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희룡과 대구 권영진 ‘폭행사건’ 두 얼굴

2018-06-01     홍준철 기자
- 원 후보 ‘폭행’후 여당 후보 ‘추월’ 권 후보는?
- 대구 지역 정가, “헐리우드 액션!”VS “테러맞다!”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출마자에 대한 폭행사건은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처음이었다. 5월 14일 제주도 내 한 인터넷언론사가 주최한 제2공항 토론회장에서 원 후보가 반대대책위원회 한 위원으로부터 날계란과 뺨을 맞는 폭행을 당해 화제가 됐다.
 
원 후보는 폭행 사건이 터진 다음 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오히려 그 분이 자해로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저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던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며 “그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평소대로 선거일정을 소화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어 원 후보는 “제 2공항 문제는 도민의 숙원사업이자 이해와 관심이 큰 사안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서는 안 된다”며 “저는 이번 일을 통해 제주도민의 마음을 다시 한번 겸허히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이 제2공항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전화위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원 후보는 사건이 터진 이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는 문대림 여당 후보의 열세에서 초박빙 속 우세와 오차범위 밖에서 승리하는 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동정표의 힘’이라는 지적과 폭행 과정에서 보여준 원 후보의 ‘의연한 모습’이 제주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5월 31일 대구 시장에서도 엇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구 중구 반월동 네거리에서 출정식을 끝내고 이동하던 중 한 중년 여성이 팔꿈치로 가슴을 밀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전치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렸다. 사건이 터진 이후 권 시장 후보는 선거운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권 후보를 민 여성은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장애인대구연대 소속으로 지난 3월부터 권 후보에게 장애인시설 확충 지원보장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약속이 이뤄지지 않자 거듭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권 후보 측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폭행 용의자가 누구인지 신속히 밝히고 배후에 어떤 선거 방해 세력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이 사건과 연루된 장애인 단체는 사건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권 후보 측이 테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텃밭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권영진 후보를 한 자릿수로 바짝 추격하던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사건 이후 위로와 유감을 동시에 보냈다. 임 후보는 5월31일 권 후보의 돌발 부상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도 테러·배후세력 언급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경계했다.
 
임 후보는 “권 후보가 안정을 되찾고 선거운동 기간 선의의 경쟁을 어어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도 “권 후보 캠프 측이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배후 밝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캠프 측이 주장하는 여성의 행동이 실수였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충돌로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아직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아동을 둔 부모로 추정되는 여성을 심각한 테러범으로 몰고가는 권 후보 캠프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테러냐’, ‘헐리우드 액션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중이다. 한 쪽은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테러로 규정하고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반대 쪽에서는 “살짝 밀쳤는데 전치 3주라니”, “헐리우드 액션이 따로 없다”며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