죽어있었다”고 했다.

 
    떠들썩했던 현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24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잠잠한 모습이다. 처참했던 현장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국화꽃 한 다발과 혈흔을 감추기 위한 모래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앞서 노 원내대표는 국회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에서 귀국한 다음 날인 23일 이른 아침, 수행 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어머니와 동생 부부가 사는 서울 중구 아파트로 향했다. 수행 기사는 아파트 앞에 노 원내대표를 내려주고 곧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차에서 내려 5분 정도 지난 오전 9시 38분쯤 17~18층 계단 창문에서 몸을 던진 것으로 추정했다.
 
노 원내대표의 어머니는 최근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미국 방문을 마친 직후 모친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어머니에게 찾아가 30분쯤 머물렀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현장을 지나가면서 “여기구나. 안타깝다”며 혀를 끌끌 찼다.
 
한 주민은 창문 틈 사이로 “뭘 찍느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옆 동에 살고 있다는 60대 노인 B씨는 “이 아파트는 항상 조용하다. 그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여기에는 CCTV가 없다. (현장 앞에 놓인) CCTV는 주차장과 놀이터 관리‧감시용이라 (사건 현장과는) 관계없다”면서 “이 아파트는 평소에 싸우고 하는 사람도 없다. 경비원도 (처음에는) 그 사람이 ‘노회찬’이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노 원내대표가)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근데 기자들이 (계속) 물어볼까봐 겁나서 말을 안했다고 하는데...”라고 귀띔했다.
 
‘평소 노 원내대표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느냐’ 질문에 B씨는 “몰랐다. 대부분 아파트에 누가 사는지 어떻게 아는가”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가 투신한 계단 창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창문은 가로 50cm 세로 1m 크기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크기에 불과하다. 작은 창문으로 몸을 구겨 넣어야만 뛰어내릴 수 있는 구조다.
 
B씨는 이를 두고 “창문이 좁은데 어떻게 저길 서서 떨어지느냐. 발레리나나 기계체조 선수라면 모를까. 내가 여길 오래 살아봐서 안다. 젊은 사람도 못 서 있는데 저층(低層)도 아니고. 그렇지 않느냐. 이게 양쪽을 붙들고 있어도 떨어지려면 사람이 섰다가 떨어져야 하는데 설수가 없는 공간이지 않느냐”면서 “아무래도 미심쩍다. 약간 타살이라는 소리도 나올만 하다. 아니 약간이 아닌 반반일 정도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들(주민) 놀랐다. 생각을 해보라. (노 원내대표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오만 것을 다 겪어본 사람이 아닌가. 감옥도 다녀온 사람인데...막말로 비행기타고 와서(방미 일정) 힘들어서라도 그 다음날은 안 죽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 주민들도 힘들다. (노 원내대표가) 안 됐다”고 했다.
 
한편 노 원내대표는 투신 전 아파트의 17~18층 사이에 외투와, 지갑 및 신분증, 정의당 명함, 유서 등을 남겼다.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