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양단’식(一刀兩斷) 홍준표, ‘반기’ 든 지방선거 출마자들

2018-05-04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집권 여당은 날개를 단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대 후반으로 치솟았고 여당 지지율도 50%대 중반까지 올랐다.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의 선거 압승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중지란의 모습이다. 단일대오를 형성해도 쉽지 않은 선거에서 ‘당대표 선거 지원’과 ‘메인 슬로건’을 두고 출마자와 당대표, 중진과 당 대표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특히 홍준표 당대표의 ‘일도양단’식(한 칼로 쳐서 두 동강이를 낸다)식 언행으로 출마자들은 ‘홍준표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선거에 홍 대표의 존재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될 것을 우려한 처사다.
 

- 지방선거 한 달 남경필·유정복·김태호 ‘洪 경계령’ 확산
- ‘보수당 텃밭’에 발 못 붙이는 당 대표… 리더십 ‘임계점’

 
“홍준표 당 대표가 선거 지원할 곳이 없다!” 자유한국당 한 당직자의 전언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따른 여권 호재와 높은 국민적 지지율과 상반된 홍 대표의 ‘막말 정치’의 수위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탄가스’발언 이후 숨죽여 있던 당내 중진들이 재차 ‘홍준표 용퇴론’을 들고 나올 기세인데다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홍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를 표출하고 있다.
 
최근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대통령의 감성팔이’, ‘위장평화쇼’, ‘주사파들간 합의’라고 폄훼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받고 있는 형세다. 특히 당내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당 대표 선거지원도 ‘보이콧’할 조짐이 일고 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가 전면에 나섰다. 당 로고와 당명이 표기되지 않은 점퍼를 입고 선거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 전 지사는 홍 대표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당 대표 ‘거친 입담’
등 돌리는 광역단체장들

 
김 전 지사는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 대표의 ‘주사파들 간 숨은 합의’라고 비하한 데 대해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이라며 “완전한 비핵화 선언은 너무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특히 홍 대표의 남북정상회담 폄훼 관련 “국민적 우려를 낳을 부분에 대해 좀 상의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친박계 핵심 인사로서 ‘침묵’하던 유정복 인천 시장 후보도 거들고 나섰다. 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남북정상회담 하루 뒤인 4월 28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며 “평화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정한 지방선거 ‘메인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남 지사는 5월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슬로건은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국민은 보수가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통해 균형 잡힌 시대정신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상징하는 슬로건부터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보수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뿐”이라고 ‘국민들 편 가르는 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남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현장을 누벼야 하는 후보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며 “침묵하지만 당과 보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다수 당원과 후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인 슬로건은 홍 대표가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홍 대표에 ‘반홍정서’가 수도권 및 영남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홍 대표의 전국적인 선거지원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5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구에서도 홍 대표의 선거지원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홍 대표의 발언에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당 내분으로 비쳐질까 우려해 참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홍 대표가 대구지역의 ‘Self(셀프) 당협위원장’을 맡을 당시에도 ‘대구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현재 대구북을 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는데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다.
 
이어 이 인사는 “충남 이인제, 경남 김태호, 경기 남경필, 인천 유정복 후보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개인적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홍 대표의 선거 지원을 달가와할 리 없다”며 “심지어 전통적인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도와 경기도의 휴전선 접경지역에서도 홍 대표의 방문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전국적인 땅값이 들썩거린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가 호전돼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북한과 접경지역이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결국 홍 대표가 부산과 경북을 제외한 충청도, 호남, 제주, 수도권에 강원도까지 인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선거가 본격화될수록 ‘당을 떠나 달라’, ‘탈당해 달라’는 요구가 쇄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홍 대표가 당 중진들을 향한 ‘연탄가스’발언 이후 참고 있었던 중진들도 재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홍 대표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가 마무리된 이상 ‘홍준표 무용론’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선거 참패’이후 벌어질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다툼이 ‘홍준표 흔들기’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이 인사는 ‘광역단체장과 당 중진’간 이해관계가 상이하다고 해석했다.
 
‘마지막 권력’ 행세 洪,
‘무용론’ 대두 조짐
 

이 인사는 “광역단체장에 나서 당선된다면 도지사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선거에 패배할 경우에는 당 지도부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광역단체장 출마자들과 당권 도전은 무관한 얘기”라면서도 “다만 지방선거에 한 발 비껴 있는 당 중진들중에는 차기 당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위해서 홍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한국당 인사는 “당 중진들도 판단이 흐려진 것 같다.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한국당은 업종도, 메뉴도 주방장도 모두 교체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공산이 높다”며 “현재 한국당 외피를 갖고서 전당대회를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리모델링 차원이 아닌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