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낙찰가 급락 상가는 제자리 걸음

2005-11-08     정광재 매경이코노미 
‘8월 9일, 응찰자 32명, 낙찰가 8억 1,120만원 → 9월 28일, 응찰자 7명, 낙찰가 6억 3,160만원 → 10월 20일, 입찰 연기’.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31평형 경매 일지다. 동일 층수와 향(向), 주택 노후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완전 동일 비교는 힘들지만 하락 추세만큼은 뚜렷하다. 8월 한 때 8억원 이상에서 거래됐던 아파트가 현재 6억원대에도 응찰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20% 이상 가격이 빠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되면서 경매 시장 일각에서는 ‘바겐세일이 다시 시작됐다’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기간 동안 경매 시장을 통해 큰 수익을 올렸던 ‘선수’들도 분위기를 살피며 경매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요즘 경매 시장 분위기를 한 마디로 종합해 보면 ‘양극화’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경쟁률과 낙찰가율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저가 주택의 낙찰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윤재호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이 같은 수익형 부동산 강세, 아파트 등 주택 시장 약세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과거 부동산 침체기와 달리 워낙 매수세가 죽어있는 상황이라 본격 활황세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 매수세가 죽어있는 상황에서 공급물량만 많아질 경우 추가적인 낙찰가율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윤 사장은 “아직 공급이나 매수세 모두 활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자 부담과 보유세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는 내년 2분기 이후에 큰 장이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아파트 낙찰가율도 급락

경매 시장에서도 강남, 서초, 송파로 대표되는 ‘강남권’ 아파트의 인기는 대단했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신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낙찰되는가 하면 낙찰가율도 감정가를 웃도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 흐름을 반영하듯 강남 아파트들은 요즘 경매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다. 경매정보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10월 들어 81%로 하락했다. 불과 한 달 전인 9월 평균 낙찰가율이 94%대에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 시장에서도 실수요 위주의 응찰 패턴이 자리를 잡으면서 응찰률과 낙찰가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낙찰률 하락폭이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감정가는 이미 고점에서 형성돼 있는데 비해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기 때문. 실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응찰자 수도 상반기 평균 9명에서 9월 이후 6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강 팀장은 “시장이 잔뜩 움츠린 상황이라 실수요자들이 급매물, 경매 물건을 불문하고 매수 시기를 늦추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상대적 안정세

경매 시장 분위기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눈에 띄게 위축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상가, 오피스텔과 같은 임대 수익형 경매 물건에 대한 인기는 아파트 등 주택 물건보다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상가 낙찰가율은 49.70%. 지난 9월 48%에 비해서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8월 56%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다. 또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약하고 개발 호재가 남아 있는 지역의 토지 경매도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약세에 따라 전국 토지 낙찰가율은 8월 93.55%에서 10월에는 85.30%로 역시 낮아졌다. 상가는 아파트와 비교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하다. 상권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의 물건들은 경매에 부쳐지자마자 유찰 없이 낙찰된다.

일부 인기 물건의 경우 감정가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장사가 안 돼 경매 시장에 나온 물건의 경우, 투자자가 예상한 낙찰가율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경매 낙찰 후 창업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저가 낙찰’의 유혹에 더욱 단호해야 한다. 자칫 가격 메리트만 보고 물건을 낙찰 받았다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토지 경매 물건의 경우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다른 물건에 비해 훨씬 더 오랜 투자 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강북 뉴타운 물건 노려라

전문가들은 “현재 경매 시장에 관심을 둔 투자자라면 강북 뉴타운 지역에서 나오는 경매 물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뉴타운 지역 물건의 경우 감정가에 뉴타운 지정 이후 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뉴타운 지역 물건의 경우 감정가와 시세 간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또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도 뉴타운 지역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살아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경매 시장에서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대박을 노리는 사람은 작은 이익을 내려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경매 격언처럼 서두르지 말고 응찰에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 경매, 이런 점에 조심하라!

흔히 부동산 경매 시장은 ‘벌레 먹은 사과’로 비유된다. 벌레 먹은 사과는 벌레가 먹은 부분만 잘 도려내 먹으면 다른 사과보다 훨씬 맛있을 뿐 아니라 사과를 살 때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잘못 도려내면 벌레를 함께 씹어야 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인 만큼 경매 시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유치권이 있는 물건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 ▲신건 등을 낙찰 받으려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치권은 공사 대금을 못 받은 건축업자가 돈을 회수할 때까지 건물을 점유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 전문가라면 어렵지 않게 유치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일반 개인들에게는 복잡한 일이어서 피하는 게 좋다. 선순위 임차권이 있는 부동산은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배당 요구를 한 경우 배당 규모가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위험이 적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추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2회 이상 유찰된 가격에 입찰하는 게 좋다.

초보자라면 무조건 신건은 피하고 보는 게 좋다. 물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데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물건을 덥석 물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수익이 가능한 시장은 아니다. 큰 이익을 노리는 사람은 작은 이익을 노리는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염두에 두고 경매에 임해야 한다. 감정가만 믿고 투자해서도 안 된다. 감정가를 생각하기 전에 미리 해당 부동산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를 파악해 놓는 게 중요하다. 또 물건을 낙찰 받은 후 잔금 이행, 취득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