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떳떳하다… 반드시 재기할 것”
2005-12-27 이수향
당시 윤씨는 지나간 날들을 돌이켜보며 체계적으로 조직관리를 하지 않은 점과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이번 서신에서 윤씨는 “제가 흘린 눈물과 한숨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물과 같음이요, 동대문으로 불어닥치는 바람과도 같을 것”이라며 그동안 적잖은 심적 고통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 했다. 또 그는 여전히 자기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아직도 당시 사건의 풍파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했음을 시사했다.그러나 윤씨는 “이 억울함, 이 슬픔, 이 한이 언젠가는 다 풀어지리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에게 씌워진 세간의 오해들이 반드시 벗겨질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였다.
지금은 재충전 위한 하프타임
그렇다면 현재 윤씨의 심정 및 상태는 어떨까. 수개월 전과 비교해볼 때 그는 한층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과 연관된 사건에 대해 “저는 떳떳합니다”라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제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해 본적이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윤씨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경영상의 실수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영상 치유될 수 있는 실패는 있을 수 있는 일로 본다”며 “이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과 참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윤씨는 현재의 수형생활에 대해 다소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제가 여기(구치소)에 온 것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하는 동시에 책도 보면서 재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충전하게 하시려는 신의 계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워낙 험난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탓일까. 그의 서신에서는 그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모든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지금의 ‘고난’까지도 신의 계시로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큰 사건’을 겪은 후 피폐될대로 피폐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윤씨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다시 재기하고 싶다
윤씨는 자신의 상황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인생과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제2막이자 ‘하프타임’이라 생각한다”는 심정을 밝혀 ‘재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김영만 변호사는 수개월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씨의 성장 배경과 성격, 됨됨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윤씨는 말그대로 ‘찢어질 듯’ 지독한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물로, 자신의 탁월한 사업수완을 살려 굿모닝시티로 성공해 ‘재벌’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던 사람이다.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한 그에게 ‘실패’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윤씨의 삶은 성공을 위해 앞만보고 질주해온 100m 달리기와 같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는 비록 현재의 상황이 자의에 의한 휴식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김 변호사는 “윤 회장은 사람을 쉽게 믿고 귀가 얇다. 사업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세간의 오해와 달리 교활하게 머리를 굴릴 재간도 없는 ‘순진한 면’이 많은 사람”이라며 “돈 때문에 자신에게 붙어있던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한순간에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윤 회장의 가장 큰 패착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수감생활 동안 윤씨는 많은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흐트러지고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한편, 제2의 인생을 위한 본격적인 재기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감기간동안 무려 1,000권이 넘는 경제관련 서적들을 읽었다는 그는 올초 김변호사를 통해 지난 시련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꾸려갈 포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윤씨는 “앞으로는 절대로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젠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동남아쪽에서 재기하고 싶다”는 강한 재기의지를 보였었다.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윤씨는 현재 올 초로 예정된 회고록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윤씨의 편지에 따르면 약 500페이지 정도로 작성한 원고는 이미 집필이 마무리된 상태로, 현재 적절한 출간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회고록 집필을 결심하기까지 윤씨는 적잖은 고민과 갈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의 몸이 된 처지로 지난날을 들춰보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이 윤씨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그러나 그가 집필을 결심할 수 있었던데에는 사건의 숨겨진 ‘사실’과 ‘진실’을 반드시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또 이 회고록을 통해 통한의 눈물로 보낸 수감생활과 세간의 오해로 빚어진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회고록은 자신의 어린시절 및 성장환경을 포함,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 스토리를 송두리째 담고 있어, ‘인간 윤창열’에 대한 처절한 고백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회고록의 내용에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굿모닝시티 사건의 총 책임자로서의 애환 및 심정,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 및 미처 밝히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