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혹 군인공제회 ‘구룡마을’서 ‘여의주’ 건질까?
2005-09-12 서종열
하지만 이곳은 그린벨트 및 공원녹지 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사실상 개발가치가 없었다. 대부분의 부지가 건축이 원천 불허되고 있으며, 구룡마을 거주민들이 있는 지역의 경우 도시공원법상 용적률 50%이하, 4층 이하의 건축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11월부터 중소개발업체인 (주)중원과 함께 이 일대 개발계획에 3,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투자계획은 물론 건축허가를 받기도 힘든 구룡마을 프로젝트에 왜 군인공제회는 3,000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
보호구역 해제 ‘특혜’의혹 일어
군인공제회는 현재 (주)중원이란 개발업체와 함께 구룡마을 개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구룡마을 일대에 하사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씨는 지난 2002년부터 ‘광화문 곰’으로 불리는 채권업자 고모씨와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일대 부지 25만4,400여평을 평당 5만원에 사들인 상태였으며, 군인공제회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2004년 1월에는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소유였던 7,270여평의 부지를 평당 306만원에 낙찰 받았다. 그러나 군인공제회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지 단 석달만에 일대 임야들이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전격 해제되면서 ‘군인공제회 특혜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군사시설에서 해제되면서 ‘용도변경’ 신청을 통해 서울시와 강남구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치회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군인공제회가 구룡마을 사업에 참여하자마자 군사보호시설구역이 해제됐다”면서 “군인공제회의 특성상 국방부와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군인공제회는 이에 대해 “해당부지는 지난 2002년도에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부터 해제된 상태”라며 “보호구역 해제 당시에는 우리가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요서울>이 문제의 부지를 강남구청과 국방부측에 확인한 결과 군인공제회의 설명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2년에 해제됐다는 군인공제회의 설명과는 달리 2004년 2월에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여전히 군사시설이 군데군데 있고, 계절마다 훈련이 있기 때문에 전부가 다 해제된 것은 아니고, 일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구룡마을 사업은 지난 2003년 말 (주)중원이 우리측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해 심사를 거쳐 참여한 것일 뿐, 국방부와 관련된 특혜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부지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주)중원이 낙찰 받은 강남구 개포동 산53번지(정태수 전 회장 소유의 부지) 7,270여평의 낙찰가 역시 뒷말이 무성하다. (주)중원은 2004년 1월13일 있었던 경매에서 이 땅을 감정가 236%인 평당 306만원에 법원경매를 통해 낙찰 받았다. 이는 222억원이 넘는 높은 가격으로 공시지가의 5배, 실거래가의 3배에 이르는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다. 확인 결과 이 자금은 군인공제회가 (주)중원과 신탁계약할 당시에 받은 초기자금 500억원에서 지불됐다. (주)중원은 왜 이처럼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은 것일까. 부동산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앞서 사들인 24만여평이 127억원인데 반해 100억원 가량이 더 지출됐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체육시설 혹은 공원 개발”
그렇다면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이처럼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부지를 매입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 군인공제회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산 것은 이미 알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분산돼 있으며 (주)중원측이 매입한 토지 사이마다 ‘알박기’처럼 부지가 위치하고 있어 높은 가격이라도 꼭 매입해야 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룡마을은 주택단지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개발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여전히 민영개발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건축과 관계자는 “올해 말 개발허가 제한이 풀린다 하더라도 민간에서 구룡마을을 개발할 경우 수서사건에 버금가는 특혜논란이 올 것은 당연하다”면서 “만약 우리가 허가한다하더라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한번 더 있는 만큼 군인공제회의 민영개발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강남구와 같은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국토개발계획법을 통해서라도 민간개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원이나 녹지, 테마시설로는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중원과 군인공제회는 개발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민간인 소유지를 국가에서 개발허가권을 통해 계속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구룡마을 개발계획은 도시계획업체에 용역을 준 상태이므로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강남구청에 개발계획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군인공제회-(주)중원 구룡마을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11월19일부터 “강남구 구룡마을 일대에 군인아파트를 짓겠다(일반분양 없음)”며 (주)중원(대표 정강모)과 함께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총 3,000억원대의 개발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주)중원의 정강모 대표가 추진해왔다. 정 대표는 지난 2002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24만여평을 분할납부방식으로 매입했으며, 2003년 8월에는 ‘광화문 곰’으로 불리던 채권업자 조모씨로부터 1만5,000여평을, 2004월 2월에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부지를 사들여, 총 26만여평을 매입한 상태다. 그러나 정씨가 사들인 구룡마을 토지들은 현재로서는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토지 전체가 개발허가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구룡마을 일대는 건축허가가 날 만한 지역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가능한 것도 도시공원법으로 인해 용적률 50%이하의 4층 이하 건물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투자가치가 없는 땅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말을 끝으로 이 지역은 제한구역에서 해제된다. 서울시의 제한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씨의 개발계획은 성사가능성이 높다. 도시개발법상 개발해당 지역의 토지 2/3를 취득한 민간사업자는 지자체장에게 개발계획 허가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룡마을 일대 토지 대부분을 취득한 정 대표는 “사유지인 만큼 제한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강남구청에 개발계획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민간업체에 용역을 위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구룡마을은 지금 ‘자치회 대결 중’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570번지, 서울 최고의 부촌이라는 타워팰리스 건너편인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최대의 판자촌 지역인 구룡마을이다. 그러나 이 마을은 현재 행정지도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은 유령마을이다. 관공서도 경찰서도 없으며, 판자촌 집들 역시 번지수가 없다. 주거민들 대부분이 사유지를 불법으로 점거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관공서가 없는 관계로 이곳에는 주민자치회가 상당히 잘 꾸며져 있다. 현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주민자치회)’와 ‘구룡마을 자치회(마을 자치회)’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마을자치회 단 한곳만이 있었지만, 1999년 2지구 화재로 인해 해당지구 주민들이 자치회를 따로 세운 것이 현재의 주민자치회다.
문제는 이 두 곳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곳 모두 마을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구룡마을 개발설이 부동산업계에서 퍼지면서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자치회가 건설사들과 함께 구룡마을 전격개발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실제 주민자치회는 군인공제회-(주)중원으로부터 2,500만원에 이르는 운영자금을 받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회장 유귀범씨를 비롯한 2지구 주거민들은 (주)중원측과 개발시 ‘1세대1주택 지급’이란 약정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구룡마을의 두 자치회가 서로간에 정통성 경쟁에 치달으면서 주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주민은 “자치회들이 서로 비방전을 펼치면서 방송을 해 무슨 사단이 나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당구청인 강남구청 역시 구룡마을 문제라면 손사래를 친다. 구청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에 대해 단속이라도 할라치면 구룡마을 주민들이 완강한 저항을 하기 때문에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을자치회 김병찬 회장은 “대다수의 주민들은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며 “서울시가 나서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약속해 준다면 모르지만, 그전에는 아무도 이곳에서 나가려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