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상보고 소형 EMP 만든다?···관심에서 벗어난 EMP 방호 대책

북한 핵‧EMP 위협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2018-06-29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이하 국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있었다. 바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유튜브에서 구한 영상을 보고 소형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파)를 제작해 휴대전화를 일시 정지시켜 눈길을 끈 것. 송 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한반도 핵 EMP 피해예측 결과 휴전선 상공 100km에서 100kt급 폭발 시 대전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형 EMP 충격기를 스마트폰에 갖다 대자 1분도 안 돼 먹통(?)이 되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현재 남북관계 해빙 무드로 인해 EMP 방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가운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EMP 위협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만큼 방호 대책을 항상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튜브서 떠도는 EMP 충격기 제작법···조회수 최대 225만 회
정확한 피해 범위 파악해 과도한 대책‧예산 낭비 막아야


송 의원이 선보인 일명 ‘EMP 충격기’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약 40분 만에 직접 만든 것이다.

그는 쉽게 만든 EMP 충격기로 통신망이 차단되는 것을 증명하며 “비상 상황 시 통신망 두절을 대비해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지도통신망에도 완전한 EMP 방호 시설이 없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유튜브에는 국‧내외에서 제작한 일명 ‘EMP 충격기’ 영상이 떠돌고 있다. 조회수만 해도 국내 제작 영상은 최대 18만 회, 해외 제작 영상은 최대 225만 회에 달한다.

한 국내 유튜버는 40만 볼트짜리 플라즈마 발생기를 이용해 EMP 충격기 영상을 제작하려다가 중단했다. 이유는 위법일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EMP도 전자파기의 한 종류이다. 국내에서 규정하는 전자파법을 위반하면 불법 제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러한 제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유튜브에 떠도는 영상들은 소형 전자기기 오류를 발생시키는 정도이며 연구의 목적으로 사용해 법 위반 사항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대형화, 변형, 악용할 경우 과거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제 총기‧폭탄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MP는 무엇?
피해 규모 상상 초월

 
북한이 지난해 핵탄두를 공중에서 폭파해 전기전자설비를 무력화시키는 고강도 EMP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다.

EMP 공격은 핵탄두가 터질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상 30km 이상의 상공에서 핵을 터뜨리는 것을 말한다. EMP 공격을 받으면 지상에 있는 전자장비들은 작동 불능 상태가 된다. 전자기파가 전자기기 내부로 흘러들어 순식간에 고전압과 과전류를 일으키면서 회로를 망가뜨리는 원리다.

EMP 공격은 인명 피해보다 군 장비와 전력망 등 시설에 피해를 주지만 사실상 모든 군 체계, 사회기반시설 등을 마비시켜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적국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파하는 공격 방식은 냉전 시절부터 수립된 군사전략이다. 실제 미군은 재래식 EMP탄을 생산해 이라크 전쟁 등에서 통신시설 파괴 목적으로 이용해왔다.

EMP는 크게 앞서 말한 핵EMP와 비핵EMP로 구분된다. 비핵EMP는 핵폭발 없이 EMP를 기계적으로 방출하는 장치를 통해 EMP 효과만 거둘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 없이도 핵폭발에 버금가는 EMP를 방출해 핵무기를 사용한 것과 유사한 피해를 입힌다.

핵EMP와 비핵EMP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다. 핵EMP는 핵폭발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닿을 수 있는 범위가 모두 영향을 받는 영역인 데 반해, 비핵EMP는 특정 지역에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방호 예산
높은 ‘벽’

 
지난 3월 EMP 공격 위협에 대응할 정책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송희경 의원이 남북관계 자체는 해빙 무드지만 핵 위협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EMP 등 위협에 대한 보호대책 수립 등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EMP공격도 핵공격으로 간주해 미국이 반격할 수 있는 핵우산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편익 정책을 통해 EMP 방호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방호등급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호 대책 마련에 앞서 EMP 피해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MP의 위협 가능성이 현실적이지만, EMP 발생 시 모든 전자장비가 고장을 일으켜 국가의 모든 운용체계가 마비될 것이란 추측은 비과학적이라는 것.

육종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EMP 방호기준에 따라 민간에 실질 적용이 어렵다”면서 “비용효율적이고 취약점 분석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EMP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기준이 없어 과장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선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국가 주요시설에 대해 정확한 영향범위 등을 산출, 과도한 대책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폐만이 EMP 방호의 최선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수영 국립전파연구원 연구사는 “EMP 방호라면 설비를 차폐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떠올리는데, 보호해야 할 것은 장비가 아닌 서비스”라면서 신속한 고장 복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전파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EMP 피해 영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전파기반과장은 “EMP 방호는 공공기관의 경우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민간은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용편익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MP에 대한 방호 대책은 남북관계를 넘어서서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예산은 아직까지도 높은 벽으로 남아 있는 형국이다. 정확한 피해 범위를 파악해 과도한 대책을 방지하고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